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화려한 영상 그러나 진부한 스토리전개, '태양을 삼켜라'

朱雀 2009. 7. 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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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의 제작진이 뭉쳐 만든 <태양을 삼켜라>가 신종 플루 등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첫회에 14.8% 시청율을 기록하며 순항을 예고했다. 현재 동시간대에 방영중인 <트리플>(7.5%)과 <파트너>(9.9%)를 무난히 물리치고 전작 <씨디홀>에 이어 수목극 1위를 지켰다.

이미 스페셜 방송 등을 통해 아프리카와 라스베가스 현지 촬영 등을 내세우며 ‘볼거리’에 치중한 <태양을 삼켜라>는 1화부터 화려한 막을 열어제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위험한 용병활동을 하는 지성일행과 라스베가스에서 태양의 서커스를 연출하는 성유리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한순간에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전투신과 태양의 서커스가 절묘하게 편집된 장면은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성이 태어나기 전으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 제주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토건설단에 끌려온 진구는 해녀 임정은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불꽃 같은 하룻밤을 보내면서 사생아(지성)를 갖게 된다. 진구가 국토건설단에서 인간이하의 노동과 폭력에 시달리다 참지 못해 탈출을 감행하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추격신은 어설프지만 나름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란 탓이다. 진구가 국토건설단에서 매 맞고 갖은 모욕을 당하는 장면은 왠지 <모래시계>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그가 결국 참다 못해 탈출을 감행하고 쫓기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이전의 다른 드라마에서 많이 본 듯함 기시감을 준다.

당연히 주인공(?)인 진구는 죽지 않고 파도에 휩쓸려 해녀 임정은을 만나게 되고, 그를 불쌍하게 여긴 그녀는 먹을 것을 갖다주며 정을 쌓게 된다. 임정은을 바라보며 사랑을 키우던 진구는 결국 참다 못해 키스를 감행하고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거기다 임정은을 남몰래 짝사랑하던 박광현은 국토건설단에 진구를 신고하고 임정은이 보는 앞에서 엄청난 구타를 당하던 그는 강제로 끌려간다.

<태양을 삼켜라>는 총 24부작이며, 7.9일 방송된 분량은 고작 1화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벌써부터 스토리를 가지고 논하는 것은 우습겠지만, 1화만 보았을땐 ‘진부하다’란 평을 피할 수 없다.

<태양을 삼켜라>의 영상은 분명 땟깔도 좋고 편집도 훌륭하며 음악도 적절히 삽입되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또한 1화에 특별출연한 고두심과 진구, 임정은, 박광현 등의 연기도 훌륭했다. 그러나 1화에서 각 등장인물이 펼치는 행위에 대한 타당한 설명이 전혀 서술되어 있지 않았다. 애초에 진구는 왜 끌려왔는지, 임정은은 깡패인 진구에게 왜 마음이 끌렸는지 전혀 설명이 없다. 그저 그들은 한눈에 반하고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 지금도 좋아할 뿐이다.

또한 음악으로 배우들의 애틋한 눈빛 연기로 그 공백을 채우려 한다. 뛰어난 편집과 배우들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구멍이 숭숭 뚫린 대본은 시청자에게 설득력을 별로 갖지 못했다.

<태양을 삼켜라>는 애초에 ‘감동’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제작진은 ‘흥행’을 위해 이 작품을 찍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흥행이란 단순히 영화 같은 영상을 보여주거나 돈을 많이 들여 해외에서 촬영을 하고 폭력과 총격신이 난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영화와 드라마가 그렇겠지만 관객 호응의 원천은 시나리오 즉 ‘이야기’에 있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관객이 납득한 거리를 내밀면 언제든지 수용할 용의가 있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게 있다. 개그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바보 연기로 관객을 웃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계속된 바보 연기에 식상한 관객을 위해 대규모의 물량을 들여서, 즉 규모를 늘려 압도감을 주는 거란다. 마지막 세 번째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말재주로 관객을 웃기는 거다.

현재 <태양을 삼켜라>는 두 번째 사항에 해당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야기 없이 그저 물량으로 스케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려 하는 것 같다. 이런 방법은 한 순간은 통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을 삼켜라>는 24부작이다. 언제까지 규모의 드라마가 통용될 수 없다.

2화부터는 좀 더 짜임새 있는 이야기의 전개와 참신한 시도를 통해 타자의 섣부른 비평을 부끄럽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미지출처: SBS 홈피
상기 이미지는 인용목적으로 쓰였으며, 모든 권리는 SBS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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