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신데렐라 언니’의 성공여부는 천정명에게 달려있다!

朱雀 2010. 4.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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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문근영-김소연의 3파전으로 관심을 모은 수목극대전의 1라운드는 일단 문근영이 1위를 차지하며 웃음을 지었다. <찬란한 유산>의 제작진과 김소연이란 걸출한 연기자가 가세했지만, <검사 프린세스>는 시기적으로 너무 운이 좋지 않았다.

이민호가 모든 여성이 꿈꾸는 완벽한 ‘게이남’으로 출연하고, 손예진의 망가진 연기가 가세한 <개인의 취향>은 딱히 ‘매력적인 부분’이 보이질 않는다. 손예진의 망가진 연기는 이미 <그대 웃어요>의 이민정, <별따>의 최정원 심지어 시트콤인 <지붕킥>에서 황정음이 이미 멋지게 소화해낸 터라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고, 이야기 전개역시 딱히 매력적인 부분이 없었다.

반면 문근영이 생애 처음(정확히 처음은 아니지만) 악역에 도전한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를 멋지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샀다. 남자들의 등을 치는 사기꾼(?) 이미숙은 푼수와 악녀 사이쯤에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50세인 그녀는 김갑수와 시골밤길을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에서 일부러 뒷바퀴를 차, 그의 등에 안겨 홀아비의 마음에 불을 지피며 ‘귀여운 팜므파탈’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결국 자전거가 엎어져 비탈길을 함께 구른 김갑수와 이미숙은 덩그라니 남아 혼자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상상하게끔 만들었다.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의 원톱’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따지면 문근영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다. 노련한 배우 이미숙과 김갑수는 각각 완벽한 연기 호흡으로 문근영에게 더러운 팔자를 선사한 친어머니와 한번고 가져보지 못한 따뜻한 양아버지상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더해 서우는 예쁘고 착하고 귀여운 ‘완벽한 공주’로 분해 시청자들의 짜증을 제대로 자아낸다.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것은 기실 서우가 그만큼 연기를 잘해냈다는 반증이다.

 

오랜 세월 문근영의 착한 연기만 보아온 시청자들은 악역으로 돌아온 문근영에게 오히려 양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그녀의 삶에 동정심을 가져버린 상태다. 하여 어머니와 더불어 도망치는 삶에 익숙해진 문근영에 비해 반대적으로 행복한 삶을 누려온 서우의 안락하고 공주같은 삶에 반발을 느낀 것이다. 게다가 혀짧은 소리만 내며 착한 짓만 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오늘날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무지 설득력이 없게끔 다가온다.

하여 악역 문근영은 악역이 아니라 오히려 동정받는 주인공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아야할 서우는 오히려 악역으로 변하는 ‘역전’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제 2화 밖에 방영되지 않은 <신데렐라 언니>는 기본적으로 지키려는 자와 빼앗은 자의 갈등구조로 점철되어 있다. 자신만의 왕국에서 항상 사랑만 받아온 ‘온실속의 공주’ 서우는 2화에서 자신의 것을 빼앗기 위해 온 문근영에게 바보스러울 정도로 보호해주려는 착한 면을 보여왔다.

문근영은 그동안 이남자 저남자의 품을 노니는 어머니 김미숙 때문에 무능력한 양아버지 밑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하고 어두운 나날만을 보내왔다. 따라서 그녀는 현재 양아버지가 자신에게 행복하기 위해 온정을 베푸는 상황에 익숙하지 못하다. 자신의 지난날을 거울처럼 느끼는 천정명의 호의에도 ‘빈정’거릴줄 밖에 모른다.

 

어쩔 수 없다. 문근영은 한번도 제대로 사랑을 받은 적도 누린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행복한 가정에서 그것도 모자람 없는 부잣집에서 ‘소중한 것’에 눈을 뜨게 된단다. 문근영은 서우에게서 그것을 빼앗기 위해 살벌한 투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그건 바로 ‘아버지’와 ‘왕자’다! 김갑수는 문근영이 한번도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 제대로 된 부모다. 이미숙은 핏줄만 연결되어 있을 뿐 한번도 제대로 부모노릇을 해본 적이 없다. 반면 김갑수는 천정명이 존경심을 표할 정도로 완벽한 아버지다. 문근영은 남과 무언가를 나눠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따라서 그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빼았거나 훔치거나’다!

서우는 부족한 것이 없는 평온한 사람을 살아왔기 때문에, 꽃뱀 모녀(?)인 이미숙과 문근영에게 아버지와 왕자를 빼앗길 수 밖에 없다. - 나중엔 되찾을 지라도, 일단 처음엔 빼앗길 수 밖에 없고, 이를 되찾기 위해 이를 갈며 모녀를 증오할 수 밖에 없다-

 

자! 그럼 이후 문근영과 서우의 갈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인물은 천정명이다. 이 겉으로 보기엔 선한 미소를 끊임없이 흘리며 두 의붓자매의심장을 뛰게 만드는 존재는 일찌감치 밝혀졌지만, 재벌가의 숨겨진 자식이다.

첩의 소생인 천정명은 본가의 자식들이 수시로 먼길을 달려와 협박할 정도로 불쌍한 존재며, 자신의 출생과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득찬 현대판 ‘서자 왕자’다.

<신데렐라>의 왕자가 왕이 될 운명을 지닌 태자였다면, <신데렐라 언니>에선 왕이 될 수 없어서 삐뚤어진 마음을 지닌 ‘다크 프린스’를 내세웠다. 문근영과 서우 앞에선 더없이 천사같은 미소를 흘리고, 착한 말과 행동만 골라하는 천정명은 그러나, 본가쪽 왕자들이 찾아오면 더없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신데렐라 언니>의 시청률이 만약 20%가 나온다면, 30%로 올라갈 수 있는 키를 쥔 인물은 천정명이다! 왜냐하면 두 공주가 서로 처절한 투쟁을 벌이며 차지하기 위해 애쓸 왕자가 ‘그만큼 매력적인가?’를 온몸으로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때 꽃미모를 자랑하던 천정명은 그러나 군대를 다녀와 외모의 화려함이 꺾어버렸다. 외모만 놓고 보자면 <개인의 취향>의 이민호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천정명이 이민호를 능가하는 길은 오직 ‘연기력’뿐이다. 만약 천정명이 문근영과 서우가 처절하게 물고 늘어질 만큼 매력적이게 현대판 왕자를 소화해낸다면 <신데렐라 언니>는 더없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문근영은 완벽하게 ‘국민여동생’에서 벗어나 ‘연기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신데렐라 언니>는 <아이리스>와 <추노>를 이어 수목극의 왕좌를 KBS에게 선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천정명이 만약 왕자로서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서우와 문근영의 처절한 사투는 빛이 바라고 그 영광은 쇠락할 수 있다. 1-2화만 놓고 봤을 때 군대를 막 제대한 천정명의 연기는 다소 불안해 보인다. 천정명은 과연 ‘꽃미남’이 아니라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자신을 놓고 싸우게 될 서우와 문근영의 ‘왕자’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을까? 1-2화를 통해 문근영과 서우가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아낸 것에 비해, 천정명은 다음주 방송될 3-4화를 통해 1차 관문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통해 <신데렐라 언니>의 운명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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