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유쾌하지만 묵직한 메시지가 돋보이는 뮤지컬, ‘죽일테면 죽여봐’

朱雀 2017. 5.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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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테면 죽여봐’는 제목부터 강렬하다. 죽음을 운운하는 탓일게다. 개인적으로 바쁜 나날을 요즘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뮤지컬이나 연극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 있었다. 그러다가 홍보사에서 연락이 왔고 초대권으로 ‘죽일테면 죽여봐’를 지난 20일 오후 3시에 관람하게 되었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누가 뭐라해도 ‘자학’역의 홍경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그의 ‘남자 셋 여자 셋’에서의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특히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개인적으로 최고로 손꼽는다.


그런 그의 연기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작품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갔다. 물론 링크를 통해서 시놉을 읽을 수 있었다. 죽음과 환생이란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다. ‘죽일테면 죽여봐’의 줄거리는 상위 1프로의 우월한 외모와 대기업 회사원인 이광수가 잘못된 죽음으로 인해 저승에 올라오면서 시작된다.


다른 이들과 달리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 그를 보면서 자살마니아(?) 자학은 뭔가 일이 꼬였음을 눈치채고, 예상대로 저승사자들은 70대 노인 운전자 대신 이광수가 올라온 사실에 난감해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서 욕망전차게임을 진행한다.

지하철 왕십리역에서 소월 아트홀을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욕망전차게임은 100일안에 누군가의 마음을 얻어 이승에 남을 이유를 만들지 못하면, 다음 생은 짐승으로 태어나는 무시무시한 조건을 갖춘 게임이다. 이광수는 당첨되어 지상으로 내려오지만, 그의 볼품없는 외모의 흙수저 회사원 양승호로 사랑하는 애인 명하와 절친 재용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죽일테면 죽여봐’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광수는 하필이면 재수 없는 잘못된 죽음을 맞이했고, 사랑하는 애인과 절친 사이에선 핑크빛 러브라인이 그려지고 있다. 환생했지만,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자신의 애인을 사랑하는 절친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매우 괴로워한다.


그러나 ‘죽일테면 죽여봐’의 이야기는 힘이 넘친다. 우선 ‘죽일테면 죽여봐’는 초반부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등장인물들의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기러기아빠로 살다가 실족사를 당한 회사원, 무대위에서 노래하다가 감전사를 밤무대 가수, 그리고 수학여행을 갔다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소녀까지.


그들이 자신의 죽음앞에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왜냐하면 우린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공평하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죽음을 피할 순 없다. 어린이나 노인이나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순 없다.


우린 언제 어떤 모습으로 죽음과 마주할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린 ‘죽음’을 흔히 잊고 산다. 그리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매우 늦게 말이다. ‘죽일테면 죽여봐’의 주인공 이광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명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명하를 홀로 오랫동안 둘 수 밖에 없었다. 그 흔한 데이트조차 많이 하질 못했다. 그건 죽은 후의 그에게 후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용감하게 지상으로 내려가는 욕망전차게임에 도전한다.


그런 광수를 돕는 조력자는 재밌게도 삶을 비관해서 매번 태어날때마다 자살을 선택하는 자학이다. 삶이 아니라 소멸되기 위해 광수를 돕는 자학은 역설 그 자체다. 명하는 광수가 공동명의로 내준 북카페를 운영하지만, 하루하루 손님이 없어서 운영이 매우 어렵다.


이 부분은 다른 걸 생각케 한다. 우린 두 발을 땅에 딛고 사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명하에게 북카페는 죽은 광수와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공간이지만, 월세를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의 상황은 끔찍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몇 달후엔 쫓겨날 상황이기 때문이다.


광수의 절친인 재용의 고백은 그녀의 마음에 짐을 더할 뿐이다. 아직 죽은 광수를 잊지 못하는 그녀에게 사랑고백은 난감한 부분일테니까. 그런 명하의 모습은 돌아온 광수에겐 기쁜 일일 것이다. 자신이 죽었음에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건 분명히 기분 좋은 일일 수 밖에 없다.

소월 아트홀 1층에 가면 이렇게 3층에 있는 공연장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처음엔 배우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관람객들이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었다. 조명도 부족해서, 중앙에 링 조명까지 마련된 부분에선 그 배려에 그저 놀라웠다.


