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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 이미지출처: 위키백과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중국 지식인 사회는 한 가지 문제를 놓고 서로 박 터지게논쟁하게 된다. 바로 중국의 시작을 황제로부터 잡는 황제기년을 쓸 것인지, 아니면 <사기>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공자 때부터 잡는 공자기년을 쓸 것인가? 하고 말이다.

 

황제기년을 쓸 경우, 중국의 역사는 약 5,000년 정도로 소급된다. 이렇게 될 경우 아편전쟁을 일으킨 이후, 중국 전역을 먹이감으로 삼은 서구 열강들보다 훨씬 긴 역사를 지닌 것이 된다. 지식인들이 신화속의 존재에 불과한 황제를 1900년대에 다시 되살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마천이 모든 중국왕조의 시조로 선택한 황제는 황실을 제외한 일반 대중들 사이에선 거의 이야기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황실을 위한 족보의 시조였던 탓이다.

 

그러나 청나라 말기, 1842년 난징조약이후로 아시아의 호랑이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중국으로선 민족혼을 되살려야할 불가피한 이유가 생겨난다. 이건 우리에게 낯선 상황이 아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를 지어서, 우리에게 역사적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애쓴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지식인 사회는 서구 열강의 침탈에 분노하면서도, 그들의 놀라운 기술문명과 국력에 부러움을 넘어 찬탄해마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옆집 아이에게 코피나게 맞아놓고도, 잘 사는 그 집 아이의 사정을 보면서 마냥 부러워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중국 지식인 사회에서 황제기년을 쓰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변법자강운동을 일으킨 양계초의 경우, ‘황제 관련 기록이 허황되어 믿을 수 없다라며 <사기>에서 확실히 믿을 수 있는 12제후 연표를 기점으로, 즉 공자(기원전 841)으로 잡았다. 그러나 그 역시 인간이었다.

 

그는 황제 신화는 믿을 수 없다라고 하면서, 황제에 대해 찬미하는 시를 지었고, 저술한 책에서도 황제기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이후 다른 학자들에 의해 구체화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황제가 즉위했다는 시점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계해라고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해석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직 역법개념이 탄생하지 않은 시기에 계해라고 했을 리가 만무하고, 역법이 발달한 후대에 붙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위작즉 가짜를 가능성이 차고 넘친다.

 

덕분에 1911년까지 수십 개의 황제기년을 놓고 지식인사회는 지리한 논쟁을 펼쳤다. 이는 신해혁명때 손문이 <민보>에 수록된 황제기년 4609을 쓰고 나서야 끝마쳤다.

 

그렇다면 왜 지식인들은 황제에 그토록 열광했는가? 당연하지만 사마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다른 신화속 인물들도 존재하니 말이다. 그들이 황제를 중국의 시조로 선택한데는 그 전투적인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황제 이전까지 전쟁이란 형태를 통해 집권을 한 이가 없었다. 그러나 황제는 신화에서 볼 수 있듯이 신농씨때 말을 듣지 않는 제후들과 숱한 싸움을 하고, 심지어 전쟁의 신으로 불리는 치우를 꺾고 마침내 중원의 패자로 등극하게 된다. 승승장구해 가며 집권한 황제의 이야기는 비록 신화지만 열강의 틈바구니속에서 맨날 당하고 살던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1900년대 중국은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중국은 언제나 모든 문명의 중심지였다. 주변국들이 와서 항상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릴 정도로 천자국이었다! 그런데 1842년 난징조약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오랑캐 무리로 치부하던 서양인들이 몰려와서 중국 땅을 마음대로 분할하고, 심지어 제후국에도 끼지 못하던 일본에게 1895년 청일전쟁에서 지면서 만주를 빼앗기기에 이른다.

 

중국인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패배감과 무력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지식인들은 동포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신화속 존재인 황제를 다시 부활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현대에 들어서서 역사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참고: <만들어진 민족주의, 황제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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