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정말 베트남 쌀국수와 반미를 먹고 싶다면 포88을 기억하라!

朱雀 2016. 9.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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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쌀국수를 처음 먹었을 때가 기억난다. 아마도 여동생 때문에 먹게 된 것 같은데 고수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거부감이 생겼다. 그래서 연신 ‘맛있다’라고 하는 여동생을, 사우나 온탕에 들어가서 ‘아! 시원해’라고 말하는 동네아저씨를 흘겨 보듯이 보게 되었다.


그런데 대체로 그러듯이 처음엔 고수를 빼고 먹다가 나중에 고수를 찾아서 먹게 될 정도로 어느덧 마니아(?)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대체로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쌀국수집은 이제 가격표가 8천원을 넘어서서 9천원을 우습게 보고 이젠 만원까지 찍고 있다.


알고 계시겠지만 본디 쌀국수는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가 동네에서 잔치국수 먹듯이 먹는 흔한 노점음식이다. 따라서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판다. 베트남에 가면 3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물론 물가차이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래도 국내 쌀국수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할 만한 대목이라 본다.



따라서 6천원부터 시작하는 용산구청 근처에 위치한 포88의 가격은 요새 표현으로 ‘착하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지 않고, 쌀국수와 숙주와 고기 등이 제대로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국수를 시켜서 국물맛을 보니 고수향이 진하게 우러나오면서 매운 맛이 제법 강렬했다.


국물 자체가 고수향이 강하므로, 고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이점 유의하시길. 베트남쌀국수가 그렇지만 이곳의 국물은 특히 시원한 느낌이 강하다. 아마도 술을 마신 다음날이나 날이 쌀쌀할때 해장하기에 이만한 게 없을 듯 싶다.


이 집에 오면 반드시 시키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반미다. 프랑스 바게트 빵안에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무채와 당근 피클, 오이채 고수 그리고 갈비구이와 피쉬소스가 곁들여져 첫맛은 상큼하고 뒷말은 달달하다. 그렇다고 너무 단게 아니라 은은한 단맛에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와 고수가 깔끔하게 마무리 해주는 뒷맛은 누구라도 반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가격은 고작 5천원! 이태원에서 샌드위치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무려 1만원 넘는 반미를 먹어봤지만 느끼하기만 할 뿐, 포88처럼 매력적인 맛을 보여주진 못했다. 갈비밥과 비빔국수도 매력적이지만, 베트남 샌드위치인 반미는 이 집에서 가장 맛있고 너무나 매력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기회가 닿는다면 다른 건 몰라도 반미만큼은 꼭 추천한다. 


비싼 가격표로 채운 음식점들이 즐비한 이태원에서 포88은 맛과 가격에서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아울러 가격에 앉아서 반미와 쌀국수 등을 먹는 순간 짧게나마 복잡한 서울에서 벗어나 마치 베트남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주는 포88은 서울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이태원에서도 별처럼 빛나는 음식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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