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육룡은 날 수 있을까? ‘육룡이 나르샤’

朱雀 2015. 10. 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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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인 ‘육룡이 나르샤’는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삼봉 정도전역에 김명민, 이방원역에 유아인, 연기파 배우인 천호진이 이성계역을, 거기다 신세경, 변요한의 합세는 캐스팅만으로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뿌나’ 제작팀의 재결성까지. 이 정도라면 누구라도 기대할 밖에. 그러나 1~2화를 보고 난 느낌은 실망이 앞선다. ‘뿌리깊은 나무’의 경우, 24부작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청자가 눈길을 뗄 수 없는 흡인력을 자랑했다.






특히 1~4화는 정말이지 계속해서 몰아쳐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물론 후반부엔 힘이 빠져서 아쉬움이 많았지만 ‘뿌나’는 분명 웰메이드 사극이었다! 그에 반해 이번주에 방영한 ‘육룡이 나르샤’은 어떠한가? 우선 1화에 김명민-유아인-변요한을 등장시켜서 기대감을 잔뜩 자아냈다.



이는 아역들이 활약할 수 밖에 없는 초창기 분량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이야기 전개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뜬금없이 세 사람이 뛰고 있는데, 알고보니 맨 앞에서 도망치던 사람은 이성계 군대의 배신자였다.



그런 배신자를 추격하는데 아직 열살도 채 안된 이방원이 쫓아가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주인공인 이방원을 띄우기 위한 선택이라고 여겨지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무엇보다 자신처럼 뛰어난 무장이 되고 싶어하는 아들 이방원을 위해 아버지인 이성계가 배신자를 칼로 처단하는 장면까지 연출해낸 장면은 ‘너무 한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고려말 혼란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가 전쟁터인 이성계로선 아들인 이방원이 빨리 성장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아들이 이방원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이후 고려조정을 묘사하는 부분도 그렇다.






수시중 이인겸이 모든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 그가 보여주는 카리스마가 너무나 약했다. 악역이라면 악역에 어울리는 분량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매우 약했다. 게다가 1화에서 그가 이성계를 굴복시킨 꾀가 실은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도와준 식으로 처리한 데는 ‘또!’라는 비명이 절로 나왔다.



‘뿌리깊은 나무’는 정도전이 후손이 누구인지, 밀본의 수장이 누구인지 반전을 줌으로써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그런 탓일까?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고려안팎의 모든 사정을 알고, 이인겸을 돕는 의문의 인물(혹은 단체?)가 있다는 식의 설정은 ‘뿌나’를 비롯해서 이미 다른 사극들에서 너무 많이 써먹은 설정이다.



따라서 ‘육룡이 나르샤’가 이 것을 잘 살려내기 위해선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코믹한 부분을 많이 넣는 것은 극의 특성상 무겁게 흐르기 쉽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선택이겠지만, 심각한 부분과 코믹한 부분의 전환이 어색한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좀더 코믹한 분위기와 진중한 분위기가 매끄럽게 전환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육룡이 나르샤’가 약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뿌나’때도 그랬지만 삼한제일검 길태미의 등장은, 이후 삼한제일검이 될 이방지와 조선제일검이 될 무휼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아버지의 과거를 알고 크게 좌절하는 어린 이방원의 모습은 훗날 그가 피로서 왕이 되는 복선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직 젊은 삼봉 정도전이 지혜로서 원나라 사신을 물리치고, 명나라와의 전쟁을 막아내는 장면 역시 매우 인상깊었다.



‘육룡이 나르샤’은 무려 50부작으로 긴 호흡을 이어가야 한다. 제작진에게 이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부디 심기일전해서 ‘뿌리깊은 나무’를 잇는 웰메이드 사극을 만들어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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