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스파르타쿠스는 어떻게 신화가 되었는가?

朱雀 2011. 7. 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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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평가는 과장되었다고 보는 편이었다. 생각해보라! 그는 노예로서 검투사가 되었고, 이미 제국이 된 로마를 상대로 무려 2년이나 반란군을 이끌었다. 이건 유치원생이 대학생을 상대로 싸움해서 몇 번이나 이겼다고 비유해도 좋을 만큼 엄청난 전과였다. 게다가 인간이란 강대한 적을 맞아 용감하게 싸운 이들에게 아무래도 후하게 평가하기 마련. 그런 탓에 나는 크라수스가 군대를 일으켰을 때, 간단하게 스파르타쿠스를 무찔렀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파르타쿠스 전쟁>을 읽고 얼마나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스파르타쿠스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때문에 <스파르타쿠스 전쟁>은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을 추측에 기대고 있다. 지은이 배리 스트라우스는 미국 코넬대에서 역사학과 고전문학을 가르키는 교수다. 그는 <살라미스 전쟁><트로이 전쟁>에 대해 이미 책을 썼고, <워싱턴 포스트><로스엔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하고, 심지어 BBC 방송에 역사 해설가로 활동할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서구유럽학자들은 대다수가 추측에 기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자료와 고증을 중요시하고, 어떻게든 사실에 근거하고자 한다. 그러나 스파르타쿠스는 <스파르타쿠스 전쟁>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오늘날 전해지는 문헌이 별로 없다. 그나마도 지극히 단편적이고, 승리자인 로마의 입장에서 서술되어서 왜곡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탓에 배리 스트라우스 교수는 추측이란 단서를 붙이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스파르타쿠스는 미드 <스파르타쿠스>에서 언급하듯이, 트라키아인이다. 그는 로마의 보조군으로 복무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는 검투사로서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후 반란군의 지휘자로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쿠스는 시기적으로 폼페이우스를 비롯한 로마의 유능한 장군과 강군이 에서 싸우고 있을 당시에 반란을 일으켰다. 상당히 운이 좋고, 치밀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제국을 이룬 로마다! 아무리 검투사라고 하지만, 그건 개개인의 무용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뿐, 정규군을 편성한 로마군을 검투사를 중심으로 한 오합지졸인 반란군이 이긴다는 건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런데, 스파르타쿠스는 바로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해낸다! 그는 로마정규군을 상대로 승리를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물론 스파르타쿠스는 로마군의 장기인 회전은 거의 하지 않았다. 반란군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서, 야습이나 기습을 하고, 구릉지대 등으로 이끌어낸다. 그렇다해도,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로마는 기본적으로 모든 공직에 있는 이들은 을 거쳐야 한다. 또한 지휘관은 조금 떨어져도 백부장을 비롯한 이들은 베테랑인 경우가 많다. 요컨대 로마군의 시스템은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겨우 70여명의 검투사로 시작된 반란군을 로마 정규군이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은, 반란군에겐 기쁨이지만 로마인들에겐 수치로 기억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스파르타쿠스의 승리는 파멸을 향한 소리없는 전진이었다. 아마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탈리아를 떠나기 위해 갖은 시도를 한다. 첫 번째 시도는 알프스산맥을 넘는 것이었다. 문헌에 따르면, 로마군에 연승한 그는 북으로 올라가서 알프스산맥을 코앞에 두었다가 다시 남으로 내려온다.

 

이에 대해 <스파르타쿠스 전쟁>은 스파르타쿠스가 일부러 목적지를 가르쳐주지 않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야기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알프스산맥을 넘는 일은 한니발처럼 대담무쌍한 장군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당시 반란군의 대다수는 스파르타쿠스처럼 외국인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노예들이다.

 

게다가 그들은 로마군을 상대로 연전연승했다. 승리는 즐거움이자 기쁨이지만, 동시에 현실에 대해 눈멀게 만드는 독약이기도 하다. 스파르타쿠스는 전쟁을 지속하면서 신탁을 받아 신에서 선택을 받고,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녔으며, 남들보다 머리 한두개는 큰 키에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라도 대다수의 반란군들의 반발에 어쩔 수 없이 남쪽으로 진로를 돌렸을 것이라는 것이 <스파르타쿠스 전쟁>의 추측이다.

 

로마는 스파르타쿠스를 상대하기 위해 2천명, 4천명 식으로 군대를 늘린다. 그리고 결국 로마는 결단을 내린다. 바로 크라수스에게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크라수스는 2개 이상의 군단을 조직하고, 최소 4만명 이상을 동원할 수 있게 된다.

