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시그널’

朱雀 2016. 1.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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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김원석 PD와 ‘유령’ ‘쓰리데이즈’의 김은희 작가가 만나 화제가 된 작품. 무엇보다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 장현성으로 이어지는 빵빵한 출연진에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드디어 tvN에서 전파를 탔다.



‘시그널’은 주인공인 박해영이 우연히 폐기처분된 무전기를 들면서 가파르게 전개된다. 1화에서 중요 미제사건은 15년전 김윤정 유괴사건이었다. 박해영(이제훈)은 김윤정과 같은 반으로 그녀가 유괴되는 현장을 직접 본 목격자였다. 따라서 그가 무려 15년 동안 짊어져야 할 무력감과 죄책감은 시청자에게 전달되기에 충분했다.





김혜수가 연기하는 차수현은 15년차 베테랑 형사와 아직 파릇파릇한 신입 경찰의 모습을 동시에 연기해낸다. 그녀가 여자연예인의 신고를 받고 박해영을 수사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관록있는 형사로서의 태도나 그 상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15년전 김윤정 유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조진웅이 연기하는 이재한은 전형적인 왕따 형사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상관에게 단단히 찍혀서 ‘범인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일 것이다’라는 그의 상당히 맞는 추리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은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든다.





이윽고 이재한이 폐쇄된 병원폐허에서 유력한 남자 용의자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 이후,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쓰러지는 장면은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시그널’은 1화부터 2015년과 2000년의 시공간을 동시에 진행시키면서 시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무엇보다 공소시효 만료가 불과 며칠을 앞두고 줄어드는 과정은 시청자가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또한 프로파일러인 박해영이 마치 설록 홈즈처럼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특정하는 그의 모습은 특히나 그러하다. ‘시그널’은 김윤정 유괴사건의 범인을 ‘30대 중반의 여성 간호사’로 지목하고, ‘결정적 증거’를 찾았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엄청난 긴박감을 보여준다.






애초에 수사국장인 김범주가 ‘범인의 자살’로 사건을 종료하려 했던 것을 뒤집는 것과 동시에 시청자에게 ‘도대체 수사국장은 왜 그랬을까?’란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1화를 통해 이재한의 과거 죽음과 김범주 수사국장과 어떤 관련이 있으리란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시그널’은 막판에 반전에 반전을 더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범인 간호사를 차수현과 박해영이 공소시효를 20분 남기고 잡았을 때야 한숨을 놓을 수 있었다. 사실 과거와 현재인 인물들이 특정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의 이야기는 이미 제법 있어왔다. 






이런 류의 작품들은 잘 만들면 보기 좋지만,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무너지기 쉽다. 특히나 이런 범죄물은 더더욱 그렇다. 오늘날 시청자들은 미드와 일드 등을 보면서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까다로운 시청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그러나 ‘시그널’은 1화만 놓고 봤을 때는 정말 영화와 비견해도 좋을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만약 이 정도의 완성도만 쭈욱 유지시켜준다면? 오랜만에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할 듯 싶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의 역량이 돋보인 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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