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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7시간 정도 싱가포르 에어라인을 타고 싱가포르를 향해 날아가면서 ‘201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이하 ‘<2011 MAMA>’)’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떤 면에선 얕잡아 보는 면도 있었다. 한마디로 케이블 방송 시상식이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정도 였다. 그저 좋은 기회가 닿아서 해외에서 시상식 구경하고 싱가포르 관광이나 해보자는 꿩먹고 알먹기식의 얄팍한 생각을 한 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2011 MAMA는 필자의 그런 선입견와 비웃기라도 하듯 문화적 충격에 가까운 무대를 보여주었고,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첫 번째는 우리도 세계적인 시상식을 하나쯤 가질 수 있겠다는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MTV 어워드가 좋은 예가 되겠지만, 오늘날 시상식은 과거의 진부하고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재기발랄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중파를 비롯한 국내 방송사와 각종 시상식들은 아직까지 세계적인 추세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베스트 커플상<성균관 스캔들>의 송중기-유아인 커플이 선정되는 재밌는 모습등은 보여주고 있으나, 상의 공정성과 시청자들의 공감 그리고 무대 퍼포먼스 등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1129일 싱가프로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11 MAMA는 시상식과 무대의 주옥같은 콜라보레이션 이었다. 상의 공정성도 충분했고, 국내 가수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가수들에게 시상을 함으로써 적어도 아시아권 가수들의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단순히 K팝 시상식을 해외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가수들 모두의 축제의 장으로 가는 발전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게다가 현아-장현승, 울랄라 세션, 소녀시대, 슈퍼쥬니어 등의 무대는 어떠했는가? 기존의 시상식 무대는 그저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을 그저 나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러나 2011 MAMA는 한편의 잘 짜여진 오페라를 보는 기분이었다. 마치 한편의 무술영화를 보는 듯한 미쓰에이의 무대는 상당히 재미있었고, <슈퍼스타 K3>를 통해 대한민국의 기적을 연출한 울랄라세션은 아시아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바람 등의 여신으로 분한 소녀시대는 말그대로 여신강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무대중의 하나는 쏘리쏘리의 슈퍼쥬니어였다. 도대체 언제적 쏘리쏘리인가? ‘미스터 심플에 이어 쏘리쏘리의 도입부가 나올 때만해도 반갑기도 했지만 또야?’라는 반문이 스스로 터져나왔다.

 

그러나 수백명이 군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벅찬 감동을 받았다. 인원 동원은 어찌보면 가장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플래시몹이 인기를 끌면서 짧은 시간안에 네티즌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그 규모의 크기 때문일 것이다.

 



충격으로 다가온 슈퍼쥬니어의 무대

그러나 단순히 인원을 동원하는 것만으로 감동의 크기까지 결정지을 수는 없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하게 등장해서, 딱 필요한 만큼만의 연출이 들어갔을 때만 최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건 연출력과 고도의 치밀한 계산이 더해져야만 하는 무대예술이다.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도 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엠넷은 해냈다. 공중파에서조다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어려운 무대를 일개 케이블 방송이 해낸 것이다. 그저 절로 박수가 나오고 감탄사만이 연발되는 무대였다!

 

두 번째는 코다 쿠미를 비롯한 해외 가수들의 무대였다. 코다 쿠미는 우리에겐 아유미가 불렀던 <큐티 하니>를 원래 불렀던 가수였다. 가창력도 훌륭하고 퍼포먼스도 끝내주고 팬서비스가 확실한 그녀가 2011 MAMA 무대에 섰을 때는 기대가 컸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우아한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두 번째 무대부터는 옆구리가 확 트인 파격적인 의상과 도발적인 댄스를 선보였을 때, 일본이 왜 우리보다 음악에 있어선 한수위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파격적이었던 코다 쿠미의 무대


2011 MAMA는 케이블 방송이며, 해외시상식 등 예외적인 조건이 많이 붇는다. 따라서 해외가수의 무대에 대해서 너무 심하지만 않다면 국내 언론들은 별로 반응을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현아-장현승의 무대에 대한 반응들을 돌이켜보자! 그저 퍼포먼스를 위한 무대에 대해 키스신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며 뭔가 하면 안되는 것을 한 듯한 분위기로 몰고 들어갔다. 한마디로 현실과 연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답답함이었다!

