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슈퍼스타 K 3’의 함정

朱雀 2011. 9. 19. 07:54
728x90
반응형




최근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슈퍼스타 K 3>를 보면서 ! 저거 내일 화제가 되겠는데?’라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어떤 식으로든 화제가 된다. 가령 신지수가 10명의 팀원을 앞에 두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면서, ‘시간 없어요. 빨리 정해야 되요라면서 파트를 정하고 분담하면서 그녀를 작년에 밉상으로 찍힌 김그림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슈퍼위크 둘째날 라이벌 미션에서 투개월과 한팀이 되어서도, 자신의 주장을 독단적으로 몰고나가는 듯한 모습은 아무래도 시청자들에게 미운 털이 박히기 쉬운 장면들이다. 그뿐인가? 탈락한 20팀 가운데 10팀을 뽑고, 그들에게 거위의 꿈을 부르게 한 다음, 심사위원이 포옹하는 이들이 탈락하는 식으로 진행해서 시청자들에게 두번 죽이는 일이다라는 강한 반발을 샀다.

 

당연한 말이지만 10팀이 한꺼번에 노래했고, 그들은 각자 필사적인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건 애초에 3명만 정해진 상황에서 극적인 순간을 연출하고자,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이다.

 

 



많은 이들이 비판했던 '패자부활전' 장면. 그러나 이 장면이 없었다면 <슈퍼스타 K 3>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필자는 회의적이다. 단순히 이 장면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슈퍼스타 K 3>의 장점을 무작장 없애거나, '정체성'을 없애라는 이야기와 같다. 왜 이런 장면이 연출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느 시청자의 말마따나, 기왕 정해진 것 애초에 3명에게만 결과를 통보했다면 나머지 7팀이 거위의 꿈을 부르면서, 통곡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슈퍼스타 K 3>는 케이블 방송이다! 이는 상업방송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슈퍼스타 K 3>는 흔히 악마적 편집이라 불린다. 여기에선 공중파에선 도저히 볼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예선에서 탈락한 이들 가운데 흥분한 나머지, 욕설을 내뱉는 이들이 등장하고, 심사위원의 독설은 때론 심사와 상관없이 너무 심하게 느껴질 경우가 자주 보인다.

 

그러한 모든 장치는 사실 시청률을 위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에선 어떡식으로든 화제몰이가 되어야하고, 그것은 시청률을 이끄는 견인차가 되고, 마지막엔 스폰서가 달라붙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작년 <슈퍼스타 K 2>의 열풍은 <위대한 탄생>등의 오디션 프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게 만듬으로써, 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기회를 더욱 부여하게 되었다. 오늘날처럼 열린 경쟁체제였던 (가장 쉬운 계층이동이 가능했던) 교육마저 가진 자들이 더욱 유리한 구조로 변질됨으로써, 개천에서 용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항상 다른 팀에게 맞춰주며 감동을 선사해준 울랄라 세션. 멤버인 임윤택이 위암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호감도가 높아졌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함암치료중인 사실을 조금 더 늦게 알림으로써 극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따라서 <슈퍼스타 K 3>와 같은 오디션 프로는 시청자들에게 오직 실력만을 갖춘 개천출신의 인물들이 서로 피말리는 경쟁을 통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점에서 대리만족을 시킨다. 또한 그 과정을 악마적 편집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함으로써 더욱 재밌게 시청하게 되었다.

 

!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우린 응시자들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우린 그들이 브라운관에 비치기 전까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슈퍼스타 K 3>에서 잠깐 비치는 몇 분 동안의 상황을 통해서만 그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점이 파생한다. 첫 번째는 편집과정을 통해서만 방송되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특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사실이 과장 또는 축소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모든 오디션 프로가 마찬가지다-

 

이는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특정 시청자들을 비난하고, 일부는 미니홈피 등을 알아내서 흔히 말하는 신상털기를 하고, 이를 다시 인터넷 게시판에 알림으로써 부정적인 상황을 더욱 증폭시키게 된다.

