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막장이 아닌 감동을 선택한 ‘나는 전설이다’

朱雀 2010. 8. 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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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자아찾기를 주제로 한 <나는 전설이다>는 어제 방송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드러냈다. 남편 차지욱(김승수)과 이혼소송중인 전설희(김정은)는 우연한 기회에 남편의 불륜현장을 담은 동영상CD를 받게 된다.

 

허나 전설희는 남편과의 이혼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물을 법정에 내는 대신, 결혼식과 임신 초기 행복했던 시절을 담은 동영상을 제출한다. 커다란 반전이었다!

 

그동안 전설희는 이혼소송에서 갖은 모욕을 다 당했다. 차지욱의 사업파트너이자 변호사인 오승혜는 갖가지 증거를 날조해, 전설희가 돈을 노리고 차지욱과 결혼한 꽃뱀이자 사기꾼으로 몰고 간다.

 

그뿐인가? 전설희를 내내 못살게 굴던 시어머니는 법정에 출석해 가증스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마치 그동안 전설희를 살뜰하게 보살펴 주고, 오히려 은혜를 모르고 전설희가 남편과 시부모를 공격하는 것처럼 연기를 했다.

 

내가 전설희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아마 두 번 생각도 할 필요 없이 불륜동영상을 법정에 제출해, 이혼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물론이요, 사회적으로 매장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전설희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그녀가 증거물 아닌 증거물을 내는 순간, 그녀가 이혼소송에서 지는 것은 정해진 길이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복수가 아닌 용서를 택한 순간 역설저긍로 전설희는 승자가 되었다! 전설희가 마지막으로 한 법정최후진술이 내내 감돈다.

 

 

이 소송을 준비하면서 당신과 함께 한 기억을 지우다가 저 CD를 찾아냈어. 물론당신이 날 파렴치한 꽃뱀으로 몬 걸 뒤집을 증거는 되지 않겠지. 당신이 미워죽겠고, 복수하고 싶은 데도, 저건 차마 못 버리겠더라. 당신이 인정을 하든 안하든 당신과 나, 옛날 그 어느 한순간엔 정말 사랑했다고 생각해. 오늘도 대기실에 앉아서 한참 생각했어.

 

도대체 내가 왜 이 싸움을 하는 걸까?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게 뭘까?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건 미안하단 한 마디 말이더라. 한땐 널 사랑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해서 미안해. 있는 그대로 널 보내주지 못하고, 영 끔찍한 전쟁을 벌여 미안해...

 

김정은은 <나는 전설이다> 어제 방송분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그녀의 노련하고 진실된 연기는,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이혼소송에서 드디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음에도, 쓰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한 주인공의 선택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게 했다.

 

꽤 오랫동안 단독 클로즈업으로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몬 남편을 향한 미움과 복수심을 묻어두고 용서를 택한 전설희의 심경변화를 너무나 리얼하게 잡아냈다. 오늘날 드라마에서 ‘불륜’을 비롯한 막장 코드가 자주 등장한다. ‘욕하면서 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장 드라마’는 인기가 좋다!

 

아마 요즘 세상이 먹고 살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반대급부적으로 TV드라마는 수위와 강도는 점점 세지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전설이다>는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부인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았음에도, 함께 법정에 나온 변호사와 불륜관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복수가 아닌 용서를 택해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비록 법정싸움에선 졌지만, 인생에선 그녀가 이겼음을 웅변적으로 알린 <나는 전설이다>의 명장면은 막장드라마가 판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아울러 미움과 복수가 아닌 이해와 용서를 택하는 전설희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의 잔상에 머무를 것 같다. 어제 방송분은 <나는 전설이다>가 제목처럼 드라마계의 ‘전설’이 될 것 같은 느낌을 준 아주 멋진 회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완성도와 몰입도에서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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