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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우린 quatre lapin(キャトルラパン: 캬토루 라팡(영어식 발음으론 카트르 라팡쯤?))에 오전 11시쯤 갔다가 실패했다. 입구 안내판엔 무정하게도 ‘오늘 런치의 접수는 종료되었습니다’라고 써있었다. 그 얼마나 속상하던지. 언제 실패를 두번 반복하기 싫었던 우리는 다음날 아예 오전 9시를 조금 넘겨서 찾아갔다.


한 오전 9시 30분쯤 되었을까? 셰프로 보이는 분이 가게로 나왔다가 우리를 보곤 깜짝 놀라물었다. 내가 일본어를 하지 못해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아마도 “너네 몇시에 문 여는지 알고 온 거냐? 아직 열려면 한참 있어야 돼”라는 식이었던 것 같다.


이윽고 대기현황노트(?)를 가져온 셰프는 우리를 첫 번째로 오전 11시 반에 들여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전화번호도 이름도 묻지 않았다. 물론 외국인이자 관광객이란 사실을 미리 밝히긴 했지만, ‘너무 쿨한 것 아냐?’라는 반문 아닌 반문을 할 정도였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남은 우리는 가까운 동네마트에서 각자 녹차와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고, 오전 11시 15분이 되어 다시 캬토루 라팡으로 향했다. 안내 칠판을 보니 점심 메뉴의 가격이 적혀있었다. 200그램에 800엔, 300그램에 1,050엔, 400그램에 1,300엔. 200그램의 스테이크를 우리 나라 돈으로 약 8,6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와 함께 입장한 다른 일행은 몹시 친한 지 셰프가 때때로 높은 톤으로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덕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오픈형 주방이기 때문에 손님이 고기를 자르고 요리하는 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리하는 모습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지 않는가? 게다가 스테이크라면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새삼 많은 이들이 점심 한정 메뉴를 먹기 위해 대기판에 이름을 올리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드디어 오전 11시 반이 되었고 우린 입장할 수 있었다. 식당의 한가운데는 오픈형 주방이 위치했고, 그 주위를 삥 돌아서 손님들이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를 빼놓고, 대다수 일본 손님인 탓에 곧장 이야기꽃이 피었다. 우리처럼 처음 온 손님도 있었지만, 단골로 여겨지는 이들이 있었고, 셰프는 그들과 농담도 하며 웃고 떠들며 요리를 했다. 고기를 굽고, 소금과 후추를 치고, 칼로 잘라 접시에 놓는 모든 순간들에서 장인의 세심함과 정성이 함께했다. 한 마디로 포스가 느껴졌다.

다시마와 계란 등을 넣어서 감칠맛이 나게 끓여낸 스프

스테이크가 익어가고 있다! 흥분된다!


웃고 떠들다가도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은 멋있었다. 난 300그램, 같이온 승해는 400그램을 시켰다. 폰즈, 와사비간장, 된장 소스, 소금-후추 중에서 두 가지를 고를 수 있었는데, 난 소금후추와 폰즈를. 승해는 폰즈와 된장 소스를 선택했다.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굽기 정도를 물어보지 않아 신기했는데, 적당히 레어와 미디엄 레어 등으로 구성을 해서 다양한 맛으로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야호! 내가 주문한 스테이크가 완성되었다!

내가 주문한 300그램 중량의 스테이크. 소금후추와 폰즈 소스로 최대한 고기 맛에 중점을 두었다.

일행인 승해가 시킨 400그램 스테이크. 폰즈와 된장 소스를 선택. 뭔가 비주얼부터 심상치 않아 보이질 않는가?

밥 역시 그 자리에서 셰프가 직접 퍼서 손님에게 준다. 원하면 밥은 더 퍼준다.


스테이크는 정말 살살 녹았는데, 새콤한 폰즈와 소금과 후추의 간으로 고기의 풍미를 더욱 자아내게 했다. 된장 소스가 궁금해서 일행이 시킨 것을 먹어봤더니, 꽤나 짠맛이 강했는데 묘하게 익숙한 맛이었다. 그때! ‘이거 삼겹살 구워서 쌈장에 발라먹을때랑 비슷한데요’ 


그제서야 ‘아!’ 했다. 정말 우리가 쌈장에 고기를 찍어 먹을 때랑 맛이 비슷했다. 그렇다고 오사카까지 와서 레스토랑에서 삼겹살에 쌈장을 발라먹는 느낌을 받게 될 줄이야. 조금 의뢰로 놀라고 웃기기도 했지만, 또 익숙한 맛과 다른 맛들이 존재했기에 먹는 재미가 존재했다.


개인적으로 와사비간장과 된장으로 소스를 택했을 때 가장 이곳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약간 심심한 듯 한 내 선택도, 승해의 강렬한 된장의 맛과 어우러진 스테이크의 조합도 훌륭했다. 스테이크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에겐 매우 고급 음식이다.

다음엔 꼭 와사비 간장과 된장 소스를 선택해서 먹어봐야지! 아마 이곳 최강의 조합일 듯.

음식을 먹어보니 왜 런치 세트가 늘 순식간에 다 팔리고, 예약손님이 두달전부터 마감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내공이 넘치는 레스토랑이었다.


물론 집에서 좋은 고기를 사서 누구나 쉽게 해먹을 수 있지만, 캬토루 라팡에서 먹는 런치 세트는 이곳만의 개성과 맛을 잘 살려낸 메뉴라 여겨진다. 주변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추천한다. 오전 10시쯤 가면 대기판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걱정된다면? 오전 9시 반쯤 아예 일찍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본다. 가성비도 가성비지만, 맛 자체로도 분위기로도 매우 훌륭한 스테이크 맛집이었다. 오사카에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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