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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사 산책> 5권을 읽다가 흥미로운 대목을 접하게 되었다. 우드로 윌슨의 고집 때문에 독일의 경제가 휘청거렸고, 이는 히틀러가 훗날 총통이 되어 정국을 휘어잡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었다!

 

이야기는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191812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드로 윌슨은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재위기간 중 미국을 벗어난 최초의 대통령이 된다. 그가 향한 곳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전승국 대표 70여명과 함께 전후대책을 논의하게 된다.

 

그는 1년 전 발표한 14개 평화조약이 이루어지길 바랬지만, 현실은 그의 이상을 철저하게 배신했다. 1919628일 맺어진 베르사유 조약은 열강들의 잔치판으로 끝났다. 독일은 해외 식민지를 모두 잃고, 거기에 더해 1320억 마르크를 10년 안에 지불해야 했다. 한마디로 전후 잿더미에 앉은 독일은 수입원을 잃고 거기에 더해 배상금 명목의 일종의 빚까지 짊어진 셈이 되었다.

 

열강들의 독일 뜯어먹기에 환멸감만 가지고 돌아온 윌슨 대통령은 베르사유 조약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의 처세 부족으로 거부당하고 말았다. 그는 철저하게 공화당 의원을 무시했고, 그들이 내놓은 수정안마저 스스로 부결시키고 말았다.

 

<미국사 산책>에 나오는 표현처럼 자신이 낳은 맏아들을 스스로 죽인 셈이 되었다. 수정안에선 그가 애초에 생각한 14조 중에서 유일하게 국제연맹을 만드는 안이 살아있었다. 그러나 옹고집쟁이인 윌슨은 그러한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는 스스로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2차 세계대전의 불씨를 남겨놓는 꼴이 되고 말았다.

 

훗날 세계대공황이 도래한 미국에 처방을 내놓은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독일이 베르사유 조약 때문에 파산했으며,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거머쥔 주요원인도 베르사유 조약이다라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 베르사유 조약은 전적으로 너무 독일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었다. 만약 수정안이지만,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국제연맹에 미국이 가입할 수 있게 받아들였다면, 최소한 독일은 불만을 이야기해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케인즈는 생각한 것이다.

 

물론 몇 번의 조정을 통해 과중한 전쟁보상금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되지만, 그 기간 동안 프랑스는 알자스-로렌 지방을 빼앗고, 심지어 벨기에와 공모해 1923년엔 루르 지방을 빼앗기에 이른다.

 

1차 대전 이후 서구에 의해 식민지는 물론, 상업적 이득권까지 빼앗기고, 내정까지 간섭당하는 상황은 당연히 독일국민들에게 적개심을 불타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더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당장 먹고 사는 것마저 걱정에 이른다. 비록 독재를 했지만 독일인에게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말하며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먹고 사는 문제를 빠른 시간안에 해결한 히틀러에게 독일인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히틀러라는 희대의 독재자를 탄생시킨 것은 전승국들이었다. 특히 우드로 윌슨에게 많은 공격을 가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민족 자결주의로 대표되는 14개 조항을 발표했지만, 이를 지원할 구체적인 방안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는 이상은 높지만 실천력은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민족 자결주의에 가장 많이 자극받아 3.1운동을 펼친 우리 역시 일제의 철저한 탄압아래 더욱 심한 식민지 지배에 들어갔으니, 우드로 윌슨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당시 미국의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극명하게 대조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참고: <미국사 산책>

 

댓글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1.03.20 07:16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저 역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히틀러의 탄생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답니다...^^ 2011.03.20 10:34 신고
  • 프로필사진 빠리불어 그럴 수도 있겠네여..

    환경이 그렇다보면 사람이 휙 변할 수 있으니까.. ㅡㅡ;;

    새로운 상식 얻어갑니다..

    즐거운 주말 아침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2011.03.20 07:44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nohji.com BlogIcon 노지 너무 독일의 목을 죄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았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세계사를 배운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할걸요...(..음..)

    즐거운 주말 되세요^^
    어제는 일이 있어서 방문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ㅎ
    2011.03.20 08:0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미국이 독일의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해 큰 불행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왠지 씁쓸합니다...즐거운 주말되시길... 2011.03.20 10:35 신고
  • 프로필사진 최정 히틀러의 탄생에 이런 비밀이 숨어있는줄은 몰랐어요.. 특히 예나 지금이나,..
    전승국들이 너무나도 많은 이득을 챙기는것은 어쩔수없고
    힘의 논리가 너무나도 국제사회에서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2011.03.20 08:02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결국 국제사회는 철저한 힘의 논리인 것 같습니다... 2011.03.20 10:3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daum.net/sun-pkj-noon/17943899 BlogIcon 짱똘이찌니 우드로 윌슨이. ‘민족 자결주의’로 대표되는 14개 조항을 발표했었나요?
    말 그대로 이상은 높지만 실천력은 전혀 없는 인물이었군요..
    2011.03.20 08:14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네 혹시나 하고 좀 찾아봤는데, 말뿐인 인사더군요...--;;; 2011.03.20 10:36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daum.net/phjsunflower BlogIcon 꽃집아가씨 히틀러를 너무 나쁘게 몰아가는거 같아서 슬퍼요 ㅠ
    히틀러 동물보호법을 처음으로 만든사람이고
    술담배 마약 놀음을 안하는 사람으로 알고있거든요
    물론 나쁜일이 더 많지만 너무 나쁘게 보니 ㅠㅠ
    저.. 공부했습니다^^
    2011.03.20 09:45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히틀러는 당시의 독일인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나쁜 사람이라고 봅니다...처음에는 먹고 살게 해주고, 독일을 강한 나라로 만들었지만, 결국 세계를 전쟁속으로 몰아넣었으니까요. 독재자 한명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 전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1.03.20 10:4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니자드 윌슨이 상당한 이상주의자였다고 하는데... 선의에서 비롯된 결과가 오히려 더 나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네;; 2011.03.20 09:4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그렇죠. 선의로 비롯된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2011.03.20 10:3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rketing360.tistory.com BlogIcon 미스터브랜드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사실은 아주 복잡한 인과관계에 의해서 발생된 것들이
    많더라구요. 문제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시절의 복잡 다단한 현상의 얼개를
    누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꿰 맞추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11.03.20 09:5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역사는 미스터 브랜드님의 말씀대로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뒤에야 그 얼개가 보이기 시작하죠. 그런 면에서 보면 미국은 참으로 강하고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나라입니다. 그 힘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 문제구요. --;;; 2011.03.20 10:3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pssyyt.tistory.com BlogIcon 무터킨더 이런 문제가 배경이 되었군요.
    독재자가 혼자 될 수 없었겠죠.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당시엔 그에게 열광했을 것이기에...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2011.03.20 10:1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저도 며칠전 책을 읽다가 흥미롭게 본 구절이었답니다.
    즐거운 휴일되시길...^^
    2011.03.20 10:3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slds2.tistory.com BlogIcon ★입질의 추억★ 주작친구님~ 요새 정신이 없어서 댓글을 못남겼는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2011.03.20 13:04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말씀 감사합니다. 입질님. 오늘도 행복하고 힘찬 월요일 되시길~^^/ 2011.03.21 12: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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