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성장기 두 소년의 가출을 그린 '회색노트'

朱雀 2009. 8. 2. 10:31
728x90
반응형

회색 노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로제 마르탱 뒤 가르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자크와 다니엘은 자신들의 비밀 이야기를 담은 교환 일기가 신부에게 빼앗기자 가출을 결심하고 단행한다. 아들이 가출한 사실을 알게 되자 자크의 아버지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 때문에 고민하고, 다니엘의 어머니는 아들의 무사여부에 노심초사한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회색 노트>는 성장 소설이자, 1800년대 유럽 사회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자크의 아버지는 카톨릭교를 믿는 집안의 수장으로, 엄청난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쥐고 있다. 그러나 자크의 아버지와 로제트 신부는 사사건건 자크의 비행을 함께 가출한 다니엘에게 돌린다. 이유는 간단한다. 다니엘의 집안이 프로테스탄트이기 때문이다.

항상 억압과 간섭을 받아온 자크는 자유롭고 섬세한 지성을 지닌 다니엘에게 끌린다. 얼핏 보기에 준수한 외모와 너그러운 품성을 지닌 다니엘은 다소 못생기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자크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다니엘의 아버지는 난봉꾼이며 자식과 아내를 내팽개치고 자기 멋대로 사는 인물이다. 다니엘이 자크에게 이끌린 것은 그런 아버지에게 받은 기질이 어느 정도 작용한 일이리라.

<회색 노트>를 접했을 때 신선한 부분은 읽기 편한 문체와 적절히 사용된 삽화다. 또한 말미에 작품에 대한 해설을 친절히 수록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청소년에게 최대한 읽기 편하게 하기 위한 고심이 엿보이는 부분들이었다. 고전이라 케케묵고 지겹지 않을까 싶었는데 불과 2시간도 안돼 다 읽힐 만큼 부담도 없고 재미이었다.

사실 교환일기와 두 남자 아이가 가출을 했다가 붙잡혀 돌아오는 성장소설인 <회색 노트>는 오늘날 보면 자칫 진부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이 발표된 1922년 시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시대를 앞선 소설이었고, 사춘기 소년들의 방황을 그린 명작이었다.

사춘기 소년들은 기존의 권위에 반항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고 싶어한다. 그러한 의지의 극도의 표출이 바로 가출이다. 그러나 가출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다. 세상으로 나온 두 소년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다. 당장 음식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잠자리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을 거치면서 두 소년은 집의 소중함을 깨닫고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가출은 다니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다. 바로 낯선 여인과의 하룻밤이다. 그런 하룻밤은 그에게 쾌락과 더불어 죄의식을 불어넣어 갈등케 한다.

<회색 노트>를 읽고 나면 뭔가 뒤에 더 있을 것 같은 찝찝함을 안겨준다. 당연한 일이었다. 해설부분을 보니 총 8부작에 이르는 <티보가의 사람들>의 첫권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대하소설로 총칭하는 분류의 시초였다.

말미의 해설부분을 읽으며 <회색 노트>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소설적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종교개혁과 지은이 로제의 멘토이자 동료인 앙드레 지드, 비극의 독문학자 전혜진, 마다가스카 등이 날줄과 씨줄로 연결되어 작품해설에 풍성함을 더한다.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의 25번째 소설인 <회색 노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여전히 불만족스런 상황에서 고뇌와 갈등을 하고 있고, 소설이 발표된 1920대처럼 오늘날 사회도 불합리한 관행과 권위가 횡횡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직 국어교사들이 참여한 징검다리 클래식은 단순히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오늘날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도 읽어야할 작품이라 여겨진다. 비록 사회적 환경이 달라졌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의 불합리성과 고민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