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주접떨기(시사)

한예종 사태,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원하는 가?

朱雀 2009. 5. 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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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일 퇴임한 황지우 총장

지난 5월 19일 결국 황지우 총장이 사퇴를 하고 말았다. 그가 사퇴하는 자리에 한 이야기들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올 3월초부터 퇴임압력을 받았고 최근에 벌어진 감사는 그야말로 먼지털이에 가까웠다.

정부는 황총장의 사퇴와 관련 없이 징계를 내리겠다고 한다. 허허허. 이번 사태로 이명박 정부는 쫀쫀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어차피 황총장의 임기는 내년 초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냥 둬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얼마든지 기용할 수 있다. 이 정부는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겠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작금의 사태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모여 벌인 토론회에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말이다. 진행사항은 이미 뉴스에 나와있으니 더 거론하지 않겠다.

내가 답답한 것은 이거다. 왜 이 정부는 단 한사람의 진보인사를 보아 넘기지 못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전 정부에서 기용된 모든 인사들은 소속과 지위를 불문하고 사퇴압력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정연주 KBS 사장일 것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이들까지 합해도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참 거시기하게 여기는 부분이 이들의 임기는 대부분 불과 1-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서두에 밝혔지만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골라 넣을 수 있다. 관료의 임기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내가 알기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때는 전 정부에서 단행한 인사에 대해선 전혀 퇴임압력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 노무현 정부는 그렇다쳐도 김대중 정부때는 얼마나 김영삼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이 꼴보기 싫었겠는가?

그래도 단 한명도 자르지 않았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목청을 높여 말했다.

작년 촛불집회 이후 이명박 정부는 쫀쫀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촛불을 가장 먼저 치켜든 학생들에겐 무한경쟁 체제를 도입해 보복했고, 전교조 교사들은 잘라버리고 그것도 부족해 조만간 전교조와의 협약을 곧 끊을 예정이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은 전부 찾아내 어떤 식으로든 처벌했다. 예비군복을 입고 치안에 힘쓴 예비군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촛불 집회는 무조건 불허하고 집회의 냄새만 풍겨도 무조건 잡아들여 감금하는 실정이다.

이번 한예종 사태의 안타까움은 총장의 퇴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인사는 회유와 협박, 결국엔 전가의 보도인 감사를 통해 어떻게든 물러나게 만든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수족을 채워넣어 자기 맘대로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어떤 식으로 포장하든 누가 봐도 더욱 그런 모습은 점점 눈에 띌 뿐이다. 이번 일로 가장 피해를 입게 될 이들은 다름 아닌 한예종 재학생이다. 한참 자신의 꿈과 열정을 미래를 위해 쏟아여할 젊음이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진 않을지 우려된다. 아니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재 정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될 거라 믿는다. 한예종에 재직중인 학생의 수는 약 3천명이라 한다. 그들 중 좌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끔찍한 일이다. 황총장은 대표적 좌파인물로 낙인찍혀 현재 상황에 처했다.

한예종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편가르기의 극치를 보여준다. ‘내 편이면 괜찮지만, 네 편이라면 어떻게든 처리하겠다’란 요샌 초딩조차 유치해서 하지 않는 짓을 하고 있다.

문화부 직계 소속인 한예종의 운명은 어찌 될까? 아마 당분간은 저들의 뜻대로 될 것이다.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단체에선 분명히 들고 일어날 것이며, 시민들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가 나중에 평가할 것이다. 현정부는 역사의 평가가 두렵지 않은가? 아니 역사의 평가까지 갈 필요도 없다.

권불십년이라 했다. 아니 이명박 정부의 수명은 앞으로 4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만 그 권력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4년 후가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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