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애니메이션 기행

프레데릭 백의 ‘아브라카다브라’

朱雀 2010. 1. 2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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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백의 ‘아브라카다브라’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은?’이란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아마 월트 디즈니 혹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들 것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바로 ‘프레데릭 백!’이라고 소리칠 것이다.  

프레데릭 백은 명실공히 전 세계 애니메이터들이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자, 장인이다. 그는 한쪽 눈이 실명할 정도로 작업에 공을 들이는 그야말로 ‘장인정신’을 지닌 인물이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프레데릭 백’이란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그가 제작한 <나무를 심은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사람 혼자의 힘으로 사막에 가까운 황무지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모시키는 그의 삶과 행동은 지금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지금은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닌지라 그의 작품을 보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식목일 때 곧잘 틀어줬기 때문에 그의 그림체를 보면 기억나는 이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제부터 디즈니와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이 아닌 좀 덜 알려지고 좀 덜 유명한 작품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또한 가급적 국내에서 DVD를 구입해 볼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하려 하지만, 때로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구매해야만 볼 수 있는 작품들도 소개될 것이다.  

첫 번째로 <프레데릭 벡의 선물>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출시된 ‘프레데릭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쭈욱 소개해볼까 한다. 이 타이틀 전집은 무척 비싸다! 무려 6만원에 이른다. 인터넷에서 할인을 받아도 5만원 이상 호가한다.

그러나 그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의 명성을 아는 이들은 오히려 기꺼운 마음으로 구입한다. 거기엔 돈이 아닌 인류의 번영과 미래를 염려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고집스럽게 작업을 해온 장인의 숨결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1970년 작인 <아브라카다브라>는 약 9분 20초에 지나는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이 시작되면 한 소녀가 태양 아래 아름다운 초원위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사악한 마법사가 태양을 훔쳐 달아나버린다.

세상은 빛을 잃고 땅은 황폐화되고,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져버린다. 이를 보다 못한 소녀는 태양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과 짐승마다 다들 모른다고만 할 뿐이다.

 

소녀는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인디언 소년과 아프리카 소녀, 중국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갖은 모험 끝에 사악한 마법사가 살고 있는 동굴을 찾아내고 같이 힘을 합쳐서 그를 물리친 다음, 마법사의 책에서 주문을 찾아내 상자속에 갇힌 태양을 꺼내고 다시 세상에 빛과 무지개를 불러오면서 해피엔딩을 맞이 한다.

<아브라카다브라>엔 비유와 상징이 넘친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주인공이 어린 소녀인 건 비슷하지만, 그녀가 여행을 통해 친구들을 얻어가는 과정이 사뭇 다르다.

소녀는 마법사를 만나기 전까진 최대한 상냥하고 예의를 바르게 군다. 그 과정에서 하나씩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피부색깔과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차별하지 않고 친구로써 지낸다.

 

반면 작품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몹시 이기적으로 그려진다. 사악한 마법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상에 꼭 필요한 태양을 훔쳐 달아난다. 소녀가 여행 중 만난 어른은 아프리카 소녀의 애완 사자를 채로 가져가 버린다.

 그리고 주인공 소녀가 ‘태양’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자 그의 주머니속에선 별을 비롯한 갖가지 물건들이 튀어나온다.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던 어른은 결국 사라지는데, 여기선 끝없는 욕심이 부린 재앙처럼 느껴진다.

 <아브라카다브라>에서 소년과 소녀들은 서로를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양심과 희망으로 그려진다. 반면 어른은 자신밖에 모르고 남과 지구를 도외시한채 자신만의 이기심을 채우는 존재로 그려진다.

 

물론 단순히 물리적으로 어린 소녀와 어른으로 구분되었지만, 이는 현대인에게 내재된 착한 본성과 악한 본성을 비유하여 형상화한 것일 수 있다.

프레데릭 백의 강점을 보자면, 그는 결코 어떤 주제를 강압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최대한 재밌고 밝고 유머러스하게 전달하려 애쓴다. 대신 자신의 작품을 본 이들이 환경과 지구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봐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인물이다.

 

다음번에는 그의 1971년 작인 <이논 혹은 불의 정복>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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