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싱가포르

싱가포르가 크리스마스를 짝사랑하는 방법

朱雀 2011. 12.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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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를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캐롤과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이었다! 내가 처음 묵었던 호텔에도 입구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고,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싱가포르의 전철인 MRT역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사진은 1600픽셀에 맞춰져 있습니다. 클릭하면 원본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그뿐인가
? 싱가포르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화장실이 급해 가는 길에 봐도 장식이, 마리아나 샌드베이를 찍기 위해 간 곳에도 멋진 사슴 조형물에 뿔에는 관련장식이 줄줄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부족해서 마리아나 베이 샌드즈몰 앞에는 줄줄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나열해놓았다. 거기까진 그런가 보다했다. 압권은 그냥 길거리를 걷다가 마주친 나무에 눈장식이 되어있고, 초록빛으로 물든 길에도 어김없이 눈장식과 루돌프 사촌쯤되는 사슴모형들이 줄줄이 장식되어 있었다.

 

이쯤되면 싱가포르가 얼마나 크리스마스를 짝사랑하는 지 철저하게 깨닫게 될 지경이었다. 싱가포르에 머문 기간은 다 합쳐봐야 불과 열흘이 안되는데, 그 기간 동안 들은 캐롤송만 해도 내 평생 동안 들은 캐롤송보다 더 많은 정도다-뻥 조금 보태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싱가포르의 집착을 보니 괜시리 샘이 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했다. 이곳은 적도 가까이에 위치했기 때문에, 한겨울인 지금도 한낮 기온은 최고 29도까지 올라간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데 최고인 눈과는 거리가 먼 나라다. 평생동안 아열대 기후에서 살아온 이들이 눈을 보기 위해 필수조건인 영하의 날씨를 댓가로 치러야 한다면 기꺼이 감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더더욱 욕망을 느끼지 않던가? 내가 한편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애정에 질투를 느끼는 것은 이 나라의 기후와 형편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한겨울에도 가을잠바이상 입어본 적이 없던 나는 이제 한겨울만 되면 집안에서 꼼짝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비록 더운 날씨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따뜻한 기후에 사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위해 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니 괜시리 심술이 났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주택보급률이 90%를 넘어가지 않던가? 집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인 이 나라를 볼때마다 어찌나 부럽던지, 그런 탓에 더더욱 곱지 못한 시선으로 그들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사랑을 쳐다보게 되었다.

 

멀라이언 타워 앞에 가도, 플러톤 호텔 앞에 가도, 여하튼 싱가포르의 명물 근처에만 가면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과 트리들이 방문객을 반겨주었다. 그들 가운데는 아이디어가 톡톡튀는 것들도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 최고는 센트럴역 근처에서 만난 장식이었다!

 

처음엔 흔히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근처에 왜 그렇게 사람들이 몰려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주변으로 가자마자 금방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눈처럼 비눗방울들이 주변을 수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클락키 주변, 해는 져서 이제 아름다운 클락키의 야경을 한편에 두고, 별장식이 빛나는 트리들 사이로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비눗방울들은 너무나 잘 어울려져서 멋지기 그지없었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린이들은 비눗방울을 잡기 위해 달려다니고, 청소년과 연인들은 트리를 중심에 두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트리를 감탄하면서 구경하다보니 ‘CHRISMAS JUST GOT BIGGER BY THE RIVER'라는 문구를 만날 수가 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정말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드라마를 많이 본 탓인지, 눈 대용품으로 소금-스티로폼-분무기(?) 등등은 바로 연상되었다. 그러나 비눗방울은 생각질 못했다. 비눗방울은 한 여름처럼 겨울과 관련없는 계절에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방편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선 비눗방울로 눈을 볼 수 없는 싱가포르인과 관광객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펼치고 있었다. 그 마음씀씀이와 아이디어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비록 눈을 볼 수는 없지만, 한겨울밤의 비눗방울은 눈 못지 않게 환상적인 밤을 연출하는데 최고의 소품이었다고 여겨진다.

 

이쯤되면 싱가포르가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방법도 거의 예술수준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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