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실망을 넘어서 절망스러운 신세경의 연기력

朱雀 2011. 1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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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밤에 방송된 <뿌리깊은 나무>에선 정기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유주얼 서스펙트> 못잖은 반전이 일어났다. 시청자 가운데는 이미 정기준의 정체가 가리온이라는 것을 예견한 이들도 있었으나, 그들조차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반전이었다.

 

그러나 지난 10화에서 가리온이 의금부에 체포되었을 당시, 가리온에게 밀명을 내린 세종대왕과 소이 그리고 몇몇 신료들과 함께 긴박한 대화신이 이어졌다. 이때 신세경이 보여준 표정연기와 발음은 실망을 넘어서서 절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전하의 명을 전한 시간이옵니다.’ ‘가리온이 이대로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란 소이의 대사에선 그 어떤 감정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밋밋하기 그지 없었다.

 

눈을 치켜뜬 신세경의 표정역시 무슨 감정을 담고 있는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낙제점의 연기였다. 이런 연기는 장혁과 일대일 장면에서 더욱 도두러졌다.

 

이 장면에서 소이는 자신이 가리온과 밤 11시경 있었던 결정적 증인임을 밝히지만, 전하의 안위 때문에 그런 사실을 밝힐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강채윤은 ‘사람 목숨보다 어명이 중요하냐?’는 식으로 따지고, 소이는 실로 처음으로 길게 말을 적어서 그에게 전하면서 절까지 한다.

 

‘어린 시절 나의 치기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의 아비가 죽었습니다. 전하의 대사는 전하의 것만이 아니요. 저와도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저도 자고 싶습니다. 벗어나고 싶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저와 가리온의 목숨 그리고 대의가 겸사복께 달렸습니다. 제발 구해주십시오’

 

이 장면은 10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면 가운데 하나였다.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강채윤이, 천한 목숨이 없다고 여기는 강채윤이,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소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녀를 증인으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증거와 범인을 찾아내게 만드는.

 

따라서 이 긴 대사는 강채윤과 시청자들에게 구구절절히 다가와야 했다. 그러나 막상 실제 장면은 어땠는가? 신세경의 얼굴과 눈빛에선 그 어떤 애절함이 전혀 자아내질 못했다.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장면에서 ‘예쁘네’라는 생각 외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하나 있긴 했다. ‘쟤 연기하고 있구나’정도? 신세경은 지난 10화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신세경은 <뿌리 깊은 나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세종대왕은 분명히 독신이 아니건만, 극에선 소헌왕후는 물론이요, 그 어떤 빈이 등장하지 않는다. 궁녀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녀들 역시 비중이 매우 낮다. 극중에서 소이 못지않게 비중이 있는 여성을 들라면, 반촌의 도담댁 정도랄까?

 

따라서 <뿌리 깊은 나무>에서 소이역의 신세경은 사실상 홍일점이라고 해도 좋고, 여주인공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매우 중요하기 짝이 없다. 그녀는 세종대왕에겐 한글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동지이자 버팀목이요, 강채윤에게 사랑하는 동생이자 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세경은 극에서 제몫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소이역은 벙어리이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내면연기가 몹시 중요하다. 그러나 10화까지 그녀가 보여준 내면연기는 훌륭했는가? 시청자에게 구구절절함을 전해주었는가? 낙제점을 주면 충분할 정도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선덕여왕>에서 어린 천명공주를 연기한 신세경은 처음에는 불안했으나, 어린 덕만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여 그녀는 황실의 꽃에서 당당한 여장부로 성장했다. 하여 훗날 천명공주가 박예진으로 바뀌었을 때는 오히려 신세경보다 못한 느낌을 받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에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역배우와 비교해도 떨어질 만큼 그녀의 연기력은 지극히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10화에서 신세경은 간절함이나 애틋함이나 긴장감따위는 표정에서 찾을 수 없었다. 독백형식을 취한 그녀의 나레이션 역시 밋밋하기 그지 없어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정도였다.

 

다행히 워낙 드라마적 완성도가 높고, 가리온과 세종대왕 등의 뛰어난 활약으로 인해 두드러지진 않았으나, 그녀의 극중 비중과 역할을 고려하면 매우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수준이었다. 신세경은 10화를 통해 그녀의 이름값이 거품에 지나지 않음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남은 14화에서 자신의 명성을 깎아먹은 그녀가 과연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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