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49일’ 드라마 촬영현장에 다녀오다!

朱雀 2011. 3.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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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의 뒤를 이어 SBS에서 야심차게 방영중인 수목드라마 <49>의 촬영현장에 다녀오게 되었다. 개인적으론 드라마 촬영현장을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에 예능 방송은 몇 번 경험이 있었지만, 드라마는 처음인지라 마치 소풍가기 전날 밤처럼 마냥 떨렸다.

 

<49일>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던 탄현제작센터

셔틀버스를 타고
SBS 탄현스튜디오로 향했다. 따뜻한 햇살이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녹화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 주의사항을 듣고, 핸드폰은 아예 전원을 끄고 들어갔다. 현장은 예상대로 매우 조용했다. 다소 의외였던 것은 극중 송이경(이요원)의 집이 매우 작다는 사실이었다.

 

대본을 체크중인 이요원과 남규리. 남규리는 녹화내내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유지하면서 마치 실의에 빠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거의 말도 하지 않았다-. 감정을 유지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과 집념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TV에선 너무 자연스러워서 당연히 집에서 찍었거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세트였다. 재밌는 점은 송이경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사실은 조명을 이용해서 연출했다는 사실이었다. 짧은 지식으로 국내 조명기술은 아직 멀었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견식이 짧은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송이경의 방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표현하기 위해 설치된 조명들. 얼마나 감쪽같은 지 실제로 확인하기 전까진 정말 햇빛이 들어오는 방으로 착각했다. 새삼 필자가 눈썰미가 얼마나 없는지도 깨달았지만, 국내 방송사의 조명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49> 녹화현장에 카메라가 한 대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설명을 들었는데, 우리가 구경한 장면은 동일한 화면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좁은 세트에서 배우들과 스텝들이 똑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찍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였다. 바로 예쁜 화면을 얻기 위해서라고.

 

송이경의 누워있는 벽쪽에서 카메라가 찍을 때는 좀 더 멋진 화면을 위해 크레인까지 동원되었고, 출입문 창가쪽에서 찍을 때는 그곳에 벽면을 즉각 붙여서 벽이 생겨나는 마법이 일어났다.

 

'벽이 필요해'라는 한마디에 뚝딱 세워진 벽. 방금 전까지 카메라와 함께 두 배우의 연기를 보다가 이런 식으로 벽이 생기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 연극 보는 기분이다함께 간 일행 중에 누군가가 말했다. 송이경(이요원)의 작은 방안에 심각한 표정의 두 연기자(이요원-남규리)가 연기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처음 드라마 녹화현장에 가본 탓에 녹화분위기가 밝고 화기애애 할거라고 막연하게 짐작했다. 그러나 녹화현장은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마치 어린시절 교회에 가서 느낀 그런 경건함과 엄숙함과 비슷했다. 침 넘어가는 소리하나가 녹화에 방해가 될까 염려되었고, 배우는 물론이요, 스텝들까지 모든 주의를 기울인 상황은 그런 느낌을 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이요원과 남규리가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둘이 안 친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일행 중 누군가가 깨우쳐주었다. “아마 찍는 신이 매우 심각한 분위기인 탓인 듯 싶다. 영혼인 남규리가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이요원도 마찬가지고. 아마 두 사람 다 찍는 장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런 분위기를 유지한 게 아닐까?”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감정이란 게 몇 초만에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그렇게 쉽게 감정을 바꾼다면 그건 오히려 정신건강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도 방금까지 웃고 장난치다가 갑자기 심각한 연기를 한다면 본인이나 상대방이 어색하거나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

 

꼼꼼하게 음향을 모니터링 하던 음향기사

스튜디오의 사정상 우린 많은 구경을 할 순 없었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쉽게 보던 드라마가 실제 촬영장에선 어떻게 찍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공부였다.

 

보기만 해도 살짝 겁나는 크레인을 타고 찍던 촬영기사

PD의 요구에 따라 없던 벽이 순식간에 뚝딱하고 마법처럼 생겨나고, 보다 멋진 화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한쪽에선 모니터링을 하며 꼼꼼히 음향을 챙기고, 다른 한쪽에선 배우들의 표정하나 손짓하나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바 역을 다해내기 위해 감정을 유지하고 똑같은 동작을 수십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안에서 편안하게 보며 때론 비난하고 때론 감탄하는 장면 뒤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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