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1박 2일’의 인기 요인은 OO을 잊지 않은 것이다!

朱雀 2009. 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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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에 진흙을 바르면서 "초심을 잃지 말자"를 외치더니, 급기야 진흙탕에 몸을 내던지는 강호동. 그의 이런 정신이 <1박2일>이 2년이 넘게 꾸준히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


8/2 방송 말미에 예고편을 보았기에 8/9일 방송을 기대하고 봤다. 그러나 보면서 웃음 짓기 보다 흘러넘치는 비장미에 놀랐다. 좀비게임을 할 때만 해도 웃겼다. 마치 대학시절 M.T를 간 듯, 친한 이들 몇몇과 교외로 놀러간 듯 그들이 게임을 하며 웃고 넘어지고 물고 뜯으면서 장난을 칠 때 그들과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좀비게임에서 꼴찌였던 이수근이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 엄청난 폭우가 내리는 운동장을 달릴 때부터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기왕 벌칙을 수행하는 것, 더욱 웃기게 하기 위해 이수근은 슬로우 모션으로 뛰다가 결국엔 흙탕물에 빠져 수영하는 포즈까지 취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아무리 출연료를 받고 하는 짓이지만 시청자를 웃기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성실함을 넘어 프로페셔널의 정신을 느끼게 한다.

가장 비장미가 넘쳤던 것은 그야말로 비가 하늘에서 퍼붓는 운동장에 여섯 명이 모두 나와 코끼리코로 열바퀴를 돌고 삼단 뛰기를 할 때였다. 총 세 번의 게임을 통해 세 명의 탈락자를 뽑기로 했는데, 다른 두 개의 게임은 금방 끝나고 간단해 첫 번째 만큼 긴장감이 없었다.

아니 비장하지 않았다. 여섯 명은 모두 진흙탕을 구를 각오를 하고 있었다. 강호동이 자신의 가상책인 <예능의 정석>을 들먹이며, ‘진흙탕을 보면 뒹굴어라!’란 말을 했다. 그리곤 그대로 실천했다. “호동아! 초심을 잃지 말자!”라고 스스로 외치며 강호동은 바닥의 진흙을 자신의 온몸에 뿌려댔다. 그것도 부족해 얼굴에 바르고 옷속에 집어넣기 까지 했다. 그리곤 이내 구르곤 넘어지고 진흙탕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조금이라도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진흙탕에 그야말로 내던졌다!

강호동인 누구인가? 우리나라 MC계의 최고봉이다. 이승기는 얼마 전 끝난 <찬란한 유산>에서 남자주인공이다. 엠씨몽은 <써커스>등을 불러 인기최고의 가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명성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진흙탕을 구르고 넘어지고 돌진하는 무모함을 감수했다.

그날 밤, 그들은 상처뿐인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서 기진맥진한 몸으로 앉아있었다. 은지원은 허리가 아파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고, 엠씨몽 역시 그보다 덜했지만 아파보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서울에서 평창까지 여섯 시간을 불편한 6인승 트럭을 타고 내려왔다. 그것도 부족해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면서 진흙탕을 굴렀다.

몸 전체가 쑤시고 아프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1박 2일>이 오늘날 큰 인기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멤버 모두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초심’을 잃지 않은 탓인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유명해지고 소위 ‘인기’라는 걸 누리게 되면 건방져지기 쉽다. 특히 연예인들은 ‘스타’니 ‘우상’이니 해서 팬들의 그야말로 열광적인 지지를 얻기 마련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그런 것 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다보면, 어느새 그런 반응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도 모르게 거만해지고 거들먹거리기 쉽다.

그러나 <1박 2일>의 멤버들 가운데는 그런 이들이 없는 것 같다. 비록 프로그램에서 독불장군으로 나오지만 강호동은 시청자들을 만나면 항상 예의를 지키고 깍듯이 대한다. 허당 이승기 역시 예능과 드라마, 모두를 잡았지만 한 번도 건방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다른 멤버들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1박 2일>은 어딘가를 가면 항상 폭우를 비롯한 궂은 날씨가 동반되어 쉽게 촬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원래 촬영분량을 뽑을 방법이 없어 막막할 때 처마 밑에 서 있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밀어내 비를 맞게 해 웃음을 주고. 그것도 부족해 방에 들어와선 몇 시간째 회의를 통해 재밌는 게임을 즉석에서 토론해 결국 좀비 게임으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줬다(그들이 서울에서 평창까지 차를 타고 오느라 쌓였을 여독을 감안하자).

마지막엔 그야말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학교 운동장에서  진흙탕 삼종 경기를 벌였다. 경기는 그야말로 핑계에 불과했다. 그들은 흙탕물 속을 마치 특공대처럼 뒹굴고 넘어지고 쓰러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버라이어티 정신’을 외치며 최대한 코믹하게 쓰러지고 몸을 던지기 위해 애쓰는 그들의 모습은 차라리 비장미에 가까웠다.

8/2일 방송을 보며 아무런 생각 없이 웃었다면, 8/9일 방송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안쓰럽고 그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시청자를 왕으로 생각하고 항상 노력하고자 애쓰는 여섯 멤버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1박 2일>은 계속해서 전파를 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1박 2일>이여,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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