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에릭 케제르의 손길을 배우다! ‘베이커리 클래스’

朱雀 2012. 1. 11. 08:00
728x90
반응형



지난 5일 시청역 근처에 위치한 플라자호텔 LL 스튜디오를 향해 쫄래쫄래 갔다. 워낙 일찍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탓에 예정시각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가보니 베이커리 클래스를 위한 장비(?)와 재료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프랑스 쉐프가 계셨다.

 

봉쥬르. #$%!@#!#!@”

 

뭐라고 미소띤 얼굴로 말씀하시는 데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었다. 통역하시는 분이 올때까지 정말 1분이 십년같이 길게 느껴졌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불어로 물어보니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베이커리 클래스를 이날 강의한 Olivier Parthenay 쉐프께선 Relais desert Internaional (1991-1993), Brevet of Maitrise (1996-1997) 등을 수료하시고, 93년부터 페스트리 업무를 시작해서, 스웨덴, 러시아 등을 거쳐 2010년부턴 에릭 케제르 한국에서 근무하고 계셨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쉐프께선 사진을 부탁하자 기꺼이 선한 미소를 지으시고 허락하셨다.

 

에릭 케제르는 자연효모를 이용하는 수공제빵기술을 고집한 베이커리로, ‘좋은 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었다. 1996년 파리 Monge 8번가에 첫 빵집이 열린 이래로, 2010년엔 세계 각국 70여개국에서 성황리에 영업중이었다.

 

특히 에릭 케제르는 프랑스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궁에 빵을 보낼 정도로 명성을 떨치며, 수공제빵이 다시금 각광을 받으면서 더더욱 빛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쉐프께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몹시 자부심이 넘쳐보였다.

 

슬슬 사람들이 모이고 우리가 오늘 실습할 과제들이 선보였다. 우리가 이날 만들 것은 퐁당 오 쇼콜라, 크레프 브루톤느, 샤블레 드 솔로뉴, 쇼콜라 쇼. 이렇게 4가지였다!

 

아무래도 초심자를 배려한 탓인지 재료도 그렇고,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단한 편이었다. 맨 처음은 사블레였다. 초콜릿 칩이 씹히는 맛이 즐거운 프랑스 쿠기인 사블레는 버터 325g, 계란 75g, 밀가루 500g, 설탕 200g, 소금 4g, 초콜릿칩 200g만 준비하면 된다.

 

조리법은 정말 간단하다. 맨처음엔 버터와 설탕, 소금 그리고 밀가루를 볼에 넣고 섞는다. 그다음엔 계란을 넣고, 마지막에 초콜렛 칩을 넣으면 된다.

 

쿠키를 굽기 위해서는 잘 나눠서 잘라야 하는데, 적당히 나눈 다음 플라스틱 밀대로 일정한 간격으로만 잘라주면 되더군요. 모양은 살짝 눌러도 되고, 틀등에 끼어서 만들어도 되더군요. 우린 시간이 없어서 적당히 손으로 모양을 만들었다. 아참! 175도의 오븐에서 약 12~14분간 구우면 된다.

 

두 번째 퐁당 오 쇼콜라는 필자가 반죽을 하게 되었다. 재료는 역시 버터 400g, 65% 초콜렛 400g, 설탕 300g, 계란 600g, 밀가루 120g으로 간단하다.

 

만드는 법은 우선 볼에 계란과 설탕을 넣고 섞고, 다음엔 버터와 초코렛을 함께 넣어 녹이면 된다. 세 번째는 이를 다 함께 섞고, 마지막엔 밀가루를 넣은 후, 역시 잘 섞으면 된다.

 

모든 레시피가 그렇지만 사실 보면 특별한 걸 빼놓고는 별게 없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정말 힘들다. 특히 퐁당 오 쇼콜라를 만들기 위해 볼에서 휘젔는데 팔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쉐프께선 힘들지만 괜찮아요. 맛있는 거 먹으면 다시 힘나요라고 농담을 건네는데, 막상 일하는 나에게 별로 큰 위안이 되질 못했다. 힘들어서 헥헥대니 그제서야 쉐프께서 대신 섞어주셨다. 확실히 젓는 자세며 결과물이 필자가 할때랑은 차원이 달랐다. 괜히 명인이란 칭호가 붙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 유쾌한 쉐프께선 저도 힘들어요. 이런 건 주방에선 하지 않아요. 주로 기계가 해요라며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반죽은 미리 쉐프께서 준비하신 알루미늄 틀에 붓고, 180도 오븐에서 약 8분간 구웠다. 알루미늄 틀은 버터를 표면에 바르고 설탕을 살살 뿌려 보기에도 멋지고, 이후 구운 퐁당 오 쇼콜라의 맛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크레이프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쿠킹이다! 길거리를 지나면서 얇은 크레프위에 채소와 과일 혹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등을 얹은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크레이프의 재료 역시 비교적 간단했다.

