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젖을 찾아 우는 막내를 위해 자신의 젖을 물리는 최정원의 표정은 정말 인생의 벼랑 끝에 몰려있는 그녀의 처지를 그대로 설명해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월화 드라마 가운데 가장 관심을 두고 보는 작품은 <별을 따다줘>이다. 착한 드라마를 표방한 <별을 따다줘>는 여러 면에서 작년 최고의 히트작인 <찬란한 유산>과 많이 닮았다.
우선 주인공인 진빨강(최정원)이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를 잃고 졸지에 동생들과 길바닥에 나앉는 설정이 그렇다. 그리고 온갖 고생 끝에 부잣집에 들어가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부잣집에 들어가면서부터 결정적인 차이점이 생긴다.
우선 그 부잣집은 5년동안 쫓아다니던 원강하네 집인데, 그는 지독히 차가운 인물로 진빨강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원래 처음엔 그저 원강하와 가까워지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자청했던 진빨강은 다섯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원강하네에 숨어살기로 작정한다.
<별을 따다줘>는 막장과 착한 드라마 사이에 끼어 있다. 우선 이젠 악역 전문이 된 정애리는 재산이 다른 이에게 넘어갈까봐 진빨강의 부모를 일부러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였다. 이는 분명 나중에 결말부쯤에 드러날 것이다.
아울러 진빨강은 극중 JK생명인 이순재의 일찍 죽은 맏아들의 숨겨진 딸로 설정되어 있다. 그동안 이순재에게 비밀로 해오던 유지인은 그가 식물인간이 되고 나서야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하필이면 그녀가 죽으면서 현재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결말부쯤엔 밝혀질 것이다(드라마의 속성상).
진빨강역의 최정원은 1-2화에선 소위 ‘망가지는’ 연기로 열연했다. 허영심 많은 그녀는 카드빚을 염려하지 않고, 남자 하나 꼬셔 팔자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썼다가 현재는 연체는 물론이거니와 차압까지 들어온 상황이다.
마스카라가 번지고 계란 세례를 대신 맞아가면서 최정원은 지독히도 망가졌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코믹함 속에서 그녀는 정통 멜로 연기를 펼쳐보였다. 다섯 동생과 함께 갈 곳이 없어 여관을 전전하고, 찜질방에서 그녀가 겪는 고초는 마치 사실인양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최정원의 연기는 훌륭했다.
코믹과 멜로를 넘나드는 최정원의 연기는 3화에서도 빛이 났다. 가사도우미로 들어온 최정원은 늦게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지 못하게 되자, 밉상인 이켠이 쌀을 사오지 않은 것처럼 꾸며 그를 골탕먹여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후 아직 젖먹이인 막내동생을 데리고 직장과 보험계약을 따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그리곤 다시 몽유병이 도진 동생을 보고 이켠이 놀라자, 뒤로 다가가 프라이팬으로 내려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곤 이켠이 헛것을 본것처럼 상황을 이끌어가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다시 웃음을 자아낸다.
3화를 보는 내내 원강하네 집에서 숨어 살기 위해 애쓰는 다섯 동생과 최정원의 연기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현실적으로 가사도우미로 들어간 여성이 (그것도 며칠씩이나) 들키지 않았다는 설정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정원의 빛나는 연기와 네 아역의 탁월한 연기는 그런 말도 안되는 설정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특히 <별을 따다줘>는 최정원의 원톱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최정원은 그동안의 요정 같은 이미지를 기꺼이 버리고, 코믹과 정통 멜로를 뛰어넘는 넓은 연기의 폭을 보여주고 있다. 최정원이 극을 이끌어 가는 만큼, 조금만 그녀가 삐끗해도 작품의 분위기는 금방 깨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정원은 방금 전까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코믹스럽게 행동하다가, 화면이 바뀌면 다시 비극적인 운명의 현대판 캔디로 분해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그야말로 최정원의 시청자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며 통제하고 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단언컨대 <별을 따다줘>가 10회 정도 진행된다면, 많은 이들의 최정원의 놀라운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고, 그녀를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그만큼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의 폭은 넓고, 코믹과 멜로를 한드라마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0년 상반기는 아마 최정원이 재발견 된 때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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