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보스를 지켜라’의 주인공은 결국 김재중이었다?!

朱雀 2011. 9. 30. 07:55
728x90
반응형



“무원아! 너는 출구가 없구나” 서나윤(왕지혜)가 자신에게 요리를 해준 차무원(김재중)에게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인가? 하고 차무원이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그녀는 다시 말한다. “그냥 계속 빠져들기만 해”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할말을 이 드라마에선 여성이 남성에게 함으로써 역설적인 재미를 주긴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차무원의 매력은 끝이 없었던 것 같다.

 

일단 극중 차무원은 거의 완벽한 인간이다. 그는 DN그룹에서 잘 나가는 차세대 경영인이다. 마지막회에 묘사되지만, 그는 초고속 승진을 통해 전무까지 올라갔다. 이는 차지헌(지성)이 아직까지 본부장인 것과 비교하면 그의 경영능력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극중 차무원은 성격 좋고 외모 준수할 뿐만 아니라, 노래방을 콘서트장으로 바꿀
정도로 노래실력도 출중하고 운동도 잘하고 게다가 경영능력도 출중한 엄친아를
넘어선 우주인적 능력을 과시한다.




물론 차무원 역시 로열패밀리이기 때문에 30대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전무가 되긴 했지만, 아무리 재벌 3세라도 할지라도 능력이 없다면 그런 자리를 꿰찰수는 없다.

 

차무원은 기본적으로 인간성이 착하다. 물론 처음에는 차지헌을 견제하기 위해 노은설(최강희)를 뽑아서 비서로서 감시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긴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무느님이라며 받드는 노은설을 보고 마음에 찔려한다. 게다가 평생 놀줄 몰랐더 이 샌님은 노은설과 땡땡이를 치고는, 소주를 한잔 마시곤 취해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인간적인 그런 모습은 매력을 배가시킬 뿐이다. 그는 <보스를 지켜라>에서 거의 ‘이상형’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의 외모는 일단 준수하다. 그의 웃는 얼굴은 마성적인 매력으로 인해 브라운관속 인물이나 현실의 시청자들을 가릴 것 없이 빠져들게 한다.

 

재벌 3세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고지순한 마음은 노은설이 자신이 아니라 차지헌을 선택했음에도 항상 그녀를 걱정하고 어떻게든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도 부족해서 차무원은 자신이 사랑하는 서나윤에게 낭만적인 프로포즈를 할 정도로
로맨틱한 남자다. 남자들은 너무너무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이런 완벽한 모습은 <보스를
지켜라>의 주인공이 차지헌이 아니라 차무원이란 심증을 굳히게 한다. 게다가 그는 공식
적으로 차기 총수로서 지목을 받게 되고, 노은설이 말한 '깨끗한 경영'을 선언하니 그야말
로 주인공으로서 완벽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 엄친아는 운동도 잘하고 요리도 잘한다. 심지어 차무원은 차지헌이 그룹의 후계자가 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결국 공식적인 후계자로 창업주에 의해 선택을 받게 된다.

 

후계자가 되기 전에 차무원은 서나윤에게 프로포즈를 하면서 ‘깨끗한 경영인’이 될 것을 선언한다. 사실 깨끗한 경영인은 원래 노은설이 차지헌에게 바란 모습이었다.

 

그러나 차지헌은 자신의 적성에도 맞지 않고, 노은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경영자’를 깨끗하게 포기했다. 하여 그 차례는 차무원에게 돌아왔다. 물론 차무원은 이미 극 초반부터 능력을 보여주었으므로, 그가 경영자로선 더욱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보스를 지켜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 헷갈리게 만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스를 지켜라>는 제목 그대로 ‘보스’가 중요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에서 보스는 중의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말 그대로 조직의 보스를 뜻하며, 이것은 고등학교 시절 날나리 생활을 한 노은설과 젊은 시절 주먹을 좀 쓴 차회장을 뜻한다. 다른 뜻으론, DN그룹의 차세대 경영인인 차지헌을 뜻한 것이다. 왜? 차지헌은 공황장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노은설은 그의 비서로서 그를 지켜야만 했다.

