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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되면 아무래도 선택권은 여자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식사를 위해 나서면 아무래도 여자가 갖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딱히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면 이미 그렇게 되어 있다. 아마도 맞춰 주려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가게 된 ‘팔람까오’는 정말 우연히 검색하다가 알게 된 집이다. 이태원이나 한남동이 아닌데, ‘과연 제대로 태국맛을 느끼게 해줄까?’라고 여겨졌지만 워낙 후기들이 좋아서 가게 되었다. 우선 팟키마오(10,800원), 칠리 팟타이(9,800원)을 시켰다.


팟키마오는 ‘꾸웨이띠여우 팟키마오’가 원래 이름인 모양이었다(메뉴판을 보니). 숙주, 다진돼지고기, 해물을 볶아서 얼큰한 태국 해장 쌀국수란다. 칠리 팟타이는 다진 돼지고기에 매콤한 타이 칠리소스로 볶음 매콤한 볶음 쌀국수.

태국 창 맥주와 밑반찬으로 나온 단무지와 피클.

주문하고 나서 뭔가 허전해서 창 맥주(5,000원)를 주문했다. 몇년 전에 태국 치앙마이로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 생각이 문득 났다. 얼마 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와! 그 푸짐한 양에 일단 놀랐다. 일반 태국음식점의 약 1.5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팟키마오. 매콤한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매웠다.

칠리 팟타이는 맛있게 맵긴 했는데, 역시 예상보다 맵기의 강도가 세서 놀랐다. 필자는 워낙 매운 걸 잘 먹지 못해서 그런데, 매운 걸 좋아하는 분들은 아마도 딱 맛있게 매운 수준일 듯 싶다.


기분 좋게 우선 칠리 팟타이를 먹어보았다. 숙주와 쌀국수면의 어울림이 좋았고 매콤한 맛이 좋았다. 어! 근데 생각보다 점점 더 매워졌다. 이런! 팟키마오를 먹어봤다. 엌! 더 맵다. 난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데, 뜨겁고 매우니 최악이었다.

여긴 따로 부탁하지 않았는데, 음식을 내올때 아예 6개의 앞접시를 주셔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결론적으론 우리가 음식을 추가 주문해서 선견지명이셨지만.


분명히 매콤하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꽤 매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쌀국수를 하나 시킬 걸. 어쩔 줄 몰라하는 날 위해 여친은 안 매운 음식을 하나 시키자고 했고, 얼른 소고기 볶음밥(카오팟 느어: 9,800원)을 시켰다. 예상보다 빨리 나왔고, 맵지 않았지만 역시 따뜻한 탓에 입안이 조금 얼얼했다.

소고기볶음밥, 다른 음식들은 내가 태국에서 잘 시키지 않아 모르겠는데, 이것 만큼은 태국에서 자주 먹던 그 맛이었다! 


아직 입안의 매운 기가 가시지 않은 탓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음식이 식고 나니 팟키마오와 칠리 팟타이의 매운기가 싹 사라졌다. 정말 거짓말처럼. 그러면서 본연의 맛을 좀 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태국음식점에 가보면 이상하게 중국집 요리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태국식 볶음밥을 시켰는데 중국집에서 먹는 볶음밥 맛이고, 매콤한 쌀국수를 시켰는데 짬뽕맛이 나는 식으로. 근데 이 곳은 달랐다! 이곳의 쌀국수 육수는 12가지 이상의 약재와 신선한 고기를 사용해 4~5시간 정도 직접 우려냈다는데, 확실히 진하고 일반 태국음식점에선 느낄 수 없는 풍미가 느껴졌다.


여친의 경우엔 태국 요리를 좋아하다못해 사랑하는 수준인지라 태국음식점과 쌀국수집을 가는데, 고수를 달라고 해서 먹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 음식 특유의 향과 맛이 잘 나지 않는 탓이었다. 그런데 이 곳에선 ‘고수’의 ㄱ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만큼 팔람까오는 제대로 된 태국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태국 음식은 달거나 맵거나 하는 식으로 극단적이다. 아마도 더운 날씨탓인 것 같다. 대신 매운 맛은 우리처럼 진득하니 계속 매운게 아니라 휘발성이 매우 강했다. 너무 오랜만에 제대로 된 태국음식점에 와서 잊고 있었다. 


소고기 볶음밥은 태국에서 먹던 그 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중국식 볶음밥과는 다른 맛. 특유의 향신료 등이 첨가되어 ‘나! 태국음식이야!’라고 제대로 입안에서 알려주었다. ‘팔람까오’가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에 위치해서 아쉬웠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 자주 갈텐데. 제대로 된 태국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팔람까오’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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