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먹거리, ‘헝그리걸’

朱雀 2011.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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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헝그리걸>을 찾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여자친구는 때때로 가로수길에서 이런저런 구경을 하기 좋아한다. 여성들을 위한 멋진 옷과 액서세리 등이 길거리를 수놓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여자친구는 그런 상품들을 구경하느라, 나는 소외되어 멀뚱하니 기다려야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그렇게 다른 것을 어찌하겠는가? 그날도 여자친구와 함께 이런 저런 구경을 하다가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아 뒷골목을 서성였다. 우린 때때로 아는 집에서 벗어나서, 근사해 보이는 집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맛집을 향해 가는 모험을 하곤 했다.

 

원래 내 도착지는 이곳이 아니라 바로 옆집에 있는 피자가게였다. 나는 다양한 조각피자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간판 때문인지, 아니면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탓인지, <헝그리걸>을 선택했고 선택권이 없는 나는 끌려가야했다.

 

막상 들어가보니, <헝그리걸>은 내가 가보지 못한 독특한 곳이었다. 일반적인 밥과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몸을 생각했다는 이곳은 음식의 맛과 형태가 남달랐다. 이를테면 드라마 <스타일>에서 류시원이 분했던 마크로비오틱을 고수하는 요리사의 음식 같달까? 물론 마크로비오틱은 신토불이와 껍질까지 먹는 주의지만, <헝그리걸>이 그 정도까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 내 관심사는 음식이 맛있다-없다수준이지, 그 음식의 기원이나 영양가를 따질 정도로 마니아틱하지 못한 탓이다. 여하튼 그때 시켜먹은 독특한 음식의 조합과 맛이 기억에 떠나질 않다가 최근에 다시 만나게 된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세 테이블 밖에 없는 곳에서 우린 좌식으로 앉아야 했다. 비오는 우중충한 날에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좌식이라니...게다가 빛마저 부족해서 사진을 찍기엔 (초보에겐) 최악의 조건이었다.

 

사진을 찍지 말까? 하다가, 혼자만 알기엔 아쉬운 맛집이라 그냥 찍기로 했다. 이나 주문한 음식은 우선 오리지널 반미였다. 반미는 동남아식 샌드위치로 무, 당근, 오이, 고추 등의 야채에 돼지고지나 닭고기 등을 얹어 먹는단다. 요새 고기가 조금 싫어진 관게로 닭고기를 선택했다.

 

한입 베어물어보니 여태까지 먹어본 샌드위치와는 전혀 다른 식감이었다. 통밀빵의 고소함과 무를 비롯한 야채와 닭고기의 조합은 묘한 맛을 드러냈는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안 가득히 행복감을 주었다.

 

 

오리지널 반미는 시켜보니, 그냥 반미도 궁금해서 비슷한 조합에 이번에 두부로 하고 또르띠아로 싸서 베트남식 크라미소스를 찍어서 먹어보았다. ! 이 조합도 샛다른 맛의 향연이었다!

 

오리지널 반미와는 전혀 다른 고소함과 크라미 소스의 새콤함이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부족한 묘사력으로 그 맛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비가 온 탓에 다소 춥게 느껴져서 헝그리걸 수프도 시켜보았다. 제철채소로 만들어서 항산화 수프라고 메뉴판에 적혀있는 헝그리걸 수프<헝그리걸>의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자극적이지 않았다.

 

 

일체의 화학조미료를 치지 않은 탓인지, 재료 고유의 맛이 느껴지면서도 매우 입안에서 순하게 퍼져서 누구나 몇입 먹으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밥이 먹고 싶어서, ‘펑 키후레쉬볼을 시켜보았다. 제철 야채를 비롯해서 구운 두부와 콩 그리고 신선한 현미밥에 상큼한 드레싱을 한 요리는 역시 오묘한 맛을 자랑한다.

 

뭐랄까? 서양식 드레싱과 동양식 재료들의 색다른 만남이라고 할까? 필자의 경험이 많지 않은 고로 이 맛을 뭐라고 형용하면 좋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그 이질적인 맛은 배척하고 싶지 않다. 그 경험은 즐겁게 계속 느껴보고 싶은 것이 맛보는 이의 즐거움이라고 할까?

 

필자가 사진을 찍고 음식을 맛보는 동안, <헝그리걸>의 주인장께선 어쩔 줄을 몰라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자리도 그렇고, 몇 가지 상황이 안 맞은 탓이었다.

 

그러나 별로 불평하고 싶진 않다. 딱히 기분 나쁘거나 힘든 점은 없었으니까. 오히려 뭐랄까?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음식을 먹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날 어떤 식당을 가던지, 조미료에서 벗어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리고 어떤 재료를 썼는지 계속해서 의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곳은 (다른 많은 곳이 그렇지만) 오픈형 주방이기 때문에, 손님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무슨 재료를 쓰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건강이 화두인 요즘 세상에, 열량이 높지 않은 자연식 위주로 메뉴를 구성했음에도, 맛있다는게 강점이다. 게다가 그냥 맛있는 게 아니라, ‘색다른 것을 맛보고 싶어하는 요즘 도시인들에게 또 다른 새로움을 주기 때문에 ‘12인 식당이 아닐까 싶다. 음식에 대해 깊은 조예나 지식은 없지만, 실로 독특한 헝그리걸을 이웃분들에게 알리고 싶다!


연락처: 02-541-1118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54-10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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