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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사카 맛집 탐방을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날이었다. 일단 우리가 첫 번째 찾아간 곳은 라멘집이었다. 주말인 탓일까?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물론 우리가 일찍 가긴 했다. 오후 5시 반에 영업을 재개하는데, 무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본 손님은 우리 외에 한명 더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신기하면서 조금 이상했다. 며칠 안되지만 그동안 다닌 맛집들은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고, 우리가 운좋게 일찍 혹은 조금 늦게 가서 크게 기다리지 않고 먹은 탓이었다.



이번처럼 손님이 거의 없어서 식당안이 뭔가 썰렁해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확히 5시 반이 되자 문이 열리고 종업원이 나와 명패 옆의 빈 공간에 꽃과 함께 술병을 놓았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본지라 신기했다. 주문은 일본의 전통(?)인 자판기를 통해서 받았다.


약간의 고민 끝에 우린 오사카 블랙 라멘(720엔)과 킨소유 라멘(670엔)을 시켰다. 블랙 라멘은 보는 순간 왜 이름을 블랙으로 지었는지 누구나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색깔이 시커멓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보는 순간 ‘우와! 맛있겠다’란 생각은 1도 들지 않았다.

면은 굵은 면과 얇은 면 가운데 고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간장을 멋모르고 한 스푼 먹었다가 ‘으악! 짜’라고 하면서 인상을 찌푸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딱 그런 어린 시절의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이었다. 그에 반해 킨소유 라멘은 좀 맑은 된장국의 비주얼 이었다.


그러고보니 참! 이곳에선 손님에게 얇은 면과 굵은 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난 얇은 면을 승해는 굵은 면을 선택했다. 블랙 라멘을 첫 수저를 뜨는 순간 ‘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참고 일단 먹어보았다. 처음엔 짠맛이 강했지만, 이내 서서히 돼지육수의 깊은 맛과 깔끔함이 느껴졌다.


일본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신기한 것 중에 하나는 디저트도 그렇고 라멘도 그렇고, 자주 ‘깔끔한 뒷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음식은 짜디 짜거나 달디 단 경우가 많다. 게다가 느끼하기까지 해서 처음엔 맛있게 먹다가도 이내 질리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일본 음식은 주로 그 깔끔함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짠맛도 단맛도 처음에 강한 느낌을 줄 뿐 이내 입안에서 휘발되어 버리고, 다음 스푼을 기다리게끔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이곳의 블랙 라멘도 그랬다. 처음엔 그 간장색과 똑같은 국물 덕분에 난감했지만 이내 맛있게 한입 한입 먹게 되었다.

비주얼부터 블랙이 강한 인상을 주는 오사카 블랙 라멘.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짰다.


또한 절인 죽순과 두툼한 차슈는 라멘의 맛을 한층 돋구어주었다. 두꺼운 차슈의 고기맛은 예상보다 그렇게 부드럽지 않았지만, 대신 씹히는 질감이 좋아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절인 죽순은 처음 먹어봤는데, 라멘과 예상외로 궁합이 괜찮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처음 보는 음식을 먹는 다는 건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보통 하루에 세끼를 먹는다. 부자라고 열끼를 먹지 않는다. 결국 우리에겐 한끼 한끼는 매우 소중하고, ‘무엇을 먹을까?’는 우리에게 행복한 고민이자 작은 모험을 하게 만든다.


익숙한 맛을 고른다면 후회할 일은 별로 없지만, 대신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없게 된다. 그에 반해 새로운 맛에 도전하면 당연히 맛이 없는 경우를 마음 속에 대비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새로움이 주는 맛에 대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승해가 호평한 킨소유 라멘. 난 별로였다. 역시 개인차.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포카리스웨트를 처음 먹었을 때를 기억한다. 처음 먹곤 ‘이게 뭐야?’라고 했다. 뭐랄까? 마치 포도당 주사를 마시면 이런 맛이 아닐까 싶은 그런 맛이었다. 실제로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체액과 비슷하다고 하니 전혀 틀린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익숙해졌고, 이젠 제법 맛있게(?) 먹는 편이다. 대신 꼭 차게 해서 먹는다. 미지근하면 체액(?)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엔 코코넛 워터를 마시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예능을 보면 길게 뻗은 야자수를 힘겹게 올라가서 따와서는 ‘세상에 이런 놀라운 맛이’라는 표정을 다들 지었으니까.

궁금해서 시켜본 교자. 괜찮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조금 쉰맛이 나서 독특. 아마도 발효시킨 모양이었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만난 코코넛 워터는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어른들이 온탕에 들어가서 ‘어휴 시원해’라고 하는 말을 듣곤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다가 ‘앗! 뜨거’라는 비명을 지르며 나왔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만큼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개인적으론 코코넛 칩을 너무나 맛있게 먹는 지라 그만큼 코코넛 워터의 맛없음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런 의미에서 킨구에몬 본점에서 먹은 라멘들은 내 자신의 미식관을 새삼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먹던 라멘들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현지화 될 수 밖에 없고, 나는 그런 무난한 라멘들만 먹어왔다.


물론 찾아보면 한국에도 마니아들을 위한 라멘집이 존재하겠지만, 굳이 그러질 않았다. 그러나 일본에 온 탓일까? 조금은 용감해져서 돌진했고 오사카 블랙 라멘은 숫자를 세기 힘들 만큼 다양한 라멘을 만들어내고 있는 개성적인 라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교자의 경운 맛있긴 했지만, 워낙 오카사오쇼의 강렬함 때문에 상대적으로 별로일 수 밖에 없었다. 아마 한국이었다면? 꽤 맛있는 교자로 쳐주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입구에 마늘과 마늘을 빻는 기구가 있어서 둘 다 이마를 짚었다.

마늘을 입구에서 발견하고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른다. 아! 이걸 넣었으면 더 맛있을텐데...결국 이번 라멘기행은 실패~


동행인 승해가 시킨 킨소유 라멘의 경우 돼지잡내가 꽤 심하게 났다고. 만약 마늘을 빻아서 넣었다면? 그게 많이 덜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엔 보통 먹는 자리에 바로 있어서 별 생각없이 넣었는데, 이곳에선 둘다 다 먹고 입구에서 발견해서 좀 허탈해했다.


킨소유 라멘을 몇 입 먹었는데, 짠맛이 너무 강해서 한두번 먹곤 말았다. 왜냐하면 내가 시킨 오사카 블랙 라멘 역시 짰기 때문이다. 개성이 강한 맛집으로 나랑 좀 안 맞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게 오사카 미식여행에서 내가 라멘집들에게 실망한 첫번째 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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