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공허한 중념남자의 삶, ‘아노말리사’

朱雀 2016. 4.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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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사’에 대해 별 다른 정보없이 보러갔다. 아니, 하나 있었다. 영화관련 커뮤니티에서 외국에서 먼저 본 누군가가 강추하는 것을 보았다. 그 게시물에 호기심이 생겼고, 이제서야 겨우 찾아보게 되었다. 보고 난 소감은 ‘씁쓸함’이다.



‘아노말리사’는 마이클 스톤이 신시내티에 와서 이틀간 경험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면 쉴새없이 떠드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질려버린다. 평상시에도 소음에 예민한 편인데, 영화 시작부터 그러니 짜증이 날 수 밖에.



그러나 동시에 ‘왜 마이클 존스만 빼고 목소리가 똑같지?’라는 의문에 내내 시달렸다. 그 의문은 영화 거의 끝자락에 가서야 풀리고 이건 관객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마이클 스톤은 꽤 성공한 인생이다. 그는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라는 저서로 성공했고,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을 두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보았을 때 그를 부러워 할 수 밖에 없다. 헬조선의 우리라면. 그러나 정작 영화속 그의 모습은 혼란스럽고 도망가고자 하는 모습만 보인다. 왜일까? 그의 말들은 어딘가 공허하고 삶에 대한 그의 태도는 심드렁하기 이를 데 없다.



언뜻 보면 그는 ‘배부른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든 요즘 같은 세상에서 돈 걱정없이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선 말이다. 그러나 영화 결말부에 이르면 우린 그 나름대로는 꽤 심각한 문제라는 데 동의하게 된다. 왜? 그는 자신외엔 모든 사람의 얼굴이 똑같고, 심지어 목소리까지 똑같게 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의문이 든다. 그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어찌보면 그는 백인남자에 꽤 성공한 인생이다. 영화에서 묘사되지 않지만 평탄한 그의 인생은 되려 그에게 그런 고통을 선사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좀 더 보편성을 일부러 부여한다면, 중년 남자가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보여줄 런지도 모른다. 왜? 모든 사람이 똑같기 보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리사는 유일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으로 다가온다.







그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목소리로 들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으로 등장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는 천상의 목소리를 듣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아침에 일어나니 그녀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내 변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마이클은 처음 보는 여자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관심을 잃어버리는 남자들의 속성을 그려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 결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리사를 보면서, 우린 리사가 아니라 마이클에게 문제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노말리사’는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 영화다. 그건 관계에 대한 영화이자,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어찌보면 마이클의 모습은 수많은 이성을 만날 수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시대에 살아가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것일 수 있다.






동시에 현대인이 가지고 있을 까닭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그렸는 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데, 성인용품점에서 산 일본 인형이 자신만의 소리를 가진 장면은 무척이나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어쩌면 그건 인간보다 기계가 우리에겐 더욱 개성적으로 다가온다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기에.



애니메이션의 형태를 취했지만, ‘아노말리사’는 철저하게 성인을 위한 작품이다. 작품의 분위기는 내내 음습하고 어둡기 그지 없으며, 마이클의 모습은 시종일관 관객을 눈쌀 찌푸리기에 충분하다. 왜? 그는 철저하게 자신밖에 모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통외엔 타인에겐 무관심한 그의 모습은 소심하고 예의바르게 포장되어 있지만 매우 이중적이기에. 그러나 동시에 그런 모습이 나의 모습은 아닌지 부메랑으로 돌아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아노말리사’는 무척이나 괜찮은 작품이다. 90분 동안 진중하게 작품에 몰입하고 현대인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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