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슈퍼스타 K 3'에서 패러디한 천사의 편집은 무슨 의미일까?

朱雀 2011. 10.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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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슈퍼스타 K 3>를 보면서, 새삼 그 깨알 같은 재미에 놀라고 말았다. 그중 가장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부분이 티걸이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슈스케>편집실을 찾아갔다가 천사들로 분장한 PD들이 편집하는 장면이었다.

 

즉, <슈스케>는 예리밴드의 무단이탈로 인해 ‘악마의 편집’이 정말 ‘악마의 편집’이라는 여기는 대중의 심리에 대해 허를 찌르고 말았다. <슈스케>의 악마의 편집을 가지고 말장난을 한 대표적인 인물에는 <TOP 밴드>에 출연중인 남궁연이 있다. 그는 ‘<슈스케>가 악마의 편집이면, <TOP 밴드>는 천사의 편집이다’라며 대립각을 만들어, <TOP 밴드>를 치켜세워 올렸다.

 


티걸마저 캐릭터화 시키는 <슈스케>의 감각에 그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그나저나
티걸에게 다른 성우의 목소리를 입히고 PD들(?)에게 날개옷을 입히고 천사흉내를 하게
한 것은 혹시 '천사의 편집'이란 말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풍자는 아니었을까?



그의 핵심논리를 보면, <슈스케>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내는 측면이 있지만, 적어도 <TOP 밴드>는 출연자에게 불리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들은 과감하게 편집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일까?

 

우선 <슈스케>가 되었던, <TOP 밴드>가 되었든 편집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담당PD들은 그동안 찍은 영상물을 보고 그중 가장 재미있거나 특징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모아서, 기승전결의 순서를 바꾸고, CG를 넣거나 효과음을 넣어서 방송을 만들어낸다.

 

전혀 편집이 안 된 영상은 재미가 없고 밋밋하기 때문에 아무리 정우성이 출연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외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방송시간은 1~2시간 정도 밖에 되질 않기 때문에 최소 몇십시간에서 몇천시간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가운데 취사선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방송은 ‘편집’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 그럼 우선 <슈스케>의 편집을 봐보자! 지난주 <슈스케>는 첫 번째 TOP 11의 생방송 무대를 보여줬다. 그 전에 우선 약 1시간 동안 한달동안의 합숙기간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다.

 

TOP 11에 뽑힌 이들에게 ‘오후 3시까지 오라’고 하고, MC 김성주가 나와서 기다렸다. 제일 먼저 울랄라 세션의 멤버가 도착하고, 맨마지막엔 크리스가 도착했다. 사실 이런 기다리는 부분은 별로 재미없기 쉬운 부분이다.

 

<슈스케> 참가자들은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예능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1박 2일>에 참가하는 은초딩처럼 리액션이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슈스케>는 재밌다! 왜? 편집을 기가 막히게 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표정과 말투를 기가 막히게 잡아내고, 정 안되면 인터뷰까지 따서 스토리텔링을 한다. 몇시간 동안 합숙소로 가서 그곳에서 방을 구하는 장면도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재미를 이끌어 낸다.

 

 

그뿐인가? 20킬로를 감량하려다가 15킬로 감량을 줄이는 김도현을 통해 웃음을 이끌어 내고, 아직 몸이 뻣뻣한 투개월의 도대윤의 뻣뻣댄스를 반복해서 보여줘 웃음을 준다. 김도현과 함께 상담을 받으러온 신지수는, 김도현이 팔짱을 끼고 있다고 살짝 때리는 모습을 비춰져서 그녀의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해준다.

 

이정아의 다크서클을 언급해서 마치 예능 프로같은 재미를 이끌어낸다. 울랄라 세션은 팀의 리더인 임윤택이 암투병 때문에 일주일간 합숙에 참여하지 못한 이야기를 슬며시 집어넣음으로써 그의 존재감과 더불어, 그가 다시 합숙소에 나타났을 때 이야기가 절정에 치닫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 전개는 말이 쉽지, 왠만한 내공으론 이루기 힘든 것들이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슈스케> TOP 11들은 현재 방송적인 측면에선 거의 초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들은 단 한명의 우승자를 놓고 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최대한의 포텐셜을 이끌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따라서 만약 <슈스케> 제작진들이 뭔가 방송적인 요구를 한다고 해도 들어주기 어렵다. 왜? 그들의 머릿속엔 ‘우승’밖에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슈스케> 제작진은 그들의 일상을 찍어서 수많은 컷들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고, 웃음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장면들을 이어붙인다. 그러면서 각 참가자들의 캐릭터성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러브라인 등의 흥미로운 부가적인 요소들을 만들어낸다. <슈스케>는 분명히 오디션 프로지만, 그 방송 내용상 예능적인 속성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냥 <슈스케>가 노래하거나 미션 수행하는 모습만을 보여준다면 재미가 많이 반감될 것이다.