 

두 번째는 응시자들은 모두 극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 그들은 내가 붙거나 상대방이 붙거나라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서 오디션을 본다. 심지어 슈퍼위크에선 하루의 시간만을 주고, 한곡을 멋지게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이들과 하모니를 맞춰야 하는 미션을 부여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극한 상황에 놓이면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 크리스티나와 윤빛나라처럼 다른 이를 최대한 챙기면서, 같이 어떻게든 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인물들도 있다. 그러나 다들 자신의 꿈을 위해 오디션에 참가한 만큼, 자신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전개시키면서 다른 이를 불리하게 이끄는 이들도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혹은 패닉상황에 빠져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이 나올 수도 있다.

 

<슈퍼스타 K 3>를 비롯한 오디션 프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경우에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슈퍼스타 K 3>의 경우 약 197만명에 이르는 응시자들이 참가했다. 이들의 음악성을 제대로 가려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위대한 탄생 시즌 2>에서 윤일상은 참가자들에게 독설을 내뱉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런 독설은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한다해도 <슈스케>처럼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방송을 통해 특정 참가자에 대한 심사평이 중계됨으로써. 하나의 인격체는 깡그리 무시당한다.


게다가 음악은 예술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칼처럼 완벽한 심사가 불가능하다. 심사위원인 가수들처럼 주관적인 심사라고 인정할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태지와 아이들은 첫 데뷔무대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최하위권의 점수를 받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가요계의 모든 역사를 바꾸었다.

 

특정인물의 예술성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이전까지 노래한 가수들처럼 부르는 것으로? 음색으로? 창법으로? 이런 것들은 무난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영역에 속하며, 절대로 절대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없다.

 

필자는 그렇다고 <슈퍼스타 K 3>의 무용론을 펼치거나 폐지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다만 본질을 보자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가 서구유럽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것은 사람들을 특정 상황에 몰아넣고, 그들이 벌이는 음모와 배신을 비롯한 인간의 밑바닥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 말초적인 이야기들은 선행보다 악행이 사회적으로 쉽게 퍼지는 것처럼 오늘날 발달한 SNS를 타고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대중은 거기에 열광하는 것이다. 특정인물을 비난하기는 쉽고, 특정 장면에 대해 욕하기는 더더욱 쉽다. 그러나 한발 떨어져서 사물의 본질을 보고 어디로 세태가 흘러가야 하는지 봐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우리의 비극은 베일 너머에서 벌어지던 오디션이 신비의 베일을 벗겨내고, TV 앞에서 낱낱이 공개된다는 사실이다. 베일 너머에서 벌어졌다면 아무리 독설이라고 해도 그것은 참가자들에게 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송이 된 이상 독설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될 수 밖에 없다.

 

심사위원들이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한다고 해도, 모든 심사평과 액션 그리고 거위의 꿈을 패자부활전에서 탈락자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부르는 것은 극적화면을 위한 연출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슈퍼스타 K 3>의 무엇보다 가장 큰 약점은 결국 단 한명의 우승자를 뽑기 위해 다른 196만명이 넘는 이들을 패배자로 만든다는 점이다. 장재인이 <TOP밴드>에서 한 이야기지만 ‘본인은 진짜 힘든데, 보는 사람은 진짜 즐겁잖아요. 만약 당신이 <슈퍼스타 K 3>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TV를 끄는 것이다. 어떤 사회적 이슈가 터져나와도 무시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슈퍼스타 K 3>같은 프로는 시청률과 장안의 화제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슈퍼스타 K 3>를 열렬하게 시청하고 싶다면, 가급적 누군가를 비난하기 보다는 잘하는 이를 칭찬하는 것이 낫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아주 한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특정인물을 비난한다는 것은 애초에 오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당신은 당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만회할 방법이 없다. 만약 그 참가자가 그런 실수를 했다해도, 당신이 만약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인간은 매우 연약하고 시험에 약한 존재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되는 주기도문 중에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라는 구절이 왜 있는지 한번쯤 곰씹어봄직하지 않은 대목이 아닐까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