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한효주를 뛰어넘는 이소연의 포스, ‘동이’

朱雀 2010. 4.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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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고대하던 한효주가 등장한 <동이>를 보면서 장탄식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름 기대를 하고 기다렸던 한효주는 첫 등장부터 마치 현대극에서 튀어나온 듯 요즘의 말투로 요즘의 말괄량이 아가씨들이 하는 행동을 했다.

장악원 노비로 모든 잡일을 처리하면서 세세한 것을 챙겨내는 것을 통해 아마도 제작진은 동이의 영민함을 그려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동이의 모습은 너무나 많이 보아온 것이라 식상하고, 사극과 맞지 않는 한효주의 연기로 인해 더욱 빛을 잃고 말았다.

반면 훗날 장희빈이 되는 장옥정 역의 이소연은, 그녀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그동안 ‘악녀’ 이미지로만 그려진 장희빈을 너무나 멋지게 그려냈다. 그녀의 눈빛과 움직임 하나하나는 궁중예법을 익힌 듯 품위가 넘쳤고, 그녀의 입궁에 맞춰 대비전에서 꾸미는 음모 앞에서 오히려 악기를 보내고 장악원 근처를 기웃거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란 허세를 부리는 재기 역시 훗날 궁궐을 휘어잡는 그녀의 카리스마를 엿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장옥정은 벌써 성은을 입은 상황이고, 장악원 노비로서 동이의 차림새와 행동거지등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 아역을 생각해보자. 선머슴아같은 모습을 보여준 남지현은 그 자체로 빙의된 듯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절대자 미실 앞에서 오히려 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시청자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니 <선덕여왕>도 필요없다. <동이>에서 아역 동이를 했던 김유정양은 특유의 똘망똘망한 눈을 뜨고 총기넘치는 언변을 통해 나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 한효주가 보여주는 성인이 된 동이는, 불과 4화까지 활약했던 김유정에 비해 아쉬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인정한다. 이제 겨우 한효주는 한화밖에 출연하지 않은 것이다. 허나 최근 사극의 말투가 거의 대부분 현대식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거기에서 시청자들은 ‘뭔가’ 그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허나 안타깝게도 한효주의 대사에선 당시의 시대상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소연의 말투에선 조선시대를 느낄 수 있는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지금은 비록 나인도 아닌 노비의 신세지만, 훗날 동이는 숙빈 최씨로서 장희빈에 맞서는 인물이다. 그런 이가 첫 등장부터 연기력과 포스에서 모두 뒤떨어지는 것은 이병훈 PD의 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부디 한효주가 초반의 부진함을 잘 이겨내고, 훗날엔 이소연과 맞먹는 연기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이>가 만약 히트를 한다해도, 모든 영광은 NO.2인 이소연이 다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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