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아이돌이 점령한 대중문화는 왜 불행한가?

朱雀 2010. 12. 26. 10:33
728x90
반응형



어제 KBS 연예대상에선 최우수상을 받은 김병만이 수상소감을 말하는 가운데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안타까운 게 코미디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MBC, SBS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참석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한 호응으로 그의 말에 답했다.

 

자! 이 말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병만이 선배 코미디언으로서 MBC <꿀단지>와 SBS <웃찾사>가 폐지된 이후, 비록 방송사는 다르지만 일자리를 잃어버린 후배 코미디언이 안타까워서 그럴 수 있다. 다른 이유는 오직 시청률에만 의존해 후배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 역시 안타까워서 그럴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현재 코미디언보다 더욱 코미디에 몰두하는 이들이 바로 아이돌이란 사실이다! 걸그룹 멤버들이 출연하는 <꽃다발>에선 예쁜 여자 아이돌이 웃기고자 최선을 다하며, <강심장>에선 슈퍼주니어의 이특-신동-은혁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방송계에서 웃음을 주는 아이돌의 리스트를 대기엔 이 포스팅만으로 버거울 지경이다.

 

자! 여기서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아이돌은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들이 평균 5년 넘게 트레이닝을 받으며 데뷔한 것은 가수가 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들이 아이돌의 수명이 끝나는 시점에 제일 넘어가고 싶어하는 분야는 정작 탤런트나 영화배우다.

 

실제로 오늘날 아이돌이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고, 곧 방송예정인 <드림하이>의 경우, 아예 JYP 소속 멤버들이 주로 출연하기까지 한다. 아이돌이 지배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뭘까? 바로 전문성과 다양성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아이돌은 위에서 지적했지만 코미디언도 탤런트도 영화배우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가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트레이닝을 거친 이들이다. 물론 그 트레이닝 가운데는 남자 아이돌 이라면 씩스팩을 만들고, 요즘의 대세인 짐승남이 되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린 시간이 제일 많을 지도 모른다. 여자 아이돌은 마사지나 피부 미용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지 모르겠다. 외모가 최고의 미덕인 사회니까.

 

그런데 방송계에선 ‘시청률’ 때문에 아이돌을 예능과 드라마 등에 섭외한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열렬한 팬들이 봐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한다. 덕분에 우린 어느 방송사로 채널을 돌려도 몇몇의 아이돌이 늘 비슷비슷한 활약을 펼치는 예능을 봐야하고(분명히 오늘자 방송인데 마치 재방송이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발연기’로 일관하는 아이돌 덕분에 드라마의 장르가 희극인지 비극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각해보자! 아이돌은 탤런트나 코미디언이 아니다! 물론 넘치는 끼로 인해 몇몇은 싹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사람이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 때문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시작이 연기자나 코미디언으로서 애초부터 그것만 전문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한 이들을 당해낼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오랜 무명의 세월을 지내며 데뷔만을 바라본 이들(연기자와 코미디언)이 아이돌에 밀려서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었다. 이건 불행하다 못해 암울한 일이다. 아이돌은 오늘날 ‘노래’만 놓고 봐도, 장르는 댄스 위주요. 기계로 노래를 손보는 까닭에 대중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

 

오늘날 MR 제거 동영상이 나도는 것은 기본적인 노래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아이돌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탓이다. 게다가 노래가 아니라 외모로 승부하는 아이돌은 남자들은 상체를 보여주기 바쁘고, 걸그룹은 노출이 지적되자 타이즈에 가까운 옷을 입으며 몸매를 노출하고 있다.

 

서로 비슷비슷한 노래와 패션으로 승부하다보니 그들은 ‘섹시’로 귀결되어, 대중음악의 80%이상을 점령한 아이돌은 그렇게 본질인 노래는 제쳐둔 채, 다른 걸로만 승부를 보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다양한 개성과 전문성을 갖춘 가수들이 나와야 하는 대중음악계에서 치명적인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게다가 이들이 5년 내외의 짧은 아이돌의 ‘생명 연장의 꿈’을 갖다 보니, 이젠 연기자와 예능인을 넘보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다른 연기자와 예능인이 밀려나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심지어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 충분히 재능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아이돌을 좋아한다. 걸그룹에 대해선 환호성부터 튀어나온다! 그들이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음악과 영화와 드라마와 예능까지 점령해나가는 현실에 대해선 반대한다! 그들은 연기자도 배우도 예능인도 아닌 탓에, 애초부터 거기에만 올인한 이들보다 잘할 수는 없다. 생물은 다양성을 잃어버릴 때 결국 ‘멸망’한다는 사실은 누군가는 기억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