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호란의 충격적인 고백

朱雀 2011. 11. 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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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히 처음 방송된 <이야기쇼 두드림>을 보게 되었다. 여기엔 첫 번째 손님으로 광고인 박웅현씨가 초대되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단순한 예능프로가 아니라 저명한 인사를 불러서 그들에게서 ‘인생’과 ‘성공’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소설가 황석영-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 방송인 김영만-마왕 신해철로 구성된 MC진용은 몹시나 독특해서 계속 기대하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원래 ‘질문 있어요’ 코너에 호란이 나오지 않았다면, 필자는 박웅현씨가 한 인생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름대로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고민’에서 거친 인상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끊임없이 오해를 받는 한 청년이 ‘매너손’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호란의 자신의 과거 성추행 경험을 이야기를 했는데 몹시 놀라고 말았다.

 

첫 번째 이야기는 버스를 탔는데, 한 멀쩡한 남자가 다른 좌석에 앉아서는 자신을 보면서 이상한 짓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호란은 당시 우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를 보면서 뭐하는 짓이냐?’라면서 치한을 때렸다고 한다.

 

그때 그녀는 ‘여기 이상한 사람있어요. 버스를 세워주세요’라고 주변에 도움을 청했는데,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고, 심지어 버스기사는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어줬다. 덕분에 호란은 자신의 힘으로 치한을 끌어내렸다. 호란은 당시 목적지까지 세 정거장이 더 남아있는 탓에 더 타야했는데, 차안의 공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소란을 피운 이상한 여자’정도로만 인식되었던 상황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초만원 상황이었다. 당시 호란은 의자의 양쪽손잡이를 잡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좌석의 손잡이를 잡더니 슬며시 엄지손가락이 자신의 손에 닿았다고 한다.

 

 

‘손잡이가 작아서 그런가?’하고 그녀는 손잡이 위쪽으로 옮겼는데, 정체불명의 남자의 손과 엄지손가락도 같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상해서 호란이 쳐다보니 그것은 엄지손가락이 아니었다고 한다.

 

호란의 이야기를 듣고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이 이것이 그녀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이런 경험은 아마 대한민국 여성이면 절반 이상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스튜디오내의 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여서 동감을 표시했다.

 

그러고보니 주변 여성들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길가를 걸어가고 있는데, 멀쩡히 걸어가던 남성이 갑자기 뒤에서 끌어앉으며 몸을 만졌던 일화나 밤늦은 시각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남자가 뒤에서 끌어안고 더듬었던 이야기들은 남자인 내가 듣기에도 소름이 돋고 끔찍한 일이었다.

 

우린 흔히 여고 앞에 자주 출몰하는 바바리맨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는 인물 이야기를 들으며 그냥 재밌는 에피소드를 듣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행위 하나라도 성추행은 당하는 여성의 입장에선 몹시 수치스럽고 무서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또한 성추행을 하는 남성들은 쾌락을 말초적인 쾌락을 얻기 위해 더욱 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바바리맨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은 나중엔 성폭행 같은 일을 저지를 소지가 매우 큰 것이다.


-게다가 호란의 경험담에서 알 수 있듯이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는 등의 시선은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스런 부분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성추행을 당한 여성을 향해 '안되었다'보다는 '오죽하면'이란 말도 안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성추행한 남성이 고소-고발 등을 당하면 '아직 창창한데...'는 동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향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성중심주의를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여성이 성추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길 밖에 없다. 누군가가 성추행을 하려 한다면, 단호히 싫다고 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성추행하는 경우 그녀의 외모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여성이 성추행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어보이면 감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우리 사회는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도와줄 수 있도록 마음의 자세를 갖고, 성추행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력한 사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성추행 관련 사건은 고소등을 할 경우, 여성이 직접 진술해야 하는 등 엄청난 수치심을 자아내도록 되어있다. 즉, 여성은 성추행을 당한 고통을 판사앞에서 진술해야하고 처참한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이중고-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세상에선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여성들의 한탄을 그냥 들을 수 밖에 없는 남성의 입장으로선 매우 안타깝다. 성추행을 당하는 여성이 줄어들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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