 

하긴 제작발표회 등에서 그저 여배부의 짧은 치마만 파파라치처럼 찍어대는 그동안의 관성을 생각해보면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코다 쿠미의 파격적인 무대는 일본이란 나라니까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씁쓸해졌다.

 

그녀는 현아-장현승의 무대조차 파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보다 이른 2000년부터 그런 무대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우리가 좀 더 문화적으로 진일보하고 싶다면, 코다 쿠미 같은 가수들의 무대가 펼쳐질 수 있도록 좀 더 성숙한 시선과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윌 아이 엠의 놀라웠던 무대

세 번째는 윌 아이 엠을 비롯한 미국 가수들의 무대에 대한 엄청난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마치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보는 듯한 비디오 영상의 연출과 딱 맞아떨어지는 군무 그리고 사이버틱한 무대 의상 등은 미국이란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윌 아이 엠이 아무리 대단한 가수라고 하지만, 그의 무대는 오롯이 그 혼자만의 것이 될 수 없다. 비디오 아트는 분명 앤디 워홀 등의 영향을 받은 비디오 아티스트들이 백업했을 것이고, 군무 역시 전문댄서와 무대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총연출격인 인물들의 총합이 이루어져서 만들어진 완벽한 무대였을 것이다.

 

아시아 무대에서 윌 아이 엠의 그런 무대를 볼 수 있는 사실이 행복했고, 이는 오롯이 우리의 경쟁력으로 배가될 것이라 감히 장담하게 된다. 무슨 이유가 되었던지 힙합의 전설인 스눕 독과 닥터 드레가 함께 무대를 꾸몄다는 사실은 우리 역시 그들의 등을 바라보며 더욱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는 목표가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린 항상 선망하는 상황에서 기적을 연출해왔다. 오늘날 K팝의 위상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위치였다. 80년대 팝송 가수를 향한 우리의 열렬한 짝사랑과 홍콩 영화와 배우들에 대한 짝사랑을 기억하는 내 입장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감히 우리 가수들과 배우들이 일본-중국-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 인들의 환호성과 팬심을 이끌어낼지 누가 짐작할 수 있었겠는가? 원더걸스를 비롯한 많은 한국가수들이 빌보드차트에 도전장을 계속해서 내밀고 있는 현 상황은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엔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리란 기분 좋은 상상에 젖게끔 만든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인들의 K팝 가수를 위한 팬심. 그들은 우리 가수들의 무대에 엄청난 환호성과 열렬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인종도 언어도 다른 그들이 우리 가수들의 무대에 손뼉을 치고 함께 함성을 지르고, 심지어 우리말로 자신들의 스타에 열렬히 화답했다.

 

문화의 힘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그들은 단순히 우리 가수들의 노래를 챙겨듣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의 말과 글을 배우고,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우리나라를 가능하다면 방문하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쉽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의 문화가 조금 알려지고 그들이 좋아한다고, 우리가 마치 상전이라도 된 듯이 거들먹 거린다면 금새 열기는 식어지고, 심지어 우리를 혐오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K팝이나 한류 관련한 시상식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릴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일본이나 중국등에서 별다른 이유없이 시상식이나 공연을 하면서 비싼 입장료와 턱없는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낯부끄러운 일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우리의 문화를 사랑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단순히 돈을 뜯어내기 위한 호구가 되어선 절대로 안된다. 우리 역시 그들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 문화를 사랑해주는 그들을 위해 뭔가라도 한가지를 더하려고 노력할 때 좀더 우리의 문화의 생명력은 오래가고, 우리 역시 더욱 나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2011 MAMA는 그 성공적인 무대 만큼이나 수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땀과 눈물이 녹아들어갔을 것이다. 이 한편의 무대로 인해 엠넷은 한국을 넘어서서 세계적인 실력을 가진 방송사임을 스스로 입증해냈고, 앞으로 한류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문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일은 그 가능성이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기적을 연출해야 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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