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제동, ‘승승장구’를 명품토크쇼로 만들다!

朱雀 2010. 10.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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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약 김제동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나는 굳이 <승승장구>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김승우가 메인 MC로 있는 한 답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김승우는 탤런트이지 토크쇼의 메인 사회자를 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그리고 그를 돕고 있는 김성수, 정재용, 이기광도 나름 한 가닥은 하고 있지만, 보조인지라 역시 김승우를 넘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성을 뚜렷이 지니고 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김제동’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달랐다. 우선 김제동은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한 이후로 1년 만에 KBS에서 재등장했다는 점에서 그럴 것이다.

 

<승승장구>에 나온 김제동은 거침없는 이야기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초반에는 유치원 행사에서 만났다는 어느 5살 먹은 꼬마아이의 ‘엄마가 자꾸 밥을 국에 말아요’라며 훌쩍이는 소소한 이야기로 큰 웃음을 주더니, 이내 뻥뻥 터트리기 시작했다.

 

김제동은 네명의 MC가 50개의 질문에 답을 하면 주는 ‘우리 빨리 물어 빵’ 코너에서 네명당 각 1분씩 주어진 시간동안 모두 합쳐서 50가지의 질문에 재치 넘치는 답변을 해서 방청객이 빵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뿐인가? 다소 어려울 것 같은 질문에도 김제동은 과감하게 답변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패션 테러리스트가 누구냐?’에 서슴없이 원빈을 들며, ‘<아저씨>에서 검정 양복하나만 입고 나오는데도 멋있다’라고 밝혔다.

 

무려 20여명이나 되는 여자 연예인과 함께 산에 올랐지만, 별일 없었다는 이야기를 돌려 말하는 그의 재주엔 그저 기가 막혔다. 산행이야기중에 나온 이효리와 비에 관한 이야기는 그의 배려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부분이었다.

 

표절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할 이효리를 데리고 등산에 가서 혼자 성찰할 시간을 주고, 월드투어를 준비할 당시의 비를 데리고 가서 인생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게 하는 그는 분명 큰형이었다. 그가 돋보이는 것은 이효리가 운 이유를 알텐데도 '모른다'고 하고, 비에 대해 '귀엽게' 표현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면서 ‘기부천사’라는 별명이 붙은 자신의 선행에 대해 ‘3천만원 이상은 밝힌다’라고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은 모두 쟁여두고 나머지를 기부한다’식의 그의 발언은 너무나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그동안 선행을 한 이들에 대해 어쩌면 정말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혹은 정말 기부자의 속마음에 대해 이야기한 탓인지 모른다.

-아니면, 사실은 '여러분 저는 기부천사가 아니에요. 그저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돌려드리는 것 뿐입니다. 제가 먹을 것, 입을 것, 필요한 건 충분히 제하고 그리고 여러분의 칭찬까지 받으면서 돌려드리는 거에요'라고 애둘러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제2의 유재석-강호동이 못되세요?’라는 질문에 ‘제 1의 김제동이 되고 싶어요’라면서도 ‘사실은 부러워요’라고 말하는 그의 답변은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 같아 그를 더욱 높이 보게 되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에 ‘우리 문제’라고 답하는 그의 모습은, 정치를 위한 정치적 문제를 양산하는 우리 사회의 자세에 대해 나름대로 일갈을 하는 것 같아 날카롭게 비춰졌다. 사실 정치란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문제에 대한 의견 표명이나 행동이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대해 니편과 내편을 가르는 오늘날의 정치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자신을 ‘운이 좋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의 대범함과 노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문선대에서 시작해서 대학축제를 거쳐 윤도현 밴드의 전속MC 였다가, 이내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비롯한 예능계에 진출해서 각종 상을 수상한 것은, 그가 준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축제 때 사회를 맡기는 이들이 누구인가? 방송작가들이 누구인가? 누구보다 많은 이들의 진행을 보는 이들이다. 그들이 보고 맡길 정도라면 이미 ‘준비되었다’고 외엔 할말이 없는 것이다.

 

본인의 공중파 하차에 대해서도. ‘모두 내 잘못이요’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네탓’으로 돌리기 좋아하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좋은 귀감으로 돌아온다고 본다.

 

<승승장구>의 김제동편은 예능으로서는 조금 부족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토크쇼로선 최고였다고 감히 평하고 싶다. 우린 김제동을 통해 진정한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김제동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낮추고, 방송을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자신을 폄화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그의 모습과 노력은 오히려 스스로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도 주변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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