리뷰/영화이야기

웃음과 추리를 둘다 잡았지만, 다소 불편한 유머 코드! ‘탐정 : 더 비기닝’

朱雀 2015. 9. 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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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 더 비기닝’은 보고 난 뒤의 기분은 묘하다. 왜냐하면 예상과 달리 적당히 웃길 줄 알면서도 추리물적인 요소를 잘 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본 이들이라면 금방 윤곽을 잡아내고, 범인까지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추리물이 별로 나오질 않는 상황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은 꽤 놀랍게 다가온다. 또한 성동일과 권상우의 조합은 의외의 케미를 발산한다. 권상우가 연기하는 강대만은 범죄사건만 보면 기웃거리는 철없는 남성이다.






만화방 주인인 그는 생계걱정은 뒷전이고 오로지 경찰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셜록놀이에 집중한 인물. 반면 광역대 출신 노태수(성동일)은 전설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탁월한 경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대만을 한심하게 여기면서 면박만 주던 노태수가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두 사람이 콤비를 이루게 되는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있다.



또한 수사를 거듭하면서 실전을 경험하지 못하고 오로지 글로만 범죄를 접한 강대만의 추리에 헛점을 드러내고, 초반에 엉성해 보이던 노태수가 노형사의 매세움을 보여주면서 ‘호오’라는 감탄사를 불러오게 된다. 또한 심각한 상황에서도 깨알같이 나오는 유머들은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보는 재미’를 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유머 코드’에 있다. 영화의 웃음은 무서운 아내에게 쩔쩔매면서도 범죄현장을 기웃거리려는 강대만의 눈물겨운 사투에 있다. 알고보니 ‘강대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식의 유머는 분명히 웃기긴 한다. 그러나 극중 여성에 대한 묘사는 조금 불편하다.





우선 두 남자가 의기투합하는 것도 둘다 공처가인데 ‘돈을 잘 벌어다주지 못한다’라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강대만의 아내라면? 정말 답답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강대만은 현재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없다. 유일한 수입원인 만화방의 운영마저도 범죄수사 때문에 뒤로 미뤄놓는 인물이다.



물론 거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존재한다. 절친이자 형사인 준수가 억울한 누명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내와 이야기를 통해서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영화에선 강대만이 아내를 설득하는 부분이 너무 약하다.



그저 남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게 그리는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결말부에 뜬금없이 이혼하자고 하는 부인의 모습은 이해가 가면서도 ‘굳이 결말부에 이런 장면을 넣어야 했을까?’라는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극중 피해자 여성들은 우선 ‘불륜’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래저래 다소 불편했다.






‘탐정 : 더 비기닝’은 분명히 ‘추리물의 불모지’인 상황에서 적당한 난이도의 추리와 웃음을 적절히 섞을 줄 아는 미덕을 보여주었다. 다만 극중에서 여성에 대한 묘사가 다소 불편했다. 제목을 봐선 시리즈물로 나갈 것 같은데, 다음편에선 추리적인 면에서도 웃음적인 면에서도 진보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한줄평: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꽤 웃기고 완성도도 괜찮다. 물론 몇몇 아쉬움은 있지만. 여성에 대한 묘사가 불편한 점을 빼면 꽤 수작이다. 다음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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