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2016년 최고의 영화를 맞이하라! ‘곡성’

朱雀 2016. 5.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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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이렇게 기분이 찝찝한 것은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다신 보고 싶지 않은 영화다. 못 만들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잘 만들었기에 다시보고 싶지 않다. ‘곡성’의 장르는 미스터리가 될 것이다. ‘곡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무서워 개봉전까지 한동안 관련검색은 물론 영화 커뮤니티에서 아예 관련 게시물은 보지도 않았다.



마침내 관람한 지금은 무척이나 찝찝하고 난감하다. ‘곡성’은 잔인한 장면을 거의 별로 보여주지 않는다. 공포영화에서 흔히 하는 것처럼 소리로 관객을 놀래키지도 않는다. 대신 장면 하나하나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때문에 스쳐지나간 장면들 사이사이에 ‘뭔가 본 것 같은데?’ 내지 '내가 뭘 놓친 거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결말부에 가면 그건 끔찍하게 관객의 뒤통수를 가격한다. ‘곡성’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곽도원의 원톱이란 사실이다. 예고편을 볼때만 해도 황정민과 천우희가 거의 비슷한 분량으로 등장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황정민의 분량은 생각보다 매우 적고, 천우희 경우엔 아예 몇 장면이 되질 않는다.



물론 두 사람의 출연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곡성’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곽도원이 맡은 종구다. 종구는 시골마을의 평범한 경찰이다. 그런데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 갑작스럽게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온순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인지 자신의 가족을 죽이는 끔찍한 살인사건을 벌인 것이다.



곽도원이 연기를 매우 잘 하는 배우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설마 영화에서 혼자서 모든 극을 끌고 나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곡성'에서 곽도원은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다. 무서운 연기력이지만 동시에 곽도원에게 이런 역할을 맡긴 나홍진 감독의 뚝심과 연출력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오직 '곡성'이기에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야생 버섯 중독 사건으로 경찰은 결론 내리지만 상황은 아무리봐도 아닌 것 같다. 종구는 처음엔 동료경찰에게 들은 소문을 무시하지만 날이 갈수록 소문이 왠지 그럴 듯 하게 느껴진다. ‘곡성’은 나홍진 감독이 밝혔지만 코미디적인 요소가 상당히 존재한다.



특히 등장인물이 벼락을 맞거나 한참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데, 뜬금없이 한 인물이 황당한 욕설을 하는 등의 장면 등은 관객을 웃기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계속되는 끔찍한 사건과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은 점점 관객을 옥죄고 결말부에 이르면 모두들 아연케 된다.



처음 무당 일광(황정민)이 등장할 때만 해도 어떤 식으로든 사건이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꼬이고 내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더더욱 미궁에 빠져든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에 사건해결을 위해 나섰던 종구는 딸 효진이 피해자들과 똑같은 증상을 보이자 점점 광기어린 인물로 변한다.


'황정민이 언제 등장하지?'란 의문은 후반부에 그가 무당으로 등장하면서 '야! 이게 사건이 해결되나 보네'라고 기대를 가지게 되지만, 점점 더 미궁에 빠질 뿐이었다. 황정민이 분한 일광은 역시 엄청난 존재감으로 관객의 뇌리에 선명하게 박힌다.



평범했던 그가 점차 변해가는 모습은 가장이자 아버지로서 동감할 수 밖에 없고, 그의 폭력적인 행동을 이해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곡성’은 떡밥을 너무나 많이 던지기에 관객이 상상하게끔 만든다. 특히 변해버린 효진을 보고 딸의 소지품을 뒤지던 종구가 끔찍한 그림과 낙서를 발견하게 되면서, 마을에 나타난 일본 외지인이 혹시 나쁜 짓을 한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곡성’은 조금만 삐끗하면 유치해지기 쉬운 작품이다. 쿠니무라 준이 연기한 ‘외지인’이 무슨 괴물처럼 묘사되는 장면이 특히 그러하다.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를 비롯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단 한순간도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거기에 감독의 연출력과 제작진의 정교함이 더해지면서 한순간도 관객에게 숨쉴틈을 안 주면서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오직 '곡성'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곡성’은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지?’라는 생각만 하게 만든다. 영화를 본 이후 관객들은 '외지인의 정체는?' '일광의 정체는?' '천우희의 정체는?' 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데?’ 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외지인 역을 한 쿠니무라 준. 일본배우가 나온 다길래 '단역인가?'했는데 막상 영화에서 엄청 중요한 역할이라 놀라웠다. 무엇보다 어설픈 우리말 대사 없이 오롯이 일본어 대사를 하고, 그게 극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한다. 또한 오직 그가 일본인이기에 가능한 부분들은 실로 놀랍기 그지 없었다. '곡성'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고 끔찍하게 만든 덴 그의 공이 매우 크다. 그의 탁월한 연기에 그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무엇하나 명확한 답을 하기 어렵다. ‘곡성’은 마치 요지경 같아서 관객이 생각한 바에 따라 천차만별로 해석을 하게끔 만들었다. 따라서 수백 아니 수천가지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마치 좀비처럼 행동하는 인물들과 까마귀의 등장, 끔찍한 굿과 주술적인 행위들. 끔찍한 사건 현장들.



무엇보다 ‘곡성’에서 관객을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일상의 무너짐에 있다. 우리가 제일 공포를 느낄 때는 우리의 안전하다고 생각한 일상이 무너질 때 있다. ‘곡성’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순박한 인물들이다. 그런 이들이 영문조차 알 지 못하고 끔찍한 일을 당할 때 ‘나는 설마?’라고 종구는 아마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딸 효진이 같은 증세를 보이면서 그가 느꼈을 공포를 관객은 고스란히 맛보게 된다. ‘곡성’을 보고 나서 나름대로 해석해보고자 머리를 굴려봤으나 서사적으로 봤을 때 영화는 말이 안되는 구석이 많다. 아마도 감독이 일부러 관객이 헷갈리게 만들고자 의도적으로 그런 영상배치와 편집을 했을 거라 여겨진다.


몇 장면 나오지 않지만 정말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천우희. 영화를 보고 나면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저 미치도록 궁금할 뿐이다.



‘곡성’의 끔찍함은 관객이 여기저기 빈 이야기를 자신도 모르게 ‘끔찍한 상상’으로 메꾸게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익숙한 괴담(도시괴담+일본 괴담)에 주술적인 요소 무엇보다 성경구절 등이 가미되면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엄청나게 확장해놨다.



무엇보다 그걸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관객이 고민하면서 볼 수 밖에 없게금 정교하게 배치한 감독의 연출력은 실로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아마 2016낸 개봉작 중에 이 영화만큼 미친 완성도와 연출력을 보여줄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딸이 피해자들과 같은 증세를 보이면서 점차 광기를 보이는 종구의 모습을 곽도원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연기해낸다. 어딘가 느슨했던 시골마을 경찰이 딸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광기어리게 변해가는 모습은 관객에게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더욱 관객의 선택이 궁금하다. 과연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독특한 이 작품을 관객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말이다. ‘트윈픽스’ 처럼 컬트적인 요소로 잔뜩 중무장한 이 영화가 어떤 기록을 써나갈지 그저 궁금하다.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진과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준 제작진에게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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