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베트남 현지맛을 살려냈다는 건대 미스사이공에서 볶음밥을 먹다.

朱雀 2016. 9.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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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3년전 태국 치앙마이에서 먹었던 볶음밥이 떠오른다. 엄청난 맛집은 아니었지만 아침마다 할머니가 내주시던 40바트(약 1,271원)짜리 볶음밥은 안남미 특유의 맛과 고기가 잘 어울려진 소박하고 질리지 않는 식사였다. 거의 30여일 넘게 먹었던 것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맛 때문이었다.


치앙마이에서 외국인들이 주로 가는 식당에서 세 배이상 비싼 볶음밥과 팟타이를 먹어봤지만, 국내에서도 느낄 수 있는 비슷한 맛과 향에 놀라고 말았다. 치앙마이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상당히 저렴한 값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들 중에서도 그 특유의 맛과 정성에 작은 감동을 느낄 때가 있었던 것과 매우 대비되는 대목이었다.


그런 탓일까? 한국에서 만난 태국 음식점은 실망만 가득했다. 거의 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과 태국 특유의 풍미와는 전혀 거리가 먼, 그야말로 무늬만 태국음식을 먹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뭐 심한 곳은 간판만 태국 음식점이지 중국집 볶음밥과 다를 바 없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사이공 볶음밥 곱배기(4,900원). 정말 양이 넉넉해서 나같이 많이 먹는 이들도 충분할 정도였다. 맛도 가격대비 썩 준수했다.

사이공 볶음면 곱배기(4,900원). 당신이 일찍이 먹어본 그 베트남식 볶음국수 맛이다. 양도 푸짐하다.

춘권모듬(3,900원). 바삭바삭한 게 맥주 한잔이 저절로 생각날 정도였다. 

중국식 볶음밥과는 다른 특유의 단맛과 향신료 그리고 느끼함은 종종 베트남식 혹은 태국식 음식을 찾게 만드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 탓일까? ‘노량진의 전설’이라고 자신있게 간판에 내걸은 ‘미스 사이공’이 건대역 근처를 지나가다 눈에 들어왔다. 일행과 함께 각각 사이공 볶음밥과 사이공 볶음면을 곱배기로 시켜서 먹으면서 간만에 마음에 들었다. 우선 가격이 착했다. 일반은 3,900원이고, 곱배기를 시키면 천원이 더 붙어서 4,900이 되는 가격은 태국과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조금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거의 만원 가까이 하는 국내 대다수의 베트남과 태국 음식점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이하니까. 요샛말로 '착한 가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상 외로 매웠던 칠리 소스. 달달한 칠리소스 생각하고 뿌렸다간 큰일난다. 처음에는 '칠리소스네'라고 생각했다가 점차 올라오는 매운 맛에 꽤나 당황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입에서 브레스가 나오는 줄' 알았을 정도였다.

중국식 볶음밥과는 다른 고소함과 달달함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베트남 특유의 향신료 냄새도 그다지 강하지 않지만, 대신 고수를 넣는 것은 잊지 않은 듯 하다. 적당히 현지화했다고 할까?


그렇다고 맛까지 저렴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필자가 여기저기 가본 베트남, 태국 음식점과 비교해도 오히려 훌륭하고 동남아 특유의 맛과 향이 느껴졌다. 고수를 비롯한 특유의 냄새가 배어나오고, 중국 요리와는 또 다른 향. 그리고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맛은 이내 치앙마이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내가 여행갔던 곳은 태국의 치앙마이고, 이곳은 베트남 음식점이라 조금 다르다. 그래도 이웃한 나라고 동남아 특유의 비슷한 느낌은 태국 여행때를 생각케 하기에 충분했다. 집근처에 있다면 자주 가고 싶은 음식점이다. 혼자 가서 먹기에 편하고, 자판기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쌀국수, 볶음밥, 볶음면이 모두 3,900원이란 비교적 저렴한 가격표는 부담이 없으니까.


그러면서도 맛까지 있으니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게다가 고수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탓에 고수에 거부감이 있는 이라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성인 남자도 만족시키는 곱배기의 양은 출출할 때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혼밥할때나, 가볍게 먹고 싶을 때,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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