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당신의 고민은 안녕하십니까?

朱雀 2011. 12. 2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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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어도 남들이 보기엔 우는 것 같아 시비를 당하기 일쑤고 결국엔 폭행까지 당한 남자, 아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들이 어딜가나 따라다니고, 심지어 회식자리나 친구 그리고 애인을 만나는 자리까지 함께 따라나서는 어머니. 한번 잠들면 길게는 23일을 자기 때문에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여자. 너무나 잘생긴 남자친구가 주변 여성의 타깃이 되어서 너무나 불안한 한 평범한 여성.

 

어제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이들의 사연이다! <안녕하세요>는 다른 예능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존재한다. 다른 예능프로처럼 개그맨과 연예인들이 출연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위치다.

 

<안녕하세요>는 어떤 면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TV방송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고민상담프로는 라디오에선 흔한 일이니까. 그렇지만 <안녕하세요>의 특장점은 그런 고민들을 양성화하는데 있다고 본다.

 

사실 봐보자! 예로 든 첫 번째 고민과 네 번째 고민은 몰라도, 두 번째 고민은 정말 심각하다! 며칠 후면 32살이 되는 아들이 어디를 가든 따라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정말 끔찍할 지경이다.

 

아들이 어디를 가든 따라나서고 아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심지어 여자친구와 자신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렇게 하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특히 그의 사연을 듣고 청중평가단들이 우르르 표를 몰아줘서 111표를 얻어서 이번주의 우승이 된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그의 사연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찬우가 말했지만 <안녕하세요>에 출연하는 이들의 사연은 어떤 면에서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도가 너무나 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아들을 쫓아다니는 어머니 역시 처음에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23살에 종가집에 시집와서 늘 대접만 하던 그녀는 우연히 아들을 따라서 술집에 갔다가 대접을 받게 되었고, 홍대에서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접하면서 여태까지 내가 뭘하고 살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보상심리로 더더욱 아들에게 집착하게 되었다.

 

자기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방청객과 시청자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우승자가 되어서도 아들과 여자친구 중간에 당당하게 앉는 그녀의 모습은 아연하게 만든다.

 

<안녕하세요>전국고민자랑이라는 모토가 말하듯이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가진 이들이 나와서 자신의 고민을 자랑(?)하는 자리다. 인간은 누구나 몇 개의 고민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꺼리들은 거의 해결이 불가능하다.

 

<안녕하세요>을 찾은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고민은 쉽사리 해결이 불가능하다. 새된 목소리를 갖거나 기면증 같은 것들을 가진 이들은 선천적인 문제로 고칠수가 없다.

 

그러나 매스컴의 위력은 대단하다! 네 번째로 찾은 여성의 고민은 오히려 남자친구가 그녀의 고민을 알고 평상시에 안하던 애정고백을 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또한 가장 심한 사연은 아들을 뒤쫓는 어머니의 사연도 방송을 탐으로서 주변에서 좀 더 이야기할 것이고, 방송을 본 전문가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려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들이 모여서 당장은 해결이 되지 않더라도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안녕하세요>엔 딜레마가 존재한다! 바로 주인공의 사연이 강력할수록 우승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능이기 때문에 아무리 심각한 사연도 희화화될 수 밖에 없다.

 

희화화는 양면의 칼이다! 심각하게만 여겼던 고민을 웃음으로 승화시켜서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지만, 다른 이의 심각한 고민을 웃음거리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약점을 지니는 것이다.

 

게다가 고민의 강도가 셀수록 우승확률이 높기 때문에 라디오에서 그렇듯이 사연을 조작해서 나올 이들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가 없다. 벌써부터 어제 방송분에서 아들을 집착하는 어머니의 사연은 상품을 노린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안녕하세요>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고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렵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쉬운 해결책이 있는데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안녕하세요>를 찾은 이들 역시 답답한 마음에 문을 두들겼다가 MC진과 출연 연예인들의 지적에 의해 너무나 손쉽게 해결되는 경우를 자주 봤다. 또한 전파를 탐으로서 그들의 고민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때론 부끄럽고 지극히 사적인 고민을 가지고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런 용기의 댓가로 그들의 고민은 양성화되고 보다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안녕하세요>는 상당히 의미있는 예능이라고 감히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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