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스마트폰 시대, 우린 스마트해졌는가?

朱雀 2010. 1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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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스마트 던킨입니다!” 자주 애용하는 던킨도너츠 매장에 들어서면, 나를 반기는 종업원의 멘트다. 내가 던킨도너츠를 이용하는 이유는 1,900원밖에 안하는 저렴한 커피와 더불어 적립해주고 그것도 부족해 7잔을 마시면 한잔은 서비스로 주는 정책 때문이다.

 

커피를 수확하는 노동자들이 3불도 못 받는 골치 아픈 문제는 잠시 넘어가자! 거리를 걷다가 즐기는 한 잔의 커피는, 적당히 혼자 차도남으로 착각하게 해주고, 저렴한 커피값은 나의 얄팍하다 못해 습자지인 지갑사정에 알맞기 그지없다!

 

그런데 여기서 스마트와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던킨은 왜 ‘스마트’를 그토록 내세우는 것일까? 우습게도 그 답은 이미 당신과 내가 알고 있다. 바로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스마트폰’ 때문이다! -아마 던킨은 스마트폰의 그런 이미지를 가져다 쓰려는 전략이리라-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만 걸던 휴대폰이 인터넷과 결합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우린 그곳에서 트위터로 실시간 이야기를 주고 받고, 그것도 부족해 카카오톡을 통해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저렴하거나 공짜에 가까운 게임을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받아서 즐기며,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신문기사를 보고, 심지어 베스트셀러를 읽기까지 한다. 그뿐인가? 블로그 작성과 그림 그리기 영화 감상 등.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당신은 스마트폰을 통해 당신이 상상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인터넷을 하는 것도 부족해, 이젠 지하철을 타고 심지어 걸으면서 하게 된 당신은 그 어느 시대의 사람보다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그야말로 ‘지식과 정보의 대폭발’이라고 해도 좋을 시기에 살고 있는 당신!

 

나는 여기서 당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역사상 그 어떤 시기와 비교해도 엄청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대중에게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무차별로 할 수 있고, 심지어 영향력을 끼치게 된 당신은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스마트’해졌는가?

 

‘SMART’를 사전에서 찾으면, ‘맵시 있는, 세련된’ 등의 단어가 나온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이들 중에는 그런 뜻에 적합한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단어의 뜻은 그게 아니다. 바로 ‘영리한, 현명한’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까지 지하철의 풍경은 PSP나 PMP를 이용해 영화를 보거나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긴 했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책을 읽는 풍경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게다가 아이패드 같은 강화형(?) 제품들이 나오면서 그런 풍경은 더욱 사라졌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이번에 새로 출시된 갤럭시탭의 경우엔 1천권이 넘는 전자책이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가정하고 있고, 우리에게 끊임없이 뭔가 다른 행위를 하게끔 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기의 장점 중에 하나는 어떤 작업을 하다가도 순식간에 전환이 빠르다는 점이다. 우린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이건 장점도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우리의 이점을 빼앗아 갔다.

 

바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불과 30분도 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선 3분이나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

 

 

Soccer player David Beckham uses an Apple iPhone mobile phone as he attends the NBA basketball game between the Los Angeles Lakers and the Memphis Grizzlies in Los Angeles November 2, 2010. REUTERS/Danny Moloshok (UNITED STATES - Tags: SPORT BASKETBALL SOCCER)

-베컴마저 동참하게 만든 스마트폰의 위력이란!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어하는 욕구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혼자가 아니라 다수와 함께 있어 싶어하는 기본적인 욕구’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하다가 헤어질 때 괜시리 혼자 있기 싫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린 본능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고독’은 우리의 정신을 살찌울 수 있게 해준다. 온전하게 혼자 있을 때만이, 어떤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책을 읽고, 정리하며 스스로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또는 전혀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새로운 비전을 세울 수 있고, 만약 문학적 소양이 있다면 멋진 소설을 쓸 수도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조앤 롤링이 기차에서 혼자 상상하다가 탄생했다는 일화를 떠올려보라!-

 

그런 시간들은 내가 좀 더 깊이 있고 풍성한 주제들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오늘처럼 정신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주변의 흐름에 떠밀리지 않고, 내가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해주거나, 또는 당신이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방통위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평균 1시간 이상 사용하며, 그 이용장소는 주로 대중교통수단(약 77%)라고 한다. 대중교통 이용시간은 어떤 면에서 (인터넷에 중독된) 우리가 인터넷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얼마 안 되는 이동시간에 우린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거나 하루에 대해 정리하고 반성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광풍은 이제 그런 자투리 시간의 허용마저 용납지 않고, 당신을 끊임없이 인터넷(다수)과 접속되길(혹은 유행에 동참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를 넘어 망망대해인 바다에 훌쩍 던져진 당신은 시시각각 쏟아지는 정보에 짓눌려 갈팡질팡하기가 일쑤다. 당신은 17세기 수학자이가 철학자인 데카르트보다 현명한가? 그는 당신보다 현저히 적은 정보만을 접했고, 현저히 적은 곳을 여행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읽은 책이나 정보는 당신이 접하는 정보와 비교가 불가능할 수준이었다. 아마 땅과 하늘수준이 아니라, 땅과 우주 수준이라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그의 환경과 시대를 뛰어 넘어서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신과 나는 어떤가?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허나 우린 지금 ‘나는 스마트폰을 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해야 될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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