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우리는 왜 삼성을 싫어하는가?

朱雀 2010. 12. 1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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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웃블로거 HS다비드님의 ‘삼성을 싫어하는 그들의 이유, 뭐가 있을까?’를 읽게 되었다. 많은 부분에서 동의하지만, 우리가 ‘삼성을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적지 않은 것 같아, 나름대로 정리해보려 한다. -물론 HS다비드님은 IT블로거로서의 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왜 삼성을 싫어하는가?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증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증오하는가? 삼성이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수 많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마치 스무고개를 하듯이 답이 이어지는 것은 다수의 가슴속에(머리가 아닌) 응어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008년 4월 22일, 비자금 문제로 인한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나면서 한 이야기였다. 당시 참여연대는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큰 약속’을 꼽았고, 우리가 아는 대로 이건희 회장은 지난 3월 24일 불과 2년이 안되어 복귀했다. 그가 복귀당시 들고 나온 말은 ‘지금이 진짜 위기’라는 말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날 당시, ‘8천억원을 사회 환원 하겠다’고 말해 엄청난 물의를 빚었다. 당연히 국민들은 ‘돈으로 해결하려는 셈이냐?’라는 비난여론이 형성되었다. 전형적인 재벌가의 ‘면죄부’를 사기 위한 꽁수라고 여겨진 것이었다. 개중에는 ‘과연 실현될까?’라는 회의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이미 비슷한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 같이 유야무야 지나갔다. -이후 나는 사회환원이 있었다는 후속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혹시 아는 분이 있다면 댓글 등으로 알려주시기 바란다-

 

이건희 회장은 “천재 한명이 만명을 먹여 살린다”라고 말버릇처험 해왔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전형적으로 주장하는 ‘트리클다운(Trickle Down)-넘쳐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과 통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지적했지만, 이건 전형적인 거짓말이다. 부자들을 위해 파이를 키워봤자, 그 부가 밑으로 흘러오는 경우는 지난 30여년간 없거나 거의 미미했다(전 세계적으로! 이야말로 정말 세계적인 뻥이 아닌가?).

 

일례로 지난 2008년 4월 28일 삼성을 비롯한 30대 대기업들은 고용을 약속했지만, 상위 10대 기업의 총고용은 29만 1810명에서 29만 2763명으로 약 0.33%느는데 그쳤다.  

출처:  한겨레21 http://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24000.html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백혈병을 얻어 지난 3월 31일 숨진 박지연씨의 어머니는 기자 회견에서 ‘4억원의 합의금을 받고 산재인정 소송을 포기하라’는 제의를 받았던 사실을 폭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민단체와 접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출처: 한겨례 21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7712.html

 

 

지난 2007년 12월 7일 삼성중공업 소속 예인선 2척의 해상크레인이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트호의 원유 탱크와 충돌해 1만 2547kl의 원유가 유출되었다. 천문학적인 피해규모를 일으킨 당시 사건에서 삼성중공업의 배상책임은 겨우 56억원에 그치고 말았다.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2080418135&code=9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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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굵직굵직한 것만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슥슥 잡아서 열거해도 위와 같다.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닌 것이 캐기만 하면 줄줄이 나오고, 양파도 아닌 것이 계속해서 벗겨도 끝이 없다! 우리가 삼성을 왜 미워하는가?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더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어보라. 광고 없이 소비자의 입소문만으로 출간된 지 두달 만에 10만부가 팔린 이 책은, 삼성의 내부 비리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삼성은 왜 이 책이 국내에서만 10만부가 넘게 팔렸는지 반드시 고민해봐야 한다-

 

우린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으며, 우리가 잘 몰랐던 삼성의 일면을 보게 된다. 언소주에서 삼성불매운동이 일어나고, 국민이 삼성에 대해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서게 된 것은 법위에 국민위에 군림하는 그들의 모습 때문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은 죄가 인정되어도 잘만 풀려나온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국교는 분명히 카톨릭이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중세가 아닌 탓에 면죄부를 줄 이가 없는데, 어떻게 면죄부를 발부받아 이렇게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우린 흔히 ‘냄비 근성’이란 말을 듣는다. 그리고 큰 사건이나 이슈가 생기면, 슬그머니 삼성과 관련이 이슈들은 언론의 지면에서 사라진다. -혹은 거의 이슈화 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누군가는 한구석에서 ‘지나갔군’하고 안도의 한숨을 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눈앞에서 사라져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질 수 있어도, 증오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애플이 우리사회에서 유독 칭송을 받는 것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에 있다. 앱스토어에선 기본적으로 개발자가 판매액의 70%를 가져간다. 이전까지 국내에선 개발자가 가져가는 몫은 불과 몇%에 지나지 않았다. 애플로 인해 안드로이드 진영도 그렇게 수익구조가 바뀌었고, 국내에도 혜택을 보는 이들이 탄생했다! 

 

애플의 아이폰인 들어온 지 1년 만에 국내 통신계의 구조를 뒤흔들어 버렸다. 도저히 SK와 KT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있을 수 없는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이 애플에 환호하고, 애플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팬을 지나 열렬한 추종자가 되는 것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대한 오랫동안의 불신과 분노가 다른 형태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CUPERTINO, CA - OCTOBER 20: Apple CEO Steve Jobs speaks during an Apple special event at the company's headquarters on October 20, 2010 in Cupertino, California. Apple is expected to announce a new operating system for its Mac computers. (Photo by Justin Sullivan/Getty Images)


스티브 잡스가 천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폭스콘에서 자살하는 노동자가 나오고,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어도, 그는 예술을 사랑하고, 최소한 개발자에게 이익이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제품이든 혁신이든)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애국심으로 제품을 사줄 것을 요구한 것 외에 도대체 무엇을 주었는가?

 

인간의 기억이란 쉽게 잊혀지거나 변질될 수 있다. 그러나 용암처럼 분노와 증오는 그 밑에서 끓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산이 폭발하듯, 그것은 언제든지 분출될 수 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오랜 시간동안 ‘대마불사’라는 잘못된 믿음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경제에 자신들이 많은 업적을 이룩했기에, 정말 큰 죄(그 큰 죄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지만)만 아니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까놓고 이야기해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들어온 부를, 정당하게 사회에 환원해야 될 부를 넘기거나 제대로 나눈 적이 없다(세금과 고용등등). 때때로 외국으로 본사와 공장 등을 옮기겠다고 협박도 한다. 그러나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지적하지만, 그들의 부는 한국이 아니면 이룩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들은 절대로 미국 등으로 갈 수 없다. -옮기는 그 순간 엄청난 세금폭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삼성은 물론 세계초일류 기업이며, 그들이 이룩한 업적에 대해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삼성의 오늘날 결과는 이건희 회장이나 총수 일가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한 연구원과 회사원들 모두의 성과다. 함께 협력한 업체와 밑바탕이 되어 삼성을 응원하고 제품을 구매해준 국민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세상에 소비자가 없는 생산자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왜 우리가 삼성을 싫어하는가? 이것은 우리 스스로에 던질 질문이 아니다. 질문의 주체가 잘못된 명제다! 이건 삼성 그룹 전체와 이건희 회장 일가가 고민해야 될 부분이다. 2세를 넘어 3세로 경영이 승계되는 과정을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누구보다 인지하고 두렵게 생각해야만 한다. 왜 그런지는 스스로 고민해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삼성의 미래가 달려있는 질문이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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