 


물론 드라마상에선 차지헌이 노은설에게 우리가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매우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주인공 커플임을 상기시키지만, <보스를 지켜라>
라는 제목을 떠올려봤을 때, 보스로서 중요한 부분은 모두 차무원이 맡음으로써 그의 중요
성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보스를 지켜라>의 마지막 회에서 차지헌이 아니라 차무원이 공식적인 후계자가 된 것은 여러모로 이채롭다. 우선 이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중요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것에서 벗어난 점에서 이채롭다. 또한 주인공이어서가 아니라 능력 위주로 그룹의 후계자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차무원은 사랑했던 노은설이 어쩌면 그저 순수한 의미로서 그렸던 ‘이상형적인 기업인’이 되기 위해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비자금을 마련하지 않고, 편법 승계 등을 하지 않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 기업가에겐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일로 묘사되고 있다.

 

그들은 ‘깨끗한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말하면서, 서로서로 다른 기업가들이 구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차무원처럼 잘난 인물이 깨끗하게 경영한다면, 온갖 시기와 구박을 받을 것을 스스로 자초하는 셈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여 그들은 차무원이 예언한대로 서로서로 연합하여 차무원을 왕따시키거나 심할 경우, 그를 그룹 총수자리에서 끌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무원은 자신이 사랑했던 노은설이 원하는 기업인이 되기 위해 그런 가시밭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을 할머니가 아닌 서나윤에게 먼저 말하고, 장래를 약속함으로써 로맨틱한 청혼을 완성한다. 물론 차무원이 빛나는 부분은 거기까지다. 더 이상 그의 잘난 모습을 보여주면, 차지헌-노은설 커플이 너무 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재중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브라운관에서 자신의 마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가수답게
노래방 장면에서 노래실력을 뽐냈고, 지성 못지 않은 매력을 폴폴 풍기는 탤런트로서의 역할도
다했다. 한 가지 약점을 지적하자면, 목소리톤이 하나 뿐이라 단조로운 게 흠인데, 초보연기자인
것과 오늘날 아이돌이 드라마에서 발연기로 일관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연기는 훌륭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정이 안간다. 이 정도 흠은 갖춰줘야 가뜩이나 엄친아를
넘어서 외계인 같은 그를 우리같은 남성은 '인간'으로 여길 수 있다.




차지헌과 노은설은 결혼식을 올리고 나름 성대하게 드라마의 끝을 맺었다.
그러나 드라마의 제목상 기업가로서의 몫은 고스란히 차무원이 계승할 것
으로 그림으로써, 차지헌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차무원이 멋지게 그려졌다.

 

노은설을 만나 생전 처음 땡땡이도 치고 일반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전혀 술도 못마시는 샌님은 적당히 놀고 즐길 줄 아는 인간이 되었다. 또한 <보스를 지켜라>는 지성과 최강희 못지 않게 신인배우인 김재중은 스타로 만들었다.

 

처음 <보스를 지켜라>를 볼 때만 해도, 국내에선 첫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캐스팅된 김재중의 연기가 불안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그 역시 재벌 3세이자, 능력 많은 경영인답게 그 몫을 제대로 해냈다. 그는 ‘첫 출연’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안타까운 모습과 노는 것이 처음인 쑥맥과 마지막엔 성숙한 남자이자 기업가로서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지성 못지 않은 마력을 드라마에서 뿜어냈다.

 

<보스를 지켜라>는 18부작 동안 김재중이란 걸출한 신인 탤런트를 우리에게 보여준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다행히 김재중은 감정표현과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만, 아직 발성 부분에서 미흡한 모습이 보였다. 너무 완벽하면 정이 떨어질까봐 아직 그런 면을 주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며, 김재중이 아직은 ‘한톤’으로 말해 다소 단조롭게 느겨지는 발성톤만 개선한다면, 더욱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보여질 것이란 조언을 끝으로 하고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