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부드러운 너무나 부드러운 가츠동, 공릉역 ‘일상다반’

朱雀 2016. 10.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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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 이 말만큼 자주 동감하는 속담이 있을까? 내가 사는 동네 근처의 맛집들을 알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집근처 맛집은 아무래도 친구들이 오지 않는 이상은 잘 갈 일이 없다. 집에서 밥먹으니 되니 굳이 밖에서 돈 쓸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궁금하면 혼자가서 먹으면 되지만 사실 혼자 가는 것은 의외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 잘 가지 않는 곳은 말이다. 공릉역과 태릉역 근처는 집에서 전철을 타면 두세정거장 밖에 안되는 무척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나에겐 북극만큼이나 심리적으로 머나 멀었다.


그러다가 마침 친한 이가 근처에 올일이 있어서 궁금해서(일부러) 찾아가봤다. 저녁이 오후 5시부터 시작인데 우린 조금 일찍 한 10분전에 도착했다. 그래서 근처 벤치에 앉아 조금 기다려야 했다. 날씨가 갑자기 겨울로 넘어가려는지 쌀쌀해서 조금 놀랐다. 

저녁 오픈 시간인 오후 5시보다 10분 일찍 도착해서 주변 벤치에 잠시 앉아 있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30분쯤 일찍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생각했다. 대신 하늘은 무척이나 푸르러서 참 보기 좋았다.


오후 4시 58분쯤 되었을까? 창문가에 내려져 있던 블라인드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들어가는데, 우리 보다 먼저 들어가는 커플을 발견했다. 그리고 우리가 앉은 지 얼마 안되어서 금방 자리가 차고 말았다. 새삼 이곳이 핫플레이스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점심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저녁은 오후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매월 1째, 3째 일요일은 쉰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물론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진 브레이크 타임이란 점도.

초점이 잘 안 맞았다. ㅠㅠ

주변을 보니 아무래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자리를 잡은 듯 싶었다. 20대 특유의 생기발랄함이 넘쳐 흐른달까? 간간이 과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았고. 새삼 '대학생 시절 뭘 했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린 고민끝에 각각 가츠동(1만원)과 치킨가라아게 정식(1만2천원)을 시켰다. 

이것이 가츠동!


얼마나 기다렸을까? 소담한 정식이 차려져 나왔다. 가츠동과 치킨가라아게 정식을 빼고 나머지는 동일했다. 미소국, 샐러드, 말린 버섯 무침(?), 짱아치(?), 김치 그리고 요구르트. 특히 요구르트는 식당에서 잘 보지 못했던 것이라 조금 반가웠다.

요게 바로 치킨가라아게 정식이다.

잘 익은 치킨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부드러움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가츠동위에 올려져 있는 돈가쓰를 먹었는데 특유의 부드러움에 조금 이채로웠다. 최근 먹었던 돈까스들은 대부분 바삭함이 먼저 입안을 채웠는데, 이곳의 돈까스는 껍질(?)부터 속안의 고기까지 적당히 잘 익혀져 특유의 부들부들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돈까스도 돈까스지만 계란이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계란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또한 일반적으로 가츠동을 비롯한 간이 센 편인 집을 자주 보았는데, 이곳의 간은 식당치곤 상당히 약한 편이었다. 치킨가라아게를 먹어봤는데, 치킨가라아게 역시 약했다. 가츠동의 방점은 가츠동보다 계란이었다! 잘 익혀진 계란은 뜨겁고 무엇보다 식감이 너무 좋아서 놀라웠다.


여태까지 가츠동을 먹으면서 돈까스보다 계란에 놀란 적은 없었다. 양은 여성들에게 맞춰진 것 같았는데, 이집에선 밥과 반찬은 무한리필되니 부족한 이는 더 시켜먹으면 될 듯 싶었다. 

 

공릉동 폐철길은 벽화도 있고 맛집과 멋집이 자주 보여서 걷기에 무척 좋았다. 언제 날잡아서 여친과 함께 와야겠다.

먹고나니 늘 그렇지만 사케동을 비롯해서 우나기 벤또, 부타가쿠니, 오야꼬동의 다른 메뉴들이 무척 궁금했다. 아무래도 다른 집과는 다른 맛을 보여줄 듯 싶었기 때문이다. 공릉동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다반은 분명히 은은한 매력을 지닌 집이었다. 멀지 않은 시간안에 재방문하게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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