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시그널’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

朱雀 2016. 3.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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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시그널’ 최종화는 허탈하다. 결국 바뀐 과거에도 불구하고 이재한은 실종되고 말았다. 물론 제작진의 고민이 읽히는 최종화였다. 이재한은 김범주에게 잡혀서 죽을 위기에 처했다. 안치수가 그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순간, 뜻밖의 총성이 터지고 안치수는 현장에서 잡히고 만다.



바로 자신이 죽을 날을 알고 있었던 이재한이 미리 그들이 자신을 납치한 장소를 광수대 동료들에게 알린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재한은 자신이 말한대로 차수현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재한은 또한 죽지 않았기에 박해영의 형인 박건우의 억울한 죽음 역시 가족에게 알리고 인주 성폭행 사건의 범인이 아님을 밝힐 수 있었고, 박해영은 비록 형은 살리지 못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김범주는 이재한에게 ‘현역 형사를 죽이기 싫으니 포기해라’는 식으로 말한다. 인주 성폭행 사건의 진범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박건우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포기하라고 말이다. ‘시그널’에서 김범주는 모든 악의 축이다.



그러나 그 역시 하나의 말에 불과하다. 김범주가 나중에 말하지만 인주시 장영철 의원은 청와대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엄청난 권력자다. 모든 음모를 뒤에서 조종한 자가 그이기에 그런 엄청난 권력자와 일개 강력계형사가 그를 대적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재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은 비록 드라마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에서 차수현과 박해영은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그들은 무척 정의롭다. 그러나 그들이 정의로울 수 있는데 ‘이재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둘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처지다.





이에 반해 이재한은 의지할 곳이 아무곳도 없다. 그는 흔히 말하는 대로 돈도 빽도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아무리 정의롭게 행동하려고 해도 주변 여건이나 상황이 제대로 받춰주질 않는다. 오히려 안타깝지만 안치수의 행동은 우리에게 더욱 이해가 간다.



그는 비록 김범주의 제안에 넘어갔지만 거의 끝까지 이재한을 살해하는 걸 반대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딸이 불치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돈이 급박한 그로선 결국 김범수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이재한에게 총구를 들이밀게 된다.



흔히 우리는 ‘정의는 지켜야 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나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걸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이재한은 극중에서 형사로서 범죄에 희생당하는 피해자들편에서, 그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그들이 피해를 더이상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의 그런 피나는 노력과 눈물겨운 추적은 시청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죄를 지었으면 돈이 많건 빽이 있건 거기에 맞게 죗값을 치뤄야죠. 그게 우리 경찰이 할 일이잖습니까!’라는 그의 명대사는 아마도 오랫동안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다.



왜? 우린 돈으로 빽으로 죄를 짓고도 죗값을 치루지 않는 상황을 너무나 현실에서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원래 그런 거지 뭐’라고 포기하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비록 드라마지만 ‘시그널’에서 주인공인 이재한과 차수현 그리고 박해영은 포기하지 않았기에 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고, 희생자들이 더 나오지 않도록 그리하여 피해자들이 더 나오지 않도록 했다.



포기는 쉽다. 간단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만약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길 원한다면 포기하면 안된다. 아마도 제작진은 그런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던지고 있는 듯 싶다. ‘포기하지 마’라고 몇번이나 반복하는 ‘시그널’의 메시지는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오늘날 많은 한국의 시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절망스런 현실이라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조금이나마 나은 삶이 되고, 그것들이 모이면 세상은 더욱 살만한 곳이 되지 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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