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결한 사고뭉치가 되는 법, ‘인플루언스’

朱雀 2010. 4.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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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에피소드 4는 하일권 작가에 이어 박상선 작가가 맡아 그려냈다. 박상선 작가의 그림체는 국내 작가보다는 피터 정처럼 외국계 만화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프로필을 찾아보니 ‘역시나’ 였다. <타로 카페><아크 엔젤>등이 작품이 미국과 일본에서 연재되었고, 현재 미국 도쿄팝과 일본 고단사에서 활동중이었다.

이번 에피소드 4의 주인공은 정박사란 주인공이다. 그는 군사무기 연구소에 재직하며 수 많은 무기를 제작해낸 1인자였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만드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돈과 명성이 있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대학연구소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 연구에 박차르 가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오드아이가 접근해온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무작정 시스템을 달라고 하지만, 정박사는 대번에 그가 좋지 않은 일에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것을 짐작한다. 그러나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오드아이를 보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연구원의 안위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자 그는 몹시 고민하게 된다.

 

DJC의 멤버로서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찾은 정박사는 W를 만나고 고결한 지도자가 택하는 길을 알게 된다. 어떤 면에서 이번 에피소드 4는 매력이 떨어진다. 우선 그동안 디지털 영화와 이전 그래픽 노블에선 뭔가 신비감과 미스테리에 쌓여있던 DJC라는 공간과 W에 대한 이야기가 지극히 ‘평범하게’ 그려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겹쳐지는데, 우선 작가가 바뀐 탓에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와 이젠 DJC와 W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는 이에 따라선 이전 에피소드보다 그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에피소드 4는 <인플루언스>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영향력’이나 ‘고결함’같은 메시지를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알려준다. 또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유혹과 시련의 순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라는 단순하지 않은 생각꺼리를 던져준다.

 

박상선 작가는 “제가 맡은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습니다. w의 도움을 통해 결국에 그들은 신념을 굽히지 않고 '고결한 사고뭉치'가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w같은 멋진 사람이 나타나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라고 이에 대해 말한다.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다. 작품에서 정박사는 적확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현실에선 모든 것이 모호하다. 우린 끊임없이 매일 선택에 기로에 놓이고, 그때마다 조언이 간절해진다.

 

에피소드 4의 주인공은 정박사는 그런 의미에서 그래픽 노블 에피소드 2-3의 오드아이와 반대의 선택을 한 인물이다. 하일권 작가는 “약속' 이란 키워드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후회하고, 고뇌하는 ‘오드아이’의 감정에 중점을 두어 작업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픽 노블 <인플루언스>가 기대되는 것은 세 명의 작가가 각기 작업을 하면서 서로의 작품이 전체적인 흐름이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을 것이다. 에피소드 4에서 고뇌하던 정박사가 어떤 식으로 ‘고결한 사고뭉치’가 될지, 에피소드 9-10 작가는 누구이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인플루언스>는 마치 양파껍질처럼 벗기면 벗길수록 미스터리와 매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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