 

당시 로마로서는 최후의 결단이라 할 수 있었다. 훗날 카이사르-폼페이우스와 함께 제 1차 삼두정치를 이끈 크라수스는 당시 군사적인 영예가 필요했다. 따라서 그는 유능한 군인들, 그러니까 퇴역한 군인들과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모았을 것이다. 게다가 돈에 있어선 남부럽지 않은 그로선 얼마의 돈이 들던지 상관없었을 것이다.

 

스파르타쿠스는 당시 6~10만 정도의 군사를 이끌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정규군이 제대로 먹고 갑옷을 비롯한 무기가 풍성했을 것과 달리, 먹는 것도 무기도 변변찮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숫자는 엇비슷하거나 더 많을 수 있지만, 이미 진 게임이라고 봐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스파르타쿠스는 그런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크라수스를 애먹인다. 크라수스의 일부군에게 그는 승리를 가져오고, 심지어 마지막 전투전까진 이리저리 크라수스를 끌고 다니면서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가 얼마나 게릴라전에 유능한 인물이었는지, 괜히 오늘날까지 그의 이름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허나 안타깝게도 운명은 스파르타쿠스의 편이 아니었다. 그가 알프스산맥을 눈앞에 두고 다시 돌아가야 했던 것처럼, 시칠리아를 눈앞에 두고 그는 배가 없어서 건너질 못한다. 해적들에게 거금을 주고 협상하지만, 해적들은 돈만 받고 튀어버린다. 뗏목도 만들어보지만, 겨울철의 해협 앞에선 무용지물. 결국 눈물을 삼키고 다시 돌아온 그는 마지막 결전을 준비한다.

 

스파르타쿠스의 마지막은 정말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처럼 드라마틱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는 결전을 앞두고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말을 죽여버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장에서 말은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무기다. 그런 말을 죽일 정도로 당시 그는 절박했다.

 

크라수스가 군대에 중간에 있으면서 자신을 보호한 것과 달리, 그는 결사대를 조직해서 크라수스를 향해 돌진한다. 스파르타쿠스는 한번에 백인대장 두 명을 죽일 정도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그는 어차피 크라수스와의 정면대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휘하의 군대 중에서 정예만을 선발해 크라수스만을 목표로 돌진해간다.

 

상상해보라! 검투사 출신의 지휘관은 모든 것을 포기한채, 결사대와 함께 오직 크라수스를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의 앞에는 백인대장을 비롯한 로마군이 빽빽한 포진을 하고 끝없이 막아선다. 스파르타쿠스와 검투사들은 초인적은 힘을 발휘해서 로마군을 베어넘기지만, 결국 한두명씩 로마군의 칼날에 땅에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스파르타쿠스마저 크라수스 앞에 다다르지 못하고 죽고 만다.

 

스파르타쿠스의 마지막은 로마에서조차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영웅의 최후그 자체였다! 비록 적이고 사람보다 못한 노예지만 그가 마지막에 보여준 무용과 지도자로서의 품격은 로마인들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아마도 역사에 남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반란이 성공해서 이탈리아를 떠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함께 한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는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에게 행복한 현재를 주는 대신에, ‘불멸의 명성을 남겨주었다.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는 오늘날 동명의 미드로 제작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2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스파르타쿠스는 신화가 되어버렸다.

 

제국으로 성장하고 무려 450년 동안이나 존속된 로마를 상대로 2년이나 본토에서 휘저은 그의 무용은 도저히 폄하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한 노예로서, 강대한 로마군을 상대로 전술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가 만약 한니발처럼 훈련된 군대를 가지고 로마군과 싸웠다면? 그가 해적들과 교섭에 성공해서 이탈리아 반도에서 떠났다면? 마지막 전투에서 크라수스를 그가 운좋게 제거했다면?

 

그러나 그런 모든 상상은 소설가나 호사가의 몫이다. 그는 당시 최선을 다했고, 로마에게 엄청난 치명타를 입혔다. 그가 활동한 시기에 그라쿠스 형제가 암살당한 역사적인 사실은 뭔가 시사점을 준다.

 

스파루타쿠스는 오늘날의 자유와 정의라는 개념과는 멀겠지만, 자신의 상황에서 자유와 평등 같은 이상을 이룩하고자 애썼다. 따라서 그가 지금은 피와 섹스가 넘치는 <스파르타쿠스>로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겠지만, 예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불멸의 명성을 누리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들과 싸우는 이들의 대표주자로 손색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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