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초조한 도시’

朱雀 2011. 7. 6. 07:00
728x90
반응형



 

-마음 같아서는 책에 있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싶지만, 저작권 등의 문제와 제가 바라본 '도시'사진을 올리는 것이 맞을 것 같아 제가 찍은 사진들을 올립니다-



가끔, 아주 가끔 내 블로그에 온 이들 가운데는 비밀댓글 등으로 글을 잘 쓰시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올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나는 몹시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겸손의 표시가 아니라, 정말 ‘너무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어설프게나마 글을 쓴지 벌써 10여년이 넘었다. 한땐 잡지사에 다니며 편집기자로 재직한 적도 있다. 따라서 글쓰기는 나에게 있어서 일상이자, 계속된 '과정'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현재의 내 글쓰기 수준이란, 그동안의 경력이나 눈높이를 고려했을 때는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내 글쓰기 실력은 누군가에서 내세울 만큼 못되고, ‘처럼 완성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칭찬이란, 더더욱 부끄러움으로 다가올 따름이다.

 

그런 탓에 누군가 글쓰기에 대해 조언을 요청할 때는 참으로 난감하다.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인 맞춤법에 맞게 쓰고, 평상시에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생각하며 참신한 글쓰기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글쓰기는 지난한 과정의 산물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단시간 안에 좋은 글쓰기란 나오지 않는다. -그런 것을 바란다면 그야말로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글쓰기에 관심도 없던 사람이 어느날부터 갑자기 잘 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만의 하나이고(그런 사람은 대부분 타고난 천재다!), 대다수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누적된 과정이 서서히 표출되기 시작한다. 마치 오래 묵은 술이 좋은 향기와 맛을 내는 것처럼, 글쓰기는 오랜 시간과 (마치 먹이를 문 사냥개처럼) 끈질긴 노력을 요구한다.

 

 

그런 내가 요새 급속히 빠져든 것이 있으니 바로, ‘사진찍기. 사실 나에게 사진이란 사진작가나 사진기자들이 찍는 전문영역이었다. 사진학과를 나와서 오랫시간동안 사진 하나에 매달려 결과물을 얻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해보지 못한 전문분야의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마저 일 정도였다.

 

누구나 커다란 DSLR을 들고 다니는 요즘에는, 아마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말이다. 우스운 것은 나에게 글쓰기를 묻는 사람들이 흔히 가질 선입견처럼, 나 역시 사진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것이다.

 

현재 나는 흔히 오두막이라 불리는 5D markII24-105 L렌즈를 가지고 있다. 장비만 놓고 따지면 세미프로용 이상이며, 가격을 놓고 따져도 만만찮은 물건들이다. 그러나 그걸 가지고 찍어내는 결과물은? 아직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따름이다.

 

사실 처음 그런 장비를 마련하게 된 것은 허영심이 90%이상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당시 블로그의 성격상, 외부 행사에 나갈 일이 많았는데,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서 초보자가 말도 안되는 고가의 전문장비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물론, '좋은 장비를 가지면 결과물도 좋을 것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심리도 엄청나게 작용했다.

 

그런 장비 덕문에 겉치례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선 어느 정도 이익도 보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매뉴얼과 어려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빛과 구도 때문에 지금처럼 어느 정도 사용하게 되는 데도 1년이 넘게 걸려버렸다.

 

그런 나도 사진을 찍으면서 점점 많은 것을 생각하고 (개미눈꼽만큼) 깨닫게 되었다. 사진은 장비로 찍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대하는 나의 눈과 자세 그리고 생각에 따라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시중에는 DSLR에 대해 무수히 많은 관련서적이 나와있다. 거기에는 조리개값과 셔터속도 등에 너무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생각과 시선이 결여된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물론 그런 서적도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인터넷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깨끗하고 선명하고 밝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국적인 상황을 찍는 것일까?

 

마치 석양이 진 노을의 장엄한 광경이나, 이른 새벽 안개가 낀 멋진 풍광 그리고 이스탄불이나 뉴욕처럼 가기 힘든 외국에서 찍는 사진들? 물론 그런 것도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그런 사물들은 아름다워서 누구나 찍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도시라면 어떨까? 그중에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생각에 철퇴를 가한 책이 바로 이영준의 <초조한 도시>.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이란 부제는 두드러기가 일어날 정도였다.

 

이거 괜히 잘난척 하려고 쓴 책 아냐?’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사진비평이란 생소한 분야에서 제법 알려진 저서라는 말에 , 어차피 도서관에서 빌리는 건데, 보다 아님 반납하면 그만이지 뭐!’라며 읽어내려 갔다.

 

이영준은 300밀리 망원렌즈로 도시의 풍경을 잡아낸다. 그의 시선은 너무나 참신하고 파격적이다. 흔히 TV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오래된 아파트만을 찾아내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봐서 감흥이 없는 도시의 간판과 무질서하고 살풍경하게 늘어선 아파트와 송전탑 그리고 한강대교를 잡아낸다. 우리가 흔히 망원렌즈로 특정 사물을 키우는 것과 달리, 역으로 그는 그냥 도시의 풍경을 잡아낸다.

 

아무런 설명 없이 그의 도시 관련 사진들을 보면 이거 나도 찍을 수 있겠다라고 건방진 소리와 함께 비웃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사진과 함께 곁들여진 그만의 이야기와 그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비웃음은 존경으로 바뀐다.

 

간판에서 도시만의 기호를 읽어내고, 콘크리트에서 무거운 하중을 묵묵히 이겨내는 존재의 유의미함과 부둣가에서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패여 자연을 닮아가는 모습을 포착해는 그의 관찰력과 직관력에는 그저 박수와 감탄사마이 연발할 뿐이다.

 

물론 때로는 잘 알지 못하는 외국사진사들과 인문학적인 지식들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초조한 도시>는 부담 없이 넘어가는 책이다. 그가 몇 년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매번 가장 적당한 때를 기다리면 찍은 사진들, 도시의 속살을 보기 위해 헤맨 끝에 찾아낸 결과물들은 도시가 이런 모습을 가졌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든다.

 

서울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전통과 역사가 가장 빨리 사라지는 곳이다. 개발과 발전이란 미명하에 10~20년 된 건물들은 마치 죄악시 되며 헐리고 다시 새로운 건축물이 올라간다. 따라서 몇 년 전 찍은 도시의 사진은 누군가의 강요나 동의 없이 저절로 역사가 되어버린다.

 

그런 생각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새삼 모든 것이 사진의 소재이자 주제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블로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사진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분명히 장비에 대한 기계적인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그런 지식이 쌓인 다음에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으로 사물을 접근하고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초조한 도시>는 조리개값이나 셔터속도 그리고 ISO등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는다. 여기에 실린 사진들은 별다른 뽀삽없이 실린 듯 하다. 때론 사진들만 보면 이게 뭐야?’라고 아마 대다수 이들이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책이 곁들어진 설명을 보고, 다른 사진들과 비교해보면 평범하고 거칠어 보이는 사진들이 사실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나온 산물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사진을 정말 잘 찍고 싶다면, <초조한 도시>는 그런 이들에게 사진찍기에 대해 좋은 이정표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아직 사진에 대해 잘 모르고, 잘 찍지도 못하고, 누군가와 사진을 논할 수준도 못되지만,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 너무나 예상외로 쉽고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이렇게 흔적을 남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