 


도대체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내보내다니...이런 게'천사의
편집'이라면, 필자는 '악마의 편집'이 몇천배 낫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런 편집을 통해서
참가자들이 어떻게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겠는가?



그럼 이쯤에서 지난주 <TOP 밴드>를 살펴보자! 지난주엔 톡식과 2STAY가 8강전에서 맞붙었다. 대결에 앞서서 <TOP 밴드>는 톡식 멤버인 김슬옹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중학교때 자퇴서를 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밴드음악이 부재한 우리나라에서 밴드음악을 하는 그를 부모님들이 무조건적으로 응원할 리가 없었다. 아버지는 ‘함께 AS센터를 하자’고 제안했고, 김슬옹은 그 때문에 아버지를 피해다녔다. 김슬옹은 부모님이 바쁜 탓에 누나랑 둘이서 지낸 시간이 많았다는 이야기 등이 쭈욱 나열되었다.

 

이야기만 놓고 봐도 드라마틱하고, 편집하기에 따라선 <슈스케>보다 더욱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근데 마치 <VJ특공대>를 보듯이 주루룩 나열만 되었고, 음악은 경쾌하기만 했다. -아니, 차라리 <VJ특공대>도 이보단 낫다. 그 밋밋함이라니- 

 

뒤이은 2STAY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벌기 위해 어린이 음악까지 하고, 고기파티등을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밋밋하게 그려졌다. 이정도가 되면 ‘천사의 편집’이 아니라 ‘무능력한 편집’이다.

 

<TOP 밴드>의 편집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정말 참가밴드들이 이 방송을 살렸군’이란 생각 뿐이다. 어떤 밴드가 나와도 편집영상과 음악톤은 너무나 똑같다. 따라서 음악만 들어도 각 밴드의 색깔과 멤버들의 성향이 그렇게 개성적인데도, 이야기들은 몰개성적이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너무나 진부한 톤의 이야기구성은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할 뿐이다.

 

만약 남궁연이 말한 ‘천사의 편집’이 이런 것이라면, <TOP 밴드>의 무능력함을 스스로 증명할 뿐이다. 물론 남궁연이 왜 <슈스케>를 물고 넘어졌는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오늘날 밴드음악이 갈수록 밀려나는 처지에서, 어떻게든 <TOP 밴드>를 이슈화시켜서 밴드를 단 한팀이라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그는 악역을 자처한 것이리라. 그러나 그 방법이 너무 치사하고 유치했다.

 

<슈스케>의 편집이 무조건 좋다거나 ‘옳다’고 할 순 없

다. 그러나 정말 문자 그대로 ‘악마의 편집’은 아니다. 남궁연과 예리밴드가 문제 삼은 부분 역시 이야기의 갈등각을 세우고, 캐릭터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조금 과하게 된 것 뿐이다. 그리고 신지수의 예처럼, <슈스케> 역시 그들의 이미지를 위해 변명하거나 부연설명하는 장면을 넣어서 어떻게든 희석시킨다.

 

참가자들이 ‘악당’이 된다면, 그 누구보다 곤란해지는 건 <슈스케> 자신이니까. <슈스케>건 <TOP 밴드>건 두 방송 모두 시청률을 먹고 사는 오디션 프로다. 오디션 프로는 그 속성상 단 한명(혹은 한팀)을 빼놓고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프로다. 그런 속성상 ‘천사의 편집’따윈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TOP 밴드>처럼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이 넘쳐나는 데도, 단 한팀의 캐릭터성도 못살려내는 방송은 ‘천사’가 아니라, 그 무능력함이 ‘악마’를 넘어선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주 <슈퍼스타 K 3>의 천사의 편집 패러디에서 그런 부분들을 읽어냈다. 과장될 수도 있지만, 이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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