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태양을 삼켜라'

朱雀 2009. 7. 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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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10시에 <태양을 삼켜라> 스페셜 방송이 있었다. 오늘 방송을 앞둔 <태양을 삼켜라>에 대한 사전 방송으로 홍보의 극대화를 노린 방영분이었다.

<올인>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화제를 불러일으킨 <태양을 삼켜라>는 스페셜 방송을 통해 아프리카 오지 촬영과 라스베가스 촬영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덕분에 볼거리가 가득하다는 인상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방송을 보는 내내 이맛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출연자의 안전을 소홀히 하는 듯한 제작사의 태도가 여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오지탐험을 떠난 배우가 병에 걸려 죽은 사건과 한참 잘 나가던 개그맨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뚝박기를 하다가 인대파열을 한 사건등을 말이다.

우리나라 방송사와 영화사들은 안전에 대한 대책은 확실하게 해두지 않은 채, 부상을 촬영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배우와 스탭진에게 개인적인 몫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태양을 삼켜라>에도 그런 무책임한 모습이 엿보였다. 난생 처음 맹수를 만지는 홍석천은 결국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었다. 현지인이 12시간 내에 주사를 맞지 않으면 입이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도, 일단 촬영이 급하다는 이유로 일단 속개되었다.

유오성과 지성일행이 총격을 받는 장면에선 차에서 총을 난사하는 연기를 하던 외국 연기진의 차가 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뿐인가? 지성은 그 장면을 찍다가 왼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고, 이후 아프리카 촬영에서 다친 무릎을 또다시 다치는 악재를 치렀다. 부상은 몇몇 연기자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다른 연기자들도 부상을 당한 흔적이 방송에 나왔다. 잠시 비춘 게 그 정도인데, 아마 실제로는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태양을 삼켜라> 제작진은 얼마 전 제주에서 신종 플루에 몇 명이 감염되었음에도 (출연진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촬영을 계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물론 좋은 작품,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찍고 싶어하는 제작진의 의도와 노고는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작품이 사람보다 먼저 되어서는 안 된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등을 보면 무척 위험해 보이는 장면들이 많다. 그러나 실상은 모든 안전장치를 한 다음 촬영하기 때문에 출연진과 제작진의 안전은 상당히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할리우드와 곧장 비교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열악하지만 우리는 충분한 안전장치를 하는지 물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래선 안되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앞길이 창창한 신인 연기자가 다쳐 몇 년을 쉬게 된다면, 혹은 완전히 나을 수 없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면? 최악의 경우 사망한다면? 제작진은 이를 어떻게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사고는 항상 예기치 않은 순간에 벌어지며, 아무리 안전장치를 설치한다 해도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사람이 다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태양을 삼켜라> 스페셜 방송편을 보면 과연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한 것인지 의심 가는 장면이 수두룩 하다. 지성이 다친 장면에선 매트외엔 다른 안전장치가 보이질 않고, 자동차 사고를 낸 외국 연기진들은 아무런 장비가 보이질 않는다. 맹수의 습격을 받은 홍석천은 그야말로 속수무책 그 자체였다. 사고 후에도 홍석천은 맹수를 쓰다듬으며 연기에 몰입했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도 좋고 엄청난 물량이 들어간 액션 장면도 좋다. 허나 출연자와 제작진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재의 관행은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배우와 제작진의 부상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태양을 삼켜라> 스페셜 방송의 모습은 심히 불쾌하다. 물론 이건 <태양을 삼켜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르지만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똑같은 관행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연기자와 배우들의 부상의 걱정을 하지 않고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언제쯤 우리한테 허락될지 답답하다.


이미지출처: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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