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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로 미식여행을 떠나기 전에 정말 우연히 인터넷에서 혜화역 근처에 위치한 ‘정돈’을 오사카의 ‘만제’와 비교하는 블로그 제목을 본 적이 있었다. 그냥 스치듯이 봤었는데, 이번에 오사카에서 워낙 만제와 에페의 인상이 강렬해서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데, 또다시 우연히 정돈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어서 충동적으로 가보게 되었다.


혜화역 3번 출구에 위치한 정돈에 가보니 오후 7시쯤 되었는데, 약 4팀 정도가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약 15분~20분 정도 기다려야 할 상황, 예전이라면 그냥 갔을 수도 있지만, 오사카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보니 이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라 기다리기로 했다.


메뉴판을 보는데, ‘정돈은 국내산 최상급 암퇘지만을 직접 선별하여 조리에 들어갑니다. 돼지고기에는 ‘미오글로빈’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성분이 열을 만나 ‘메트미오글로빈’으로 변하여 붉은 빛을 띄게 됩니다’라는 설명이 적혀져 있었다.


순간 오사카 만제와 에페에서 먹었던 돈까스의 표면이 붉은 빛을 띈 것이 떠올라서 혼자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이제서야 확실하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20여분을 기다려서 자리에 착석하니, 정돈에 대한 소개가 벽에 적혀 있었다.


400시간 숙성, 100% 수제 정통 일본식 돈까스, 하루 2번 기름 청소 등등. 맛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이었다. 우린 안심 돈까스(16,000원), 새우+등심 돈까스(20,000원)를 시켰다. 원래는 프리미엄 특 목등심 돈까스를 주문했으나, 홀에서 주문이 완료되어서 어쩔 수 없이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은 주문하면 바로 요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15분’ 정도 시간이 걸린단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그 정도 기다림이 무에 상관이 있겠는가? 난 정돈이 어떤 돈까스를 내게 맛보여줄지 기대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약간의 혼선이 발생했다.


내가 앉은 자리가 주방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우리 순서에서 주문이 엉켜서 몇분 정도 돈까스가 나오는 게 지체되었다. 그때문인지 돈까스가 조금 식어서 나와버렸다.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그 돈까스도 상당히 맛은 있었다.

새우+등심 돈까스

안심 돈까스

정돈은 다른 돈까스집과 달리 소스나 다른 걸로 승부를 걸지 않았다. 만제와 에페가 그러는 것처럼 ‘고기’자체로 승부를 보고 있었다. 안심은 부드러웠고, 등심은 살짝 퍽퍽했지만 비계와 잘 조화시켜서 국내에선 맛보지 못한 맛의 경험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오사카에서 만제와 에페에서 돈까스를 먹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만제와 에페에서 ‘돈까스의 끝’이라고 해도 좋을 맛의 극단을 보았다. 만제의 돈까스는 말이 돈까스지 스테이크에 가깝다. 등심과 안심을 먹으면서 ‘스테이크를 돈까스의 형태로 내놓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 부드럽게 씹혀서 식감이 스테이크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특히 흑돼지 돈까스의 경우엔 그 부드러움이 상상을 초월한다.

오사카 만제의 3가지 세트(등심+안심+흑돼지)

오사카 에페의 등심 돈까스


에페는 그보단 ‘돈까스적인 식감’에 주목한다. 튀김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한국에서 먹던 돈까스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보단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 따라서 만제와 에페는 방향성은 다르지만 ‘맛’에선 누구나 우열을 논하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 정돈의 돈까스는? 아무래도 한두수 아래로 평가할 수 밖에 없겠다. 그러나 아무래도 다소 식은 돈까스를 먹은 탓에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한두번 정도 더 가봐야 할 것 같다. 만제의 경우 10좌석이고, 에페의 경운 12좌석에 불과하다.


그 이름값에 비해서 너무나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맛’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만제의 경운 오픈형 주방이라, 바로 요리가 된 음식을 요리사가 직접 눈앞에서 내준다. 에페의 경운 오픈형 주방이지만, 6좌석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워낙 작은 규모인 탓에 오픈형 주방과 거의 차이없이 내준다.


그에 반해 정돈은 훨씬 넓고 많은 좌석수를 자랑한다.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20석은 훨씬 넘어가고, 아무래도 한국인 탓에 다소 넓직 넓직한 편이다. 따라서 동선은 자연스럽게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손님 입장에선 아무래도 넓은 좌석이 좋지만, ‘맛’의 측면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돈은 한국 돈까스 집 치곤 상당히 노력한 편이다. 



주문과 동시에 요리가 들어가고, 백소금과 레몬소금을 준비해서 손님이 돈까스 본연의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우스터 소스 등으로 혀를 즐겁게만 하진 않았다. 그러나 오사카에서 미식여행을 갔다온 탓인지 뭔가 아쉽게 느껴진다. 이게 그냥 아쉬움인지는 다음에 다녀오면 아마도 확실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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