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제갈공명에 대한 삼국지의 평가는 온당한가?

朱雀 2011. 3.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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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을 모신 무후사 - 사진출처: 위키백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사실 <삼국지>가 아니다. 나관중은 이전에 민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설화를 하나로 집대성해서 이야기로 완성으며, 정식 명칭은 <삼국지연의>가 맞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알겠지만 삼국지로 검색하면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가 가장 먼저 뜬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늘의 주인공인 제갈공명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해보자는 뜻에서다. 우리가 아는 소설 <삼국지>에선 제갈공명에 대해 평하는 장면이 있다. 하나는 서서가 관중-악의와 그를 비교하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수경선생 사마휘가 그를 강태공-장량과 비교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거 올바른 평가일까? 우선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를 보면 거의 중반 이후까지 제갈공명에 대한 찬사다. 그리고 마지막 쯤에 가서야 비평이 이어진다.

 

 

 “...제갈량은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를 터득한 뛰어난 인재로서 관중, 소하와 비교할 만하다. 그러나 해마다 군대를 움직이고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마 임기응변의 지략이 그의 장점이 아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진수 역시 내리 칭찬만 하다가, 끝에 가서야 그의 군사적인 면에서만 비평을 하고 있다. 이는 올바른 비판일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제갈공명에 대해서, 내정도 잘하고, 군사를 일으키면 신묘한 전략으로 백전백승하는 에 가까운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위나라를 장차 천하통일을 이룰 나라로 점찍었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번번이 물러난 불울한 천재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우리가 제갈공명에게 호의적인 것은 전적으로 나관중의 힘이다. 실상 주유를 비롯한 오나라가 조조를 물리친 적벽대전을 마치 제갈공명이 한 것처럼 기억하는 것은, 화공에 제일 필요한 동남풍을 그가 빌어왔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나관중의 신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정확하게 따져보자! 우선 사마휘가 비교한 강태공과 장량은 누구던가? 먼저 강태공은 은나라 주왕이 달기와 함께 주지육림에 빠져 세상을 도탄에 빠뜨렸을 때, 주 문왕을 도와 8백년 주나라를 세운 천하의 전략가다! 장량은 한나라 고조 유방을 도와 초나라 항우를 거꾸러 트리고 4백년 한나라 기업을 닦은 인물이다.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제갈공명의 업적은 강태공-장량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훗날 삼국을 통일한 것은 위나라(훗날 진으로 바뀜)였기 때문이다.

 

그럼 관중-악의라면 어떨까? 관중은 제나라 환공을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로 만든 인물이다. 악의는 전국시대 연나라 장군으로 제나라를 멸망직전까지 몰아넣은 명장이다. 이정도면 제갈공명과 비교할만 하지만, 그래도 역시 제갈공명이 조금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갈공명이 이룬 촉나라는 삼국중에서 제일 작고 인구와 물량으로 보아도 제일 작았기 때문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사실 위나라는 이미 노른자위 부위인 땅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통일했다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위나라가 촉-오에 대해 적극적인 토벌에 나서지 않은 것은 수고로움에 비해 얻는 바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미 적벽대전에서 혼쭐난 경험도 있고- 오히려 제갈공명은 촉나라가 제일 작고, 이대로 두면 점점 멸국할 것을 알았기에 일부러 군사를 일으켜 위나라로 쳐들어갔다.

 

그 결과는? 촉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촉나라의 살림은 점점 어려워졌다. 물론 당시는 전시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천하만민을 생각한다면 제갈공명의 행동은 철저히 자신과 돌아간 유비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밖엔 설명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삼국지>를 보면 승상인 제갈공명이 일일이 모든 촉나라의 대소사를 챙기는 부분이 나온다. 어찌보면 그의 살뜰함이 돋보이는 부분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촉나라엔 제갈량외엔 인물이 없냐?’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 승상이자 전략가로서 해야할 일도 많은데, 작을 하나하나까지 신경 쓴다면 이는 저승길을 재촉하는 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이는 다른 관리들이 나라일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없어서 가뜩이나 인재가 부족한 촉나라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아마, 진수가 제갈공명을 관중-악의가 아닌 관중-소하와 비교한 것은, 그의 군사적인 면이 아니라, 내정에 관한 부분을 더욱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소하는 한나라 고조 유방의 신하로 내정을 탄탄하게 만든 인물이다.

 

매번 군사를 일으켜 위나라를 도모했지만 번번히 실패한 제갈공명은 분명히 전략가로선 한계가 뚜렷하다. 진수가 말한대로 소하처럼 내정을 탄탄히 한게 제갈공명의 특장점이 아닐까? 결과론이라 조금 억울하겠지만, 강태공-장량은 물론이요, 군사적인 면에서 본다면 관중-악의보다 제갈공명이 떨어진다고 본다.

 

참고: <정사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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