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튀김만두의 끝을 맛보다! - 고엔

朱雀 2010. 7. 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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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을 적는 이 순간도 감동이 벅차오른다. <미스터 초밥왕>을 보면,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음식을 맛보곤, 눈물을 흘리거나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이건 마치...’라고 대사를 하면서 뒤에서 참치나 해당 동물들이 춤추는 연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감동적인 맛’을 표현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특유의 과장법’이다.

살면서 만화책에서 본 것처럼, 눈물이 날 정도로 음식맛에 반한 경우는 아직 없었던 것 같지만, 적어도 말을 잊은 채 음식에 집중하게 된 적은 몇 번 있다. 나 같은 경운,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맛을 잊은 채, 음식에만 집중하게 된다.



 

찾아갔는데, 창문이 열려있고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다면, 고엔은 문을 연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엔 창문은 닫혀있고, 자전거는 찾아볼 수 없다!

 

고엔도 그런 곳중에 하나였다. 이집은 ‘교자 전문점’이다. 메뉴판을 보면 마늘교자-카레교자-교자-새우교자 하는 식으로 순 교자 뿐이다. 다른 메뉴가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다른 맛집처럼 이 집도 한번에 찾아와서 먹기 힘들다. 매주 월요일은 휴일이며, 평일에는 오후 2시-5시까지 준비시간이다. 게다가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길라치면, 그마저도 안 지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 개인적으로 6번 정도 찾아갔는데,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어제까지 딱 두 번 뿐이었다-

 

게다가 고엔은 이젠 필수가 되어버린 ‘테이크 아웃’을 절대 해주지 않는다. 이유는 ‘수증기가 차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맛에 대한 장인적 집착과 고집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하겠다.



 

노란색 접시가 카레교자, 빨간색 접시가 마늘교자다. 이곳에선 오이절임과 간장만이 제공된다. 참으로 소박한 음식상이다!

 

어떻게 보면 까탈스럽고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홍대 주차장 골목에 위치한 고엔은, 그러나 만두맛을 보는 순간 이전까지의 불평과 불만은 눈녹듯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고엔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간다.

 

튀김만두는 말이 쉽지, 제대로 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돼지고기를 비롯한 각종 재료를 그저 만두피 하나로 겉을 쌓았을 뿐인데, 만두는 쉽게 맛을 내기 어려운 음식이다. 냉동만두를 먹으면 (예외없이) 입안 가득히 만두피 특유의 밀가루 냄새가 진동한다. 개인적으론 이를 ‘쓰레기 냄새’에 비유하는데, 그만큼 거부감이 많기 때문이다.

 

짜짱면을 시키면 서비스로 따로 오는 군만두는 대다수가 너무 기름이 들어가, 텁텁하고 맛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만두는 우리 주위에서 정말 손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역설적으로 ‘맛있는 만두’를 먹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통새우가 고스란히 씹히는 새우교자, 문어와 만두의 조화가 환상인 타코교자. 이집의 모든 메뉴는 추천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고엔’의 만두는 특별하기 그지 없다! 우선 고엔의 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살아서 흐른다. 튀김만두는 말 그대로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기름이 베일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적당량 이상 함유되면 느끼하기 그지 없다.

 

고엔의 만두는 먹는 이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느끼하다. 아는 형님과 둘이서 맛을 보기 위해 총 네 가지의 만두를 시켰다. 카레교자-마늘교자-타코교자-새우교자가 그것이었다.

 

마늘교자는 마늘 특유의 향과 만두의 맛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잘된 마늘치킨을 먹는 것처럼, 교자와 마늘이 환상적인 결합은 그저 행복의 미소만 띠게 한다.

 

카레교자는 예상과 달리, 카레 분말을 써서 고엔 특유의 만두 맛 위에, 은은한 카레맛이 나도록 했다. 타코교자는 만두속에 문어를 넣은 것인데, 개인적으론 제일 감동적이었다. 생문어의 씹힘이 좋았고, 고엔 특유의 만두가 기초로 깔려 그야말로 입안 가득 맛의 향연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지막으로 먹은 새우교자도 충분히 감동적이긴 했다! 겉은 적당히 바삭하면서 촉촉하고, 그러면서 육즙을 비롯한 만두속이 적당히 익어 먹는 순간 입안 가득 만두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곳. 그곳이 바로 고엔이었다!

 

[맛기행] - 거부할 수 없는 만두의 유혹 - 윤씨밀방


그럴수록 ‘포장’이 되지 않는 고엔의 정책이 괜시리 원망스러워졌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윤씨밀방’에 들려 만두를 싸가지고 갈려고 했으나, 아뿔싸! 윤씨밀방은 문이 잠겨 있었다. 이유는 만두가 다 팔렸기 때문이었다! 역시 맛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허나 그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엔이 좋다. 윤씨밀방이 좋다! 이런 감동적인 만두맛을 이전까지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튀김만두 하나로 끝을 본 곳! 그곳이 바로 고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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