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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지만 이번에 천호역 근처에 위치한 마보로시를 찾아가게 된 건 여친께서 ‘숙성회 먹고 싶어’라고 하신 탓이다. 그 즉시 검색에 돌입했다. 몇군데가 떴는데, 의외로 천호역 근처에 숙성회 전문점이 있어서 궁금해서 찾아가게 되었다.


‘오마카세’를 7만원에 즐길 수 있는 탓도 컷다. 1인당 7만원이 아니라 2명이서 7만원이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든 탓이었다. 코오롱상가 뒷편으로 가니 바로 눈에 간판이 들어왔다. 들어가니 ‘예약하셨어요?’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오후 6시가 되자마자 온 탓에 예약이 필요없을 거라 생각하고 왔던지라 ‘아니요’라고 했고, 우린 테이블이 아니라 주방 바로 앞에 앉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선 테이블이 더 각광을 받지만, 일본에선 아무래도 주방앞에 앉는 걸 더 선호한다. 아무래도 요리사가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명까지 들을 수 있으니 더욱 더 그러하지 않은가?


처음 나온 건 일본식 계란찜이었다. 이름이 뭐라고 설명해줬는데 잘 기억은 나질 않는다. 집이나 다른 음식점에선 맛보지 못했던 그 부드러운 식감과 가끔씩 씹히는 광어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부드러웠던 감자샐러드

모찌리도후는 처음 먹어봐서 신기한 맛이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크림치즈와 명란젓갈 그리고 김, 모찌리도후, 감자샐러드를 보고 있다니 ‘이건 술안주잖아!’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크림치즈와 명란젓갈을 김에 싸서 먹는 건 처음이었는데, 의외의 조합에 조금 놀랐다. 술안주로 딱이었다.


인절미 느낌의 떡을 땅콩소스에 묻혀 와사비를 살짝 얹어 먹으니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식감이 신선했다. 역시 예상외의 맛이 신선했다. 감자샐러드도 꽤 괜찮았다. 다음으론 입맛을 돋구이 위한 곁들임 요리인 타코와사비, 우엉절임, 그리고 순채였다. 

왼쪽부터 순채, 타코와사비, 우엉절임


순채는 일식집에서 종종 봤었는데 이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타코와사비는 문어와 낚지 등을 통틀어서 말한다는데, 여기서 내온 것은 낚지였다. 우엉절임은 레몬을 넣었다는데, 확실히 상큼한 레몬맛이 느껴지는 게 음식을 먹다가 한번씩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온 모듬숙성회(중)! 광어, 대방어, 학꽁치, 참치, 시메사바 등이 나왔다. 일식집에 오면 그렇지만 처음 듣는 생선들 명칭에 낯설 수 밖에 없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고기집에 가서, 안창살이니 업진살이니 들을 때도 마찬가지긴 하다.

무순을 올려서 먹기도 하고

초밥을 밥숟가락으로 퍼서 초밥처럼 만들어서도 먹고~


늘 느끼는 거지만, 인생사는 경험치가 중요한 것 같다. 자꾸 들어보고 이것저것 먹어봐야 맛을 알지 않겠는가? 여태까진 활어회를 주로 먹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바다에서 트럭의 좁은 수조에 갇혀서 온 생선이 바다에서 바로 잡힌 생선처럼 맛이 날리가 만무하다.


그저 ‘회다’라고 먹어왔을 뿐. 전엔 선어회라고 불리던 게, 이젠 숙성회라고 불리고 있으니 신기할 뿐이다. 하긴 선어회는 명칭도 그렇고 느낌이 잘 오질 않는다. 그런데 숙성회는 입에 짝짝 달라붙고 듣는 순간 ‘아! 숙성을 잘 시켜서 뭔가 다르겠구나’라고 느낌이 바로 온다. 우린 된장과 고추장을 비롯해서 김치처럼 발효식품을 오랫동안 먹어온 민족이 아니던가?



그래서 누가 숙성회란 명칭을 퍼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의 한수라고 여겨진다. 사실 회는 많이 먹어보지 않은 지라 활어회와 숙성회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숙성회는 좀 더 씹는 식감이 입에 달라붙는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든다. 활어회가 그냥 부드러운 느낌이라면, 숙성회는 쫀득한 느낌이 온다는 거다. 6시간 이상 숙성시켰다는데, 다른 곳의 숙성회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광어와 참치는 비교적 많이 먹어봤지만, 학꽁치와 시메사바 등은 처음 먹어봐서 신기했다. 근데 ‘맛있다’라는 느낌을 잘 오질 않았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탓인 듯 싶었다. 일품요리론 청어구이가 나왔는데, 청어구이를 먹은 건 아마도 이번이 거의 처음이거나 몇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친절하게 ‘가운데 가시를 발려내고 드세요’라는 설명을 듣고, 가시를 제거하고 나서 먹어보니 그 담백한 맛이 좋았다. 이것도 정말 술을 부르는 안주였다. 마지막 국물요리는 우동이 나왔다. 우동의 맛은 평범했다. 아마 오사카여행에서 워낙 우동을 잘 하는 집들을 순례(?)한 탓에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천호연에 위치한 마보로시는 세 개의 테이블과 오픈주방에 바로 붙어있는 여섯 개의 의자가 전부인 작은 일식집이다. 그러나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과 정갈한 요리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저렴한 값에 숙성회와 요리를 술과 함께 하면서, 연인과 친구들과 환상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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