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샐러리맨 초한지’를 보다가 울컥한 이유

朱雀 2012. 1. 4. 07:00
728x90
반응형

 

어제 <샐러리맨 초한지>에선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이 밝혀졌다. 항우가 왜 그토록 진시황 회장을 미워하는지, 유방이 왜 그토록 천하그룹에 입사하고 싶어하는지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게 각인된 것은 역시 주인공인 유방이 대학을 졸업하고 샐러리맨이 되고자 하는 이유였다. 1화의 회상신에서 유방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의 꿈을 접고 그냥 평범한 일꾼으로 살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면서 밥상을 뒤엎고 따귀까지 때리는 행동을 감행했다. 이미 군대까지 다녀온 아들이 그런 행동을 받아들일리 만무. 결국 유방은 집을 나가고 만다.

 

2화에선 항우가 보낸 인물에 의해 자신이 천하그룹을 감시하는 국정원의 비밀요원이 된 줄로 착각한 유방은 다른 회상을 한다. 이번엔 충격적이었다! 바로 그의 아버지가 죽고 초상을 치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접공인 아버지는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추운날 올라갔다가 그냥 발을 헛디뎌 저 세상으로 떠나가고 말았다. 장례식장을 찾은 유방이 아버지가 남긴 유서를 받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유방아

 

니 입학 선물이여 대학 조럽땐 양복 사줄게. 넥타이는 니 돈으로 사임마. 방이야 나 니한테 가난바께 몬 물려 졌어. 넌 절대 이 아비처럼 몬나게 살지 마라.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해사 들어가서 평생 근사한 양복 입고 성공해야 혀. 알았쩨.

 

라고 적혀있었다. 맞춤법도 틀리고 삐뚤빼뚤한 글씨지만 거기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필자는 그 장면을 보면서 몹시나 비통하고 애통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다. 대학생 시절. 전자공학과를 다닌 필자는 많은 후회를 했었다. 고등학교 때 별다른 고민 없이 그저 취직도 잘되고 재밌을 것 같아서 선택했는데, 막상 와보니 전혀 예상했던 것과 달랐고, 그러다보니 앞길이 막막했다.

 

어렵게 휴학계를 내고 1년간 방황했지만 별다른 답을 찾지 못했었다. 그래서 학교를 때려칠까 망설였는데,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면서 절대 반대를 외치셨다. 아마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어머니와 첨예하게 의견대립을 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당시 어린 생각에 비싼 등록금에 별로 앞으로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보이는 대학을 다닌 다는 것이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낭비라고 여겼다. 지금이라도 차라리 일자리나 창업을 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나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졸업만이라도 해라고 하셨고, 도저히 거스를 수 없어서 일단 졸업만 하기로 했다.

 

당시 졸업을 한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훗날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긴 했지만, 내가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면 이후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는 명확하다. 어머니의 당시 말씀과 행동은 내 인생을 위한 최고의 조언이었다.

 

물론 드라마속 유방의 아버지가 최고의 말씀만 이라곤 생각진 않는다. 능력 있는 아들이라면 창업 등을 통해 회사를 가진 회장이 되라고 하는 게 더 멋져 보인다. 그러나 없는 집의 아버지인 탓일까? 그런 큰 꿈이 아닌 그저 월급받는 샐러리맨으로 자신보다 덜 고생하고 남들 눈에 괜찮아 보이는 인물로 살아가라고 부탁하고 있다.

 

요즘엔 시대가 변하고 다변화되면서 수천가지의 직업들이 생겨났다. 따라서 이전처럼 꼭 직장을 다니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고정관념이란 무서운 것이고, 이미 구세대가 되버린 분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그분들이 그런 것을 자식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저 자기자식이 배곯지 않고 남의 인정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하는 소박한 소망에서일 것이다.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의 아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샐러리맨 초한지>는 여러모로 가슴이 아프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창업이 아니라 그저 대기업의 월급쟁이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오늘날의 현실이. 드라마속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필자처럼 많은 이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된 게 더더욱 말이다.

 

게다가 오늘날 대기업과 공무원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소박한 소망이 소박한게 아니라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거대한 꿈이 되어버렸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이 의미없어진 오늘날의 세상이다. 가진 자들은 부의 세습과 그들만의 서클에서 부의 증식을 이루니 말이다. 이래저래 드라마를 보면서 울컥울컥한 마음이 쓴물처럼 솟아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