그러나 광수는 지상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 또한 자신의 정체 또한 밝힐 수 없다. 100일후 저승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에게 또다시 혼자 남게 될 명하는 걱정될 수 밖에 없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분명히 남녀간의 사랑은 아름답다. 


그러나 사랑엔 소유욕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사랑의 완성은 무엇일까? 결혼일까?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가는 건 현실과 부딪치기에 힘들 수 밖에 없다. ‘죽일테면 죽여봐’는 삶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린 흔히 ‘금수저’니 ‘흙수저’니 해서 어려운 삶의 단면을 이야기한다.


돈이 없으면 단순히 힘든 수준을 넘어선 오늘날의 현실은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매번 느끼는 삶의 대목이다. 그런 탓에 결혼을 포기한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연애마저 사치로 여기는 풍조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비록 동의할 순 없지만 자학이 말하는 ‘존엄성’에 대한 부분은 곰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우리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죽일테면 죽여봐’의 가장 큰 울림은 ‘삶은 어렵더라도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저승이 등장하고, 환생이란 소재가 등장하지만. 결국 작품이 던지는 ‘힘들어도 살아라’는 단순한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고등학생때 절친이 사고로 죽은 친구 때문에 음악을 포기했던 알바생이 마지막 장면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꿈과 희망’이란 어찌보면 유치찬란하지만, 동시에 가슴을 뛰게하는 빛나는 것을 일깨워 준다.


‘죽일테면 죽여봐’는 뮤지컬 답게 많은 노래들이 등장하고, 배우들의 춤과 노래가 매우 인상깊에 다가온다.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는 보는 재미를 더하고, 단순한 스토리라인은 극의 이해도를 높여 몰입도를 한층 강화한다.


커튼콜에선 누구라도 박수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일테면 죽여봐’를 비록 초대권으로 봤지만, 미리 알았다면? 아마 별 주저없이 관람하러 갔을 것 같다. 왜 홍경인이 주저없이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1993년 봄, 서울대 경영대 연극회 정기공연에서 첫 공연되었던 작품이란 사실이 놀라웠다. 무려 24년 전 작품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총연극회, 서울대 민요동아리 아리랑, 한양대 연극동아리, 서울대 의대 연극회 등이 함께 만들어낸 순수 창작 뮤지컬이라니. 당시엔 뮤지컬을 창작한다는 자체가 큰 도전이었기에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운명과 선택, 도전'이라는 삶의 진중한 주제를 풍자와 해학으로 잘 담아내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건 24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진다. ‘죽일테면 죽여봐’는 분명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판단된다. 연인과 봐도, 친구와 봐도 좋다. 물론 가족과 함께 관람해도 좋은 작품이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killmeifucan1993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illmeifyoucan2017


    공 연 명 : 희망 충전 뮤지컬 <죽일테면 죽여봐> 

▷ 공연기간 : 2017년 5월 18일(목) ~ 6월 25일(일) 

▷ 공연시간 : 화-금 오후8시 / 토 오후3시, 7시 / 공휴일·일 오후4시

▷ 공연장소 : 소월아트홀 (서울 성동구 행당동)

▷ 관람대상 : 만 13세 이상

▷ 러닝타임 : 100분 (예정)

▷ 관람금액 : R석 55,000원 (전석 동일)

▷ 출    연 : 홍경인 이재식 김철무 김고운 장윤호 김서원 최은실 이환의 하미미 박진호 장경원 조호균 박근식

▷ 제 작 진 : 제작·음악감수 문대현/ 연출 이강혁/ 공동연출 권은정/ 기획 장의정 박선영/ 원작 하지현/ 원곡 홍기빈/ 드라마투르그 김수연/ 각색 권혁미/ 음악감독 이새하

▷ 제    작 : ㈜에그플랜트, THEATRE 정

▷ 주    최 : (재)성동문화재단

▷ 투    자 :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

▷ 마 케 팅 : ㈜파랑나무

▷ 예 매 처 : 인터파크, Yes24, 옥션, 티켓링크, 네이버티켓,

▷ 예매문의 : 02-3443-2815


-본 포스팅은 홍보사에 제공한 초대권으로 무료관람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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