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암환자 영화가 이토록 유쾌하다니! ‘50/50’

朱雀 2011. 1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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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암을 선고받은 우리 영화들엔 공식이 있다! 항상 주인공인 죽고 못사는 애인이 있는데, 다들 사랑하기 때문에 일부러 그 여인을 떠나보내기 위해 진상짓을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서야 서로 진심을 알게 되고, 다시 사랑하면서 아름다운 끝맺음(?)을 하게 된다. 쌍팔년도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명본좌와 하지원이란 걸출한 두 스타가 만난 <내 사랑 내 곁에>란 영화의 스토리라인 역시 그랬다.

 

김명민은 루게릭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주인공을 연기하기 위해 혹독한 살빼기와 시한부 인생연기에 몰입했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쌍팔년도도 아닌 70년대 스타일이라, 그의 빛나는 연기가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김명민+하지원'이란 더없이 훌륭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영화평 중에는 ‘원래 출연하기로 되어있던 권상우가 하는 것이 나았겠다’라거나 ‘호미로 충분한 작품에 가래가 출연했다’는 식의 재밌는 평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남자주인공인 27세 아담(조셉 고든 레빗)은 희귀한 척추암(정확히는 복잡한 명칭인데, 이름도 길고 기억도 잘 안나니 이렇게 넘어가자)에 걸린 사실을 어느날 알게 된다. 등이 이상하게 자주 아프긴 했지만, 평상시 술과 담배도 하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바른 생활 사나이’인 자신이 생존확률 50%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물론 그런 그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영화들의 주인공처럼 울고 불고 짜면서 심각하게 덩폼을 잡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처음에는 차분한 모습(?)을 취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를 가만놔두지 않는다. 벌써 3주째 자신과의 잠자리를 멀리하는 애인 레이첼(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울면서 곁을 지켜주겠다고 맹세하지만, 제대로 병원에 조차 데려다 주지 않는다. 둘도 없는 단짝친구인 카일(세스 로겐)은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여자들을 꼬시기에 여념이 없다는 이 황당하고 답답한 현실!

 



'섹스'를 입에 달고 사는 단짝 친구 카일역의 세스 로겐은 극의 재미와 웃음을 이끌어내는
감초연기를 톡톡히 해낸다. 조셉 고든 레빗 역시 약간은 순진하지만 섬세한 암환자의 심리
변화를 멋지게 짚어내어 관객의 감탄사를 자아내는 명연기를 선사한다!




<50/50>을 보면서 놀라운 점은 우리영화처럼 심각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괴짜친구 카일 때문에 관객들은 수시로 폭소를 터트리게 되고, 그건 아담이 심리치료를 위해 이제 세 번째 환자를 맡는 초보 치료사 캐서린(안나 켄드릭)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50/50>은 단순한 코미디 영화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50/50>은 암환자들이 겪는 충격->부정->저항->수용의 단계를 리얼하게 그러나 튀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과정으로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척추암을 경험했던 윌 라이저가 직접 집필해서 '순도 100%'의 리얼리티를 간직하고 있으며, 시나리오를 받아든 조셉 고든 레빗은 단짝 친구역인 세스 로건과 함께 암환자들을 만나고, 감독의 집에서 윌 라이저와 함께 숙식하면서 그의 경험과 느낌을 함께 공유하고자 애썼단다. 실제로 영화에선 그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정말 ‘일상생활’처럼 관객에게 다가온다.

 



심리치료사역의 안나 켄드릭과 결국 헤어지는 전 애인역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의 연기는 모두 매력적이어서 그녀들의 다음 작품이나 이전 작품을 찾아보게끔 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처음에는 건강했지만 날이 갈수록 말라가고 안색이 파리해지는 조셉 고든 레빗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김명민에 필적할 만큼 훌륭하며, 그런 이유로 그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을 다시금 기다리게 하는 이유를 더 추가하게끔 만든다.

 

그뿐인가? 풋내기 심리치료사역의 안나 켄드릭은 할리우드의 명품 배우 조지 클루니와 함께 한 <인 디 에어>에서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것을 넘어서서,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연기를 보여준다. 게다가 <개콘>의 언어리를 빌리자면 ‘몸매도 이뻐’다!

 


자칫 심각해지거나 무거워 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끝까지 웃음과 가벼움을 잃지
않는 영화의 미덕은 '암환자 영화는 심각하다'라는 생각이 우리의 편견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끔 하는 일침을 날린다!
 


그 밖에 <그린 호넷>의 세스 로건과 명감독 론 하워드의 딸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연기는 우리에겐 낯선 얼굴이지만 명품연기로 그들의 이름과 필모그래피를 찾아보게끔 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사실 암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뻔한 공식을 밟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로맨틱 코미디 만큼이나 너무나 많이 써서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위해 삭발투혼을 감행한 조셉 고든 레빗의 투혼과 윌 라이저의 경험담 그리고 조나단 레빈 감독의 빛나는 조합은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통념을 깨기에 충분한 결과물을 우리 앞에 선사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섭외될 만큼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었음에도
<50/50>처럼 위험성 많은 영화에 기꺼이 출연할 줄 아는 조셉 고든 레빗의 열정과 삭발투혼은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로서 그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게 만든다!



로튼 토마토 지수가 94%나 되는 이유를,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객이 호평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영화를 본다면 당신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될 것이다. 암환자의 이야기를 다뤘음에도 시종일관 폭소를 터트리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가족과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영화의 힘에 당신 역시 공감하게 되리라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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