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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와 더불어 돈까스에서 1, 2위를 다투는 만제의 돈까스를 먹기 위해 아침 8시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오전 8시 10분경.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 앞엔 무려 8명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제는 오전 11시 반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따라서 우린 3시간 넘게 먼저 왔는데도, 5명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몇시에 온 것일까? 궁금하다. 진심으로 맛집에 대한 사람들의 집념이 새삼 무서워졌다(?).


드디어 오전 8시 반. 종업원이 대기판을 내놓았다. 승해가 대기판에 우리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점심 대기판과 더불어 저녁 대기판도 내놓았다. 심지어 한명은 저녁 대기판에 이름을 써놓고 갔다. 도대체 이 곳의 이런 분위기.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얼마나 맛있길래? 뭐 이따 3시간 후면 알 수 있겠지. 

날씨가 쌀쌀해졌는데도, 이제 오전 8시 1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리 앞엔 무려 8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11시 10분쯤 되어서 우린 근처 미스터 도넛에서 나와, 만제로 다시 향했다. 그런데 우린 깜박 실수하고 말았다. 만제의 좌석은 겨우 10석 밖에 되질 않는다. 그런데 우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20석 정도로 착각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 앞에 약 19명이 예약된 상황에서 첫번째 오더 순서에선 잘릴 수 밖에 없는데, 그걸 깜빡했다.


설상가상으로 난 아침에 별 생각없이 점퍼를 입지 않고 나왔다. 이곳으로 온 이래 온도가 20도 정도로 매우 포근했기 때문에, 조금 쌀쌀했지만, ‘정오가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 앞 겨우 5팀이 들어간 상황에서 난 절망스러웠다.

모두가 극찬하는 도쿄엑스는 토요일에만 파는 한정메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


다행이 영하의 날씨는 아니었지만, 10여분 넘게 바람까지 부는 상황에서 대기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다행이 10여분 정도 지나자 우리는 안에서 기다릴 수 있게 되었고, 메뉴판을 보면서 대망의 제일 맛있다는 도쿄X를 호기롭게 주문해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처음엔 잘못 알아 들어서 우리 앞에서 주문이 끝난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토요일에만 한정수량(딱 25개만!)으로 주문이 가능했다. 할 수 없이 우린 대신 3가지 세트를 시켰다. 원래 히레(안심), 로스(등심), 아지노돈 이렇게 3개로 이루어진 세트였다. 2~4인분이며, 가격은 무려 4,480엔(약 47,400원)으로 상당히 가격은 높은 편이었는데, 거기서 아지노돈을 흑돼지로 바꾸었다. 그것도 480엔을 더 내고. 이유는? 아지노돈보다 흑돼지가 더 맛있다고 많은 이들이 추천했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오픈형 주방으로 주방을 바라보고 의자에 앉아있는데, 각자 개인접시에 소금을 뿌려 주고, 따뜻한 녹차와 샐러드 그리고 특제소스와 돈가스 소스를 준다. 여기에 정식 세트(490엔)를 추가로 주문하면 밥과 미소된장국과 쓰게모노를 따로 내준다.


난 그저 돈가스를 즐기고 싶었기에 정식 세트는 추가하지 않았다. 거의 5천원 돈을 주고 밥과 국을 추가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다. 그러나 우리가 주문한 돈가스 세트가 나오고 몹시 후회했다.


자리에 앉은 지 10여분 정도 지나서 우리가 주문한 3가지 세트가 나왔다. 앞쪽엔 로스, 오른쪽 옆엔 히레, 그리고 뒤편에는 흑돼지를 뜻하는 앙증맞은 깃발들을 꽂아 손님들이 알아보고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로스의 경우 비계가 절반 정도 붙어 있어서 일반적인 돈가스를 먹는 느낌이 아니라, 몹시 부드럽게 넘어갔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3가지 세트가 나왔다! 수줍은 듯 선홍빛 속살이 나를 더욱 설레이게 한다.

라임을 뿌려주시고~

흑돼지의 경우엔 더욱 심해서 너무나 부드럽고 기름기가 많아서, 돈가스가 아니라 무슨 스테이크를 먹는 기분이었다. 히레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돈가스와 식감이 비슷했는데 그마저도 너무나 부드럽게 씹혀서 놀라웠다. 3가지 돈가스 모두 우리가 먹는 돈가스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왼쪽은 이 곳만의 특제소스라는 어니언소스, 오른쪽은 흔히 먹는 돈가스 소스인 우스터 소스

쓰게모노는 우리 말로 절임류를 일컫는 말인데, 우리로 치면 밑반찬 정도 되겠다. 가쓰오부씨를 잔뜩 얹어준 게 이 곳만의 특징

금후추간이 돈가스에 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소금 보단 돈가스 소스를 추천한다. 물론 취향에 따라 찍어먹으면 된다.


히레의 경우엔 사진에 보다시피 아예 위에 소금을 뿌려주고, 흑돼지 역시 껍질 부분에 소금 간이 되어 있어서 또다시 소금을 찍어 먹는 건 너무 짰다. 특제소스는 새콤한 맛이 강했는데, 내 입맛엔 별로였다. 일반적인 돈가스 소스와 함께 먹었을 때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승해의 경우엔 소금에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고 하니, 각자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되겠다. 만제의 돈가스는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많고 짠맛이 강해서 돈가스와 샐러드만 먹기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정식을 추가해 밥과 미소된장 그리고 쓰게모노과 같이 먹어야만 입안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쓰게모노는 우리 말론 밑반찬 정도 되겠는데, 단무지를 비롯한 절임류의 밑반찬 위에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잔뜩 얹어주었다. 아마도 490엔이나 받으니 좀 더 밑반찬에 신경을 쓴 듯 했다).


따라서 돈이 좀 더 들더라도 기왕 비싼 돈가스, 무려 3시간 이상 기다려서 먹게 되었으니 5천원을 아끼지 말것을 조언한다. 실패(?)한 이의 이야기니 귀담아 들으시길. 만제에서 돈가스를 먹기 위해 기다리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만제는 오전 8시반에 대기판을 내놓자마자 점심 대기리스트가 마감되고, 심지어 저녁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놓고 가는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만제의 돈가스는 무척이나 맛있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가 흔히 먹던 돈가스가 아니라 스테이크를 먹는 느낌이 든다. 물론 바삭한 껍질을 씹을 때면 ‘아! 내가 참 돈가스를 먹고 있었지’라고 떠올리게 되지만, 그 외의 경우엔 잘 익혀낸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느낌이다. 애초에 돈가스가 스테이크를 손님에게 빨리 내놓기 위해 튀겨낸 것에 시작된 것을 보면 만제의 방식이 원래 의도와 가까운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과연 3시간 이상 기다릴 가치가 잇느냐?’에선 조금 회의적이다. 차라리 스테이크를 잘하는 집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오사카에서 돈가스로 1, 2위를 다투는 맛집이며, 많은 이들이 극찬하는 곳이다. 따라서 한번쯤은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짧은 일정으로 오사카 여행을 왔다면 스킵하거나, 아니면 오전에 와서 저녁 리스트에 이름을 미리 올려놓고 관광을 즐기다가 오는 게 방법이 아닐까 싶다. 만제의 돈가스는 꽤 비싸다. 한국에서 만원 정도에 먹던 것과 비교하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나 가치는 다른 이가 아니라 당신이 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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