 

재료: 밀가루 450g, 우유 1,000g, 계란 450g, 소금 10g, 버터 100, 설탕 100g, 그랑 마니에(오렌지 리큐르) 10g

 

조리법은 1. 설탕, 소금, 그랑 마니에를 볼에 넣고 섞는다.

2. 그안에 조심스럽게 계란을 넣는다.

3. 우유를 조금 넣어 반죽을 묽게 만든다.

4. 밀가루를 넣은 후, 힘차게 섞는다.

5. 남은 우유를 전부 넣은 후, 뜨겁게 녹인 버터를 더한다.

 

였다. 이것도 말이 쉽지, 반죽은 맡은 쿠킹 클래스의 남자 회원 지민파파님께서 매우 힘들어하셨다. 재밌는 것은 농담도 잘하고 맛있는 것 먹기 좋아하는 쉐프께선 의외로 술을 잘 못해서 거의 술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날은 우리를 위해서 리큐르를 준비했다.

 

그 사이 우리가 반죽을 한 사블레와 퐁당 오 쇼콜라가 완성이 되었다. 아쉽게도 사블레는 오븐의 위치에 따라 검게 탄 것도 있어 괜시리 마음이 아팠다. 퐁당 오 쇼콜라는 가운데가 이름처럼 퐁 들어간 게 있었는데, ‘덜 익은 게 아닐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그게 더 달콤하고 맛있다고 하셨다.

 


잘 구워진 사블레(위)와 퐁당 오 쇼콜라(아래)

실제로 맛을 보니 가운데에 초콜릿이 녹아있어서 매우 달작지근하게 어린이를 비롯한 단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대환영을 받을 만한 맛이었다.

 

크레프반죽이 완성되자 쉐프께선 원래는 집이나 베이커리에선 약간의 휴지기를 갔는다고 했다. 그래야 구워진 크레프가 더 맛있다고. 그러나 우린 여러 가지 사정상 곧장 굽기로 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크레프는 얇고 잘 익히는 게포인트. 이유리 차장님과 조정헌 대리님의 실력은 상상이상이었다!


조정헌 대리님과 이유리 차장님이 크레프를 구우셨는데, 실력이 따봉이었다. 첫장은 후라이팬이 열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너무 타거나 덜 익었지만, 이후 몇장 굽자 요령이 생긴 두분께서 갈수록 얇고 적당히 맛나게 익혀서 쿠킹 클래스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두분이선 가게를 차려도 될 실력이었다!

 

마지막 쇼콜라 쇼는 쉐프께서 직접 만들어주셨다. ‘핫초쿄가 더 익숙한 쇼콜라 쇼는 재료와 만드는 법 모두 간단했다!

 

재료: 우유 1,000g, 초콜렛 250g, 설탕 50g, 오렌지 껍질 1g

 

 

먼저 우유를 조금 데운 후, 설탕과 오렌지 껍질을 넣고 꿇인 후, 초콜릿을 다시 넣고 끓이면 완성! 아주 쉽죠?

 

드디어 우리와 쉐프께서 함께 완성한 모든 음식을 맛보는 시간이 되었다. 늘 그렇지만 쿠킹은 만들고 보는 재미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먹는 재미가 최고 아니겠는가?

 

사블레는 부드럽고도 초콜릿 칩 때문에 씹히는 맛이 그만이었고, 퐁당 오 쇼콜라는 커피와 함께 하면 정말 좋을 정도로 최고의 간식이었다. 크레프는 잼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그 자체로 정말 맛났다. 쇼콜라는 너무나 달작지근해서 달콤함의 정점을 찍었다.

 

새삼 쿠킹클래스를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졌다. 늘 베이커리나 가게에서 사먹다가 실제로 사먹어보니 맛이 달랐다. 직접 만들어보니 다음번엔 효모를 이용한 빵처럼 좀 더 근사한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쉐프같은 분이 근무하는 에릭 케제르 베이커리라면 믿고 수제 베이커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초콜릿의 맛과 향처럼 달콤한 